메뉴 건너뛰기

2023.07.22 19:48

눈은 알고 있다

조회 수 46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증은 후각이 마비되는 일이다. 후각으로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시식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었던 것이다. 향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쾌쾌한 냄새는 기분을 꿀꿀하게 만든다. 미각이 있다. 이런 말이 있다. “암 환자가 죽는 것은 암 자체보다 음식섭취를 못해서이다.” 또 나이가 들면 “밥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결국 미각상실은 생존 문제와 연관이 된다. 먹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으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병약해 지면서 미각이 둔해지고 살맛까지 잃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다. 팬데믹이 서서히 물러가면서 3년 동안 필히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은 눈이 미모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며 만나던 그 사람 ‘그럴것이다’하였는데 막상 맨얼굴을 드러내니 반전이 생긴다. ‘역시’도 있지만 그 눈과는 조화되지 않는 인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눈이 중요한 것은 사람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순간순간 받아들이고 판단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눈의 기능을 극대화한 표현이다. 눈을 통해 정보가 뇌에 전달되고 순간 마주하는 광경, 물건, 사람들의 느낌이 생각을 유발하게 하면서 자연스러운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편식을 하는 사람은 빨간색 그릇에 담긴 음식을 더 짜고 맛없게 느낀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 색채학자인 비렌은 “눈으로 보이는 색채에서 음식의 맛을 시각적으로 먼저 느끼고, 그다음 실제 음식을 미각으로 경험한 후 맛이 좋은지를 알게 해 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깔이 있다. 색깔 선호도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까지 파악할 수 있다. 오감이 다 중요하지만 사람은 시각을 통해 의미와 메시지를 뇌에 전달해 맛, 냄새, 소리, 촉감 등을 함께 느끼게 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눈을 통해 사람들의 거짓말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웃는 입 모양을 눈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그것이 ‘진짜 기쁜지? 거짓인지?’ 알아챈다는 것이다.

 

 의지(정신)를 따르는 뇌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의지와 관계없는 자율신경인 눈동자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기에 셰익스피어는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불렀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얼굴은 마음의 사진이며 눈은 마음의 통역자”라고 지칭했다. 성경에서는 눈을 ‘육체의 등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눈은 마음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중요한 지표이다.

 

 사람마다 보는 초점이 다른 것을 발견한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기억하는 관점이 다르다. 남녀 간의 시선 분포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원시때부터 남자는 사냥을 나가야 하므로 먼 곳을 두루 살피는 시력이, 여성은 농사를 짓거나 육아를 담당했기에 세부적인 것을 보는 시각이 발달되어 있다. 동공(pupil)은 자율신경계라서 빛을 쏘면 수축되고 빛이 없으면 커지게 되어있다. 놀라거나 어떤 것에 집중해도 커지는데 이것은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시선 추적 장치를 통해 1초에 수십회 깜빡이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분야를 ‘시선과학’이라고 하는데 결국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곁눈질은 100%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고, 뚫어지게 보는 건 주목하는 건데 그러면 동공이 확장되어 진다. 이때 ‘어떤 마음을 먹었느냐?’에 따라 동공 크기가 달라지게 된다. 인간의 시야각이 170도 정도라고 하는데, 실제 총천연색으로 보이는 건 37도 정도 범위라고 한다. 나머지는 잘 안 보이거나 흑백으로 보이는데, 눈동자를 계속 움직이니까 다 본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종일 핸드폰을 사용한다. 결국 보는 것이다. 어느 순간 ‘눈은 알고 있다’가 아니라 ‘폰은 너를 알고 있다’가 될 것 같다.

 

  1. No Image

    숙명, 운명, 사명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Views2662
    Read More
  2.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2633
    Read More
  3.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963
    Read More
  4.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3133
    Read More
  5.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824
    Read More
  6.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301
    Read More
  7.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545
    Read More
  8.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939
    Read More
  9.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4104
    Read More
  10.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4138
    Read More
  11.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982
    Read More
  12.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334
    Read More
  13.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402
    Read More
  14.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424
    Read More
  15.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529
    Read More
  16.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333
    Read More
  17.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652
    Read More
  18.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799
    Read More
  19.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606
    Read More
  20.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50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