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55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2890256_orig.jpg

 

 

지난 2월 시카고 밀알선교단 단장 김산식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6월에 있는 “<시카고 밀알의 밤>에 메인게스트로 출연해 달라.”는 전화였다. 가슴이 벅차왔다. 우리 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지만 “밀알의 밤”에는 결코 아무나 설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밀알의 밤 무대에 초대를 받은 것 자체가 나에게는 과분하지만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세월은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간간히 준비를 해왔지만 어느새 6월이 깊어가면서 시카고 밀알의 밤 출연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날씨는 가을의 청명함처럼 상쾌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예향 기독교 TV” 방송국으로 향했고 녹화에 들어갔다. 따가운 조명을 받으며 카메라 앞에서 짤막한 간증과 찬양을 곁들이며 “밀알의 밤”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시카고는 한인사회의 층이 두터웠다. 그것은 다음날 아침 <시카고 기독교 방송국>의 인터뷰에서도 실감한 내용이었다. 순수기독교 방송국과 일반 방송국이 있어서 어디서나 채널만 맞추면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까지 했다.

토요일(23일) 새벽에는 “시카고 한인교회” 강단에서 말씀을 증거하며 많은 성도들은 만났다. 담임이신 서창권 목사님은 필라 임마누엘 교회를 8년이나(부목사) 섬기셨던 분으로 누구보다 필라델피아를 잘 알고 계신 분이라 마음이 편했다. 새벽에 드려지는 예배에 하나님은 잔잔하지만 뜨거운 은혜를 부어주셨다. 예배를 마치고 찾아간 교회는 너무도 유명한 “윌로우크릭교회”였다. 2002년 처음 교회를 방문했는데 꼭 10년 만에 본당에 들어가 머리를 숙였다. 강단에 올라가 “할렐루야!”를 크게 외쳤다.

오전 10시에는 시카고 밀알선교단 장애아동들에게 설교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시카고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있었고 그 곁에는 가족처럼 그들을 돌보는 봉사자들의 따스함이 있었다. 장애 아동들의 순수한 찬양을 그분은 기뻐 받으시리라, 역시 밀알은 어느 곳에서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들이었다. 밀알이 있기에 장애인들은 행복해 했다.

6월 24일(주일) 오후 4시. 시카고 복음 장로교회(박선동 목사 시무)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시카고 밀알 단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시카고 밀알의 밤”의 막이 올랐다. 찬양 팀의 인도로 분위기는 달궈졌고 그분을 향한 다채로운 순서가 차분히 올려졌다. 장애인들의 ‘수화찬양’은 모여온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서투른 ‘핸드벨 연주’는 밀알의 밤을 정점으로 치닫게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무대 중앙에 섰다. “내 주의 은혜 강가로” 찬양으로 문을 열었다. 5곡의 찬양을 이어가며 간증을 했다.

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나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 내야만하였다.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를 입게 된 사연부터 어린 시절에 동네를 지날때면 집요하게 나를 놀려대던 아이들로 인해 힘들어 했던 일. 12년 동안에 체육시간과 고교시절 교련시간에는 홀로 교실을 지키며 친구들의 모습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던 일. 간경화로 일찍 세상을 떠나가신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이 급전환되며 신학도의 길을 걸어가게 된 이야기를 찬양과 함께 이어나갔다. 시간이 흐르며 내 눈가는 점점 젖어들었고 모여온 청중들도 함께 울며 감동을 받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중에서도 나이 드신 권사님이 다가와 하는 말 “목사님, 오늘 은혜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사실은 제 밑에 남동생이 소아마미 장애인이랍니다.” 나는 ‘성큼’ 다가가 권사님을 끌어안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동병상련”때문이었으리라!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돌아보니 견디기 힘든 아픈 시간들이었다. 그 시련을 지나 이제는 웃을 수 있음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한다.

많은 분들과 받은 은혜를 나누며 시카고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날들이 너무도 아팠지만 이제는 그 눈물이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음이 감사하다. 장애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닐지라도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지금처럼 “상처 입은 치유자”로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1. Chicago 밀알의 밤 8/4/2012

    지난 2월 시카고 밀알선교단 단장 김산식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6월에 있는 “<시카고 밀알의 밤>에 메인게스트로 출연해 달라.”는 전화였다. 가슴이 벅차왔다. 우리 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지만 “밀알의 밤”에는 결코 아무나...
    Views65528
    Read More
  2.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4212
    Read More
  3.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9636
    Read More
  4. Honey! 1/25/2012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남녀가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부부는 어느새 닮아간다. 생김새만 닮는 것이 아니고 성격도 취향도 같아진다. 그래서 부부는 정말 신비하다. 지난 주간 어느 노...
    Views68715
    Read More
  5.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7876
    Read More
  6.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10298
    Read More
  7.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11088
    Read More
  8. Merry Christmas!!! 12/24/2010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
    Views70841
    Read More
  9.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6587
    Read More
  10.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21768
    Read More
  11. STOP! 5/16/2012

    미국에 와서 정말 낯설게 느껴진 것은 팔각형 표지판에 새겨진 <STOP>싸인이었다. 가는 곳마다 <STOP>이 나타나면 차를 정지시켜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러면서 그 옛날 주일학교 전도사 시절에 아이들과 불렀던 어린이 복음성가 “STO...
    Views69058
    Read More
  12.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7481
    Read More
  13. Voice of Myonggi 명지대학교 초청음악회에 초대합니다! 1/21/2013

    필라 밀알선교단이 어언 설립 26주년을 맞이합니다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한국에서 Voice of Myongji(명지대학교)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크리스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청아하고 밝은 하모니로 우리의 지친 영혼을 ...
    Views81452
    Read More
  14.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2434
    Read More
  15.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8227
    Read More
  16.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5814
    Read More
  17. No Image

    ‘호꾸’와 ‘모난 돌’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
    Views3006
    Read More
  18. “1박 2일” 마지막 여행 3/7/2012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 밀려오는 서운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5군데나 다녔다. 순경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
    Views74957
    Read More
  19.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7519
    Read More
  20.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5082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