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08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성일의 모정.jpg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염진석 자매. 그녀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40평생 지체장애인으로 살아왔다. 양 무릎 밑으로 마비가 온 염씨는 한 걸음 조차 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대 후반, 염 자매는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3차례 관절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보조기를 착용하여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앉아서만 지내던 자매에게는 30년만의 첫 걸음이었다.

 

  염 자매는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 역시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이었다. 결혼 4년 후 기다리던 아이를 낳았다. 첫 유산의 아픔을 겪고 힘들게 얻은 아이였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염 자매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아들 성일이가 자폐성발달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이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성일이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금년 11살이지만 용변 보는 일도 옆에서 누군가가 챙겨주지 않으면 화장실 가는 일을 잊을 정도이다.

 

  엄마는 성일이를 11년 동안 키워오면서 단 한번도 엄마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자매는 아들을 붙들고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라고 외치며 흐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들 성일이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언어치료를 받는 것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성일이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표현 할 방법이 없다. “제가 비장애인 엄마라면 업어주고 안아주고 더 잘 보살펴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못하니까 마음이 아프지요라며 엄마는 눈물을 삼킨다. 설상가상으로 염 자매는 이혼의 아픔까지 감내해야만 했다.

 

  30년 만에 첫 걸음을 뗀 염진석 자매는 돈벌이에 나서야한다. 성일이가 언어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허드렛일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30년 만에 첫 걸음을 뗀 그녀로서는 한 발짝 떼는 일 조차도 버거운 게 현실. 그런 몸으로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게 직업을 줄 곳은 어디 인지? 여성의 몸,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염 자매에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장애인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자신은 장애가 있지만 자식들만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뿐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음성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세운 교회 중고등부 수련회 강사로 간적이 있다. 아픔이 있는 분들이 부부가 되어 자녀를 낳게 되었다. 감사한 것은 자녀들은 모두 건강했다. 강사로 가서 조심스럽게 말씀을 전했지만 그들 모두는 마음을 활짝 열고 은혜 받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한 가지, 다른 교회 집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보통 이틀째가 되면 학생들이 강사에게 자연스럽게 접근 해 오는데 그 아이들은 오히려 강사를 피하는 듯 했다. ‘아마 대화를 하다보면 가족 이야기를 묻게 될 것이고, 부모님에 대한 질문을 해오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었는가보다. 하지만 마지막 헤어질 때 아이들은 나에게 각종 선물을 전해주었다. “은혜를 많이 받았다는 편지와 함께 말이다. 그중에서 이름도 특이한 숙녀라는 아이가 준 노트는 지금도 나의 설교 문을 담고 내 곁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보통 친한 사이에 사람들이 만나면 자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부터, 예쁘냐? 안 생겼냐?”까지. 그러나 그것은 장애인들에게나 장애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서는 사치스러운 대화이다. 염진석 자매는 아들 성일에게서 엄마!” 소리를 듣는 것이 소원이다. 장애를 가진 분들끼리 결혼한 부부는 자녀들만은 제발 장애가 없는 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것이 소원인 것이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오늘도 아파하는 장애인들을 생각하며 내 몸이 온전하고, 온 가족이 건강하다면 그 한가지만으로도 감사하고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1. Chicago 밀알의 밤 8/4/2012

    지난 2월 시카고 밀알선교단 단장 김산식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6월에 있는 “<시카고 밀알의 밤>에 메인게스트로 출연해 달라.”는 전화였다. 가슴이 벅차왔다. 우리 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지만 “밀알의 밤”에는 결코 아무나...
    Views65517
    Read More
  2.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4202
    Read More
  3.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9619
    Read More
  4. Honey! 1/25/2012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남녀가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부부는 어느새 닮아간다. 생김새만 닮는 것이 아니고 성격도 취향도 같아진다. 그래서 부부는 정말 신비하다. 지난 주간 어느 노...
    Views68704
    Read More
  5.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7751
    Read More
  6.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10279
    Read More
  7.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10969
    Read More
  8. Merry Christmas!!! 12/24/2010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
    Views70824
    Read More
  9.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6566
    Read More
  10.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21648
    Read More
  11. STOP! 5/16/2012

    미국에 와서 정말 낯설게 느껴진 것은 팔각형 표지판에 새겨진 <STOP>싸인이었다. 가는 곳마다 <STOP>이 나타나면 차를 정지시켜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러면서 그 옛날 주일학교 전도사 시절에 아이들과 불렀던 어린이 복음성가 “STO...
    Views69047
    Read More
  12.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7468
    Read More
  13. Voice of Myonggi 명지대학교 초청음악회에 초대합니다! 1/21/2013

    필라 밀알선교단이 어언 설립 26주년을 맞이합니다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한국에서 Voice of Myongji(명지대학교)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크리스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청아하고 밝은 하모니로 우리의 지친 영혼을 ...
    Views81438
    Read More
  14.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2419
    Read More
  15.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8208
    Read More
  16.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5799
    Read More
  17. No Image

    ‘호꾸’와 ‘모난 돌’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
    Views2991
    Read More
  18. “1박 2일” 마지막 여행 3/7/2012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 밀려오는 서운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5군데나 다녔다. 순경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
    Views74945
    Read More
  19.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7502
    Read More
  20.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508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