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11.24 10:35

개 팔자의 격상

조회 수 40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기가 전부였다. 남은 국과 반찬이 범벅이 된 수준의 개밥이었다. 무엇을 주든 잠자코 찰지게 먹는 개를 보며 안됐다라고 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먹고 배가 부르면 녀석은 마루 끝 부엌 입구에 자리를 잡고 배를 깔고 누워 오수(午睡)를 즐겼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는 어른이 한마디 한다. “개팔자가 상팔자구만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함께 웃었다.

 

  닭은 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서 키웠고, 돼지는 시장에 내다 팔거나 고기를 먹기 위해서, 소는 그 당시 농사에 절대 필요한 요긴한 가축이었다. 개는 집을 지키라고 키웠지만 사실 놀고먹는 존재였다. 그래서 개를 두고 개 팔자 상팔자라고 했던 것 같다. 무더운 복날이 되면 온 동네는 잔치를 벌였다. 그 잔치에 희생은 견공(犬公)이었다. 족보도 없이 “×로 불리우던 녀석은 가엽게 복날 마을 사람들에게 고질의 단백질을 안기며 떠나갔다.

 

  초등학교 3학년때였다. 여름 방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학교에 다녀와 다락방에서 곤한 잠을 자고 나온 나에게 어머니는 걸쭉한 국 한그릇을 내어 밀었다. 냄새가 이상해서 안 먹으려고 하니 진한 육개장이라며 먹기를 재촉했다. 위에 기름도 둥둥 떠있고 국 색깔도 너무 진해서 구미가 당기질 않았다. 숟가락으로 한술 떠 먹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 어머니는 경주 최이다. 눈을 치뜨며 어서 먹어억지로 국을 먹어야 했다. 희한하게도 이후, 미안하지만 그것(?)의 매니아가 되었다.

 

  영주권을 받고 한국에 나갔다. 지인들이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오길래 그것(?)이라고 대답했다. 정말 맛이 있었다. 한국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딸들이 물어왔다. “아빠, 그것 먹었어요?” “그럼아이들이 눈을 흘기며 아니, 우리 집에 쵸코(강아지)를 키우는데 그것을 먹어요?” 나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쵸코는 쵸코고, 그것은 그것이지?” 며칠동안 뾰로통해서 말도 안 걸어 왔다. 내 참. 이제 그것을 먹는 사람은 야만인중에 야만인 취급을 받는다. 이제는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에 상정되어 통과되면 2027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도라지 뿌리는 절대로 산삼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 도라지가 산삼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난 봄, 필리핀 선교지를 방문하였다. 우리나라 70년대처럼 동네 곳곳이 진정 개판이었다. 커다란 개들이 목줄도 없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정말 많기도 많았다. 사람뿐 아니라 개도 태어나길 잘해야 한다. 개대접이 선진국, 후진국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쵸코가 온지도 어느새 14년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80’ 고령이란다. 내가 개를 나무랄라치면 아이들이 말한다. “아빠, 쵸코가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아요기가 막혀 헛웃음만 나온다.

 

  마루 밑이나 부엌 바닥에 뒹굴던 개가 이제 침대에서 함께 잠을 주무신다. 음식도 고급사료만 드시고, 조금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모이고 가느라 북새통을 떤다. 지난달에는 계단을 오르다가 발이 삐끗하여 기브스를 하고 고생을 하셨다. 개를 발로 찼다간 학대했다는 죄목으로 벌을 받거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마루에 올라올라치면 빗자루로 흠씬 두들겨 맞던 신세였는데 말이다. <TV 동물농장>에 간간히 출연하던 개들이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프로에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가 훌륭하다니!

 

  흔히 쓰는 말에 는 하찮은 것, 가치가 없는 것에 대명사였다. “개밥신세” “개복숭아, 개살구, 개버섯” “개 같은 ×” “×자식한국인들이 쓰는 상스러운 말에는 꼭 개가 들어갔다. 망신 중에도 제일가는 망신을 두고 개망신이라 했다. 그런데 요사이 신세대들이 쓰는 말에 개가 격상되어 표현되고 있다. ‘개똑똑’ ‘개이뻐’ ‘개쩔어라고 표현하면 외모, 아이큐, 인격이 최상이라는 뜻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마루 밑에 졸고 있는 녀석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 속에 파고든 견공들의 위상이 진정 개팔자 상팔자가 된 세상이다. 이러다가 개보다 못한 인간이 될까 두렵다.

 

 

 


  1.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3981
    Read More
  2. No Image

    결혼하고는 완전 다른 사람이예요!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새댁이라면 새댁이 내뱉은 말이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는데. 그래서 ‘이 남자하고 살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해 살아보니 “말짱 꽝”이다. 연애 할 때는 이벤트로 깜짝깜짝 놀라...
    Views3984
    Read More
  3.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4009
    Read More
  4.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4062
    Read More
  5.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4065
    Read More
  6.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4228
    Read More
  7.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4339
    Read More
  8.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4585
    Read More
  9.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4709
    Read More
  10.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5130
    Read More
  11.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5328
    Read More
  12.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5435
    Read More
  13.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5439
    Read More
  14.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5450
    Read More
  15.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5493
    Read More
  16.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5577
    Read More
  17.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5610
    Read More
  18.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5613
    Read More
  19.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5630
    Read More
  20.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56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