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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4:09

휠체어  7/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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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가 한 대 놓여있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거동이 몹시 불편한 분들이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앉으신 분을 처음 보았을 때에 느낌이 떠오른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도 친근하지는 않았다. 답답해 보이고 두려운 생각까지 들었다. 같은 소아마비이지만 장애가 심한 분들은 어린나이부터 휠체어를 이용해야만 한다. 휠체어에 올라앉으면 그나마 이동이 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 휠체어 바퀴를 굴려야 하는데 그게 보기보다 너무나 힘들다. 손에 상처가 나다못해 구덕살이 배기는 것은 보통이고 가다가 조그마한 장애물만 나타나도 전진하기가 쉽지 않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한다는 것은 전쟁이나 다름이 없는 듯하다.

나는 2살 때에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되었다. 가정의 분위기부터 일상 대하는 친구들의 배려 속에 나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렇다고 힘든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소풍을 가려하면 너무나 먼 거리여서 힘들었고 추운 겨울날에 드넓은 운동장을 걸어 나오다 보면 다리가 얼어 걸음을 비틀거릴 때에 마음이 많이 지쳐갔다. 문제는 <체육시간>이었다. 텅빈 교실을 홀로 지키며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장면을 창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은 내게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이었다. 보행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극한 고통은 넘어갈 수 있었음이 감사하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이었다. 지금처럼 보일러 시설이 잘 되어있던 시대가 아니기에 추운 겨울날에 차디찬 이불속을 파고드는 일은 고역이었다. 그 날도 큰맘을 먹고 아랫목에 깔린 이불속으로 뛰어 들었다. “아휴, 추워!”를 연발하며 이불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움켜쥐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오른쪽 다리가 성한 왼쪽 다리보다 현저히 가느다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내 다리가 왜 이러지?’ 장애를 가진 다리가 성장을 멈춘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그날 밤 이불속에서 다리를 끌어안고 얼마를 울었는지 모른다. 그때부터 나는 더운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못했다. 흉한 ‘짝짝이 다리’가 되어버린 모습을 노출하기에는 어린 가슴이 너무 여렸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더니 자주 넘어지는 동작이 이어졌다. 몸은 장성해 가는데 그 체중을 지탱하기에는 오른쪽 다리가 버거웠던 것이다. 그때부터 손으로 오른쪽 다리를 짚어주지 않고는 보행이 불가능해졌다. 스스로 초라해 지는 내 모습 때문에 힘들어했다. 예민한 사춘기에 여학생들 앞에서 손을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어쩌랴! 결국 목발을 짚어야 하는 단계까지 다다랐다. 그 당시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아이들 가운데 목발을 짚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었는데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끝내 나에게 목발을 쥐어주지 않으셨다. 그것이 너무도 고마울 따름이다. 힘은 들었지만 목발 없이 보행훈련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목발이 불편한 것은 체중을 목발에 의지하기 때문에 오로지 상체만 발달하게 되고 팔과 어깨에 엄청난 무리가 가게 된다. 또한 어디를 가든 목발을 짚고 걸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하게 된다. 목발로도 안 되면 필연적인 것이 “휠체어”이다.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다. ‘전동 휠체어’가 있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서 장거리 여행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는 것만이 휠체어 장애인들의 유일한 꿈이다. 하지만 꿈은 꿈으로 끝나는 것이 휠체어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휠체어를 밀어줄 사람이 없기에 장애인들은 오늘도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고 있다. 휠체어를 볼 때마다 사람들이 잃어버렸던 감사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를 깨닫고 아파하는 이웃을 돌아보는 가슴 따뜻한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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