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3:21

떠나가는 배  9/20/2010

조회 수 652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445870_orig.jpg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가에서 살았다. 태어난 곳은 전혀 강이 없는 “포천”이지만 8살 때부터는 경기도 “양평”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오가며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다. 나중에는 서울 “한강”을 바라보며 30년을 살다가 미국에 왔다. 강은 깊다. 고요하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 물결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강은 묵묵히 그 물줄기를 바다로 향한다. 우리는 그 강을 배로 건너야만 하였다. 뱃사공 아저씨의 노 젓는 솜씨에 경탄하면서 뱃전을 두드리는 물결소리를 벗 삼아 시원스런 강의 자태를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나루에 배가 당도하였다. 배가 건너편 뭍에 가까워지면 나를 마중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멋진 경찰복을 입으시고 자전거 옆에 당당히 서서 나를 기다리셨다.

그런데 때로는 손님을 배로 떠나보내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때가 되면 우리는 나룻 터까지 환송을 나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정이 많았던 것 같다. 이별이 서러워 눈물짓는 나를 안아주고 떠나가는 그 사람을 향해 배가 저만치 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떠나가는 배는 언제나 서글픔을 안겨주고 갔다. 이번 주간 갑자기 “떠나가는 배”의 아련함을 기억해 냈다. 잘 알지 못하지만 유명한 한분과 너무나 잘 알지만 자주 만나지 못했던 한분을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전자는 “옥한흠 목사님”(사랑의 교회 원로)이다. 한국에서 옥 목사님을 직접 만난 것은 “목회자 세미나”가 전부였다. 오히려 목사님이 쓰신 책과 영상을 통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목회를 할 때에 만난 그분의 저서 “고통에는 뜻이 있다”는 갈급한 시점에서 만난 시원한 한줄기의 생수였다.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영상설교를 들으며 얼마나 큰 위로와 도전을 받았는지 모른다. 날카롭지만 여린 마음을 가지신 목회자,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의 초석을 쌓은 분. 2년 전 필라 “복음화 대성회”에 강사로 오셨을 때 악수를 나누고 그분의 체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건강이 악화되셨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하시고 73세를 일기로 떠나가는 배에 오르셨다.

또 한분, 평생을 교사로 후학들을 양성하시다가 은퇴를 하신 후 따님을 사랑해서 필라델피아에 오셔서 사셨던 분. 밀알선교단을 사랑하셔서 매주 장애인들을 찾아와 친구가 되어 주시던 분. 우리는 평생 교직에 몸담은 그분을 “홍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분에게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다. 5년 전에는 아들을 미국으로 불렀지만 적응이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홍 선생님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시며 그 아들에게 사랑을 쏟았다. 몸이 쇠약 해 지시며 밀알선교단에도 나오지 못하시게 되었고 지병과 싸워야 하는 힘겨운 생을 이어가야 했다. 지난 주간,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님이 많이 위독하시다”는 전갈이었다. 달려가 만난 홍 선생님은 혼미한 중에도 나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어주셨다.

많이 미안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사실 때문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예수님 영접”을 확인하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장애를 가진 아들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하였다. 목회를 하면서 깨닫는 것은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위독해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운명하지 않는 광경을 많이 목격했다. “석이가 오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실 겁니다.” 위로 겸 확신에 찬 한마디를 남기고 병원 문을 나섰다.

그 말대로 한국에서 날아온 아들의 얼굴을 보고서야 그분은 명줄을 놓으셨다. 9월 첫날 새벽이었다. 향년 77세로 홍 선생님도 떠나가는 배에 오르셨다. 두 분 다 더 사실수도 있는 연세였는데 너무도 서둘러 배에 오르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관 속에 가지런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홍 선생님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마지막 관이 땅속으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 휠체어에 앉아있던 아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의 관을 향해 아들은 흰 장갑을 낀 손을 좌우로 저었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 떠나가는 배를 향해 손을 저었을 때처럼.


  1.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9634
    Read More
  2.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1998
    Read More
  3.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9429
    Read More
  4.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4956
    Read More
  5.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3171
    Read More
  6.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0334
    Read More
  7.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1483
    Read More
  8.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79713
    Read More
  9.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1019
    Read More
  10.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58742
    Read More
  11.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68839
    Read More
  12.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79371
    Read More
  13.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2939
    Read More
  14.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61389
    Read More
  15.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6234
    Read More
  16. 산 사람 소식으로 만나자!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가정이라는 요람에서 꿈을 꾸며 자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입을 열고 두 분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성장 해 간다. 조금씩 커가며 만나는 것이 “친구”이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
    Views59449
    Read More
  17.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2192
    Read More
  18.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
    Views60196
    Read More
  19.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2446
    Read More
  20. 밀당

    어디나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가 있다. 미닫이는 옆으로 밀면 되지만 여닫이는 ‘밀고 당기기’가 분명해야 한다. 대개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에는 출입문에 “Push” 혹은 “Pull”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Views5880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