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68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pimg_792597106683890.jpg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한 일 중에 하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불만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나도 나의 부모님에 대해서 아쉬워하며 살아온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님을 만났더라면,’에서 시작하여 ‘자녀들의 재능을 잘 파악하고 계발해 준 부모님이었으면.’하는 불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치유상담을 공부하며 만났던 많은 분들이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사치스런 투정을 부렸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50년대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났지만 나는 그렇게 배가 고팠다거나 극한 가난에 허덕인 경험은 없다. 경찰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덕에 부요하지는 않았지만 무엇이든지 적당한 수준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새삼 좋은 아버지, 어머니를 만났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길을 나서면 놀림을 받는 것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다. 그보다 ‘기우뚱’거리며 걷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가슴은 얼마나 아리셨을까? 하지만 평생 어떤 내색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항상 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에 큰아버지(백부)께서 아버지를 찾아오셨다. 나를 더 이상 진학시키지 말고 “기술을 가르쳐 시계포를 내주라”고 권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그랬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모른다. 여느 소아마비 장애인들처럼 기술을 배워 길 어귀에서 도장을 파며 망가진 시계를 고치다가 시대가 변해 도태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서울로 이사까지 하면서 나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셨다. 나이가 들수록 그 사랑과 배려를 깨달으며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나는 항상 “엄마”라고 불렀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커 가는데도 나는 항상 “엄마”라고 불렀다. “어머니”하면 꼭 남의 어머니 같아서였다. 엄마는 엄하게 나를 키우셨다. 경우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면 엄히 꾸짖으셨다. 학식은 없으셨지만 아들이 어디를 가나 기죽지 않도록 배려하셨다. 평생 아들의 다리를 고쳐보려고 전국을 누비시던 어머니, 늦게 신앙을 가지셨지만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으시던 어머니. 1998년 6월 25일, 새벽기도를 가시다가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가련한 어머니. 그 엄마에게 오늘은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엄마,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당신을 잊고 살다가도 6월에 그날이 오면 당신의 체취가 그리워집니다. 언제나 저만치서 바라보시던 엄마의 눈망울을 기억합니다. 대문에 서셔서 내가 운전하는 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시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합니다. 애린이가 학교에서 촌극을 하는데 한복이 필요하다고 해서 들렀던 엄마의 집. ‘잠깐’ 들어왔다 가라고 하셨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엄마의 청을 거절한 채 골목에서 차를 빼내는 그 순간에 엄마는 아들의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지요. “엄마, 빨리 들어가! 다음 주에 아이들하고 다시 올께.” 하지만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때 엄마 집에 들어가 자세히 엄마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가 깎아주는 과일을 먹었어야 했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엄마를 한번 더 웃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가녀린 어깨를 주물러드리며 항상 궁금해 하시던 성도들의 소식을 자세하게 들려드려야 했었는데. 하지만 엄마는 저 세상에 계시네요. 아직도 엄마가 보시던 성경책을 마음 편하게 펴보지 못하는 것은 당신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겁니다. 오늘따라 엄마의 미소가 그립습니다. 목사인 아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힘없는 엄마의 기도소리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엄마의 기도, 그 사랑을 힘입고 같은 장애인들을 행복하게 해 주며 살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 주신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전해주며 엄마가 보시기에 대견한 아들로 살아가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불효자 재철 올림.


  1.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61136
    Read More
  2.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9651
    Read More
  3.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2015
    Read More
  4.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9437
    Read More
  5.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4964
    Read More
  6.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3182
    Read More
  7.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0344
    Read More
  8.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1495
    Read More
  9.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79723
    Read More
  10.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1032
    Read More
  11.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58751
    Read More
  12.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68855
    Read More
  13.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79384
    Read More
  14.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2954
    Read More
  15.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61400
    Read More
  16.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6236
    Read More
  17. 산 사람 소식으로 만나자!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가정이라는 요람에서 꿈을 꾸며 자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입을 열고 두 분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성장 해 간다. 조금씩 커가며 만나는 것이 “친구”이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
    Views59460
    Read More
  18.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2208
    Read More
  19.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
    Views60204
    Read More
  20.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245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