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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20:57

숙명, 운명,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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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수행해야만 한다. 어떤 분은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뇌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냥 사는 것이다. 살다보면 Life가 형성되어 간다.

 

 어린 시절, 방학 숙제 중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일기였다. 모처럼 찾아온 해방감에 정신없이 놀다보니 개학은 다가오고 주어진 과제는 간간히 준비를 해왔지만 정작 밀려버린 일기가 난제가 된다. 날씨부터 어떠했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하고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결국 내용은 대동소이해 진다. 일어나서 밥먹고,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놀고, 잠을 잤다는 그렇고 그런 비슷한 내용으로 일기를 채워갔던 것 같다.

 

 그렇다. 한주간을 돌아보라!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아침에 차를 몰고 그 길로 출근을 한다. 간간히 점심에 지인들을 만나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눈다. 이후 그길로 운전하여 집에 당도한다. 거의 매일 309 도로를 탄다. 611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주간이 흘러 한 달이 가고, 이제 친숙했던 한해를 떠나보내는 시간에 와있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어도 내게 주어진 일들을 차분히 감당하고 오늘 최선을 다했다면 잘 산 것이다.

 

 일본의 인재 육성 전문가인 마쓰오 가즈야가 쓴 <50부터 뻗어가는 사람, 시들어가는 사람>에는 ‘숙명’ ‘운명’ ‘사명’ ‘천명’ ‘수명’으로 구분되는 다섯 가지 인생을 소개하고 있다. 숙명(宿命)은 ‘깃드는 명’, 즉 날 때부터 우리 안에 깃들어서 바꿀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부모, 성별, 국적, 내 신체. 그것은 숙명이다. 운명(運命)은 ‘흐르는 명’이다. 흘러가는 인생인데, ‘표류할 것인가 항해할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아무 뜻 없이 운명을 탓하며 사는 것은 결코 진취적인 삶이 되지 못한다.

 

 사명(使命)은 ‘쓰는 명’이다. 무엇을 위해 이 목숨을 사용할 것인지 성찰하고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천명(天命)이 있는데 ‘부여 받은 명’이다. 운명과 사명이 인간이 생각하는 삶이라면, 천명은 하늘이 계획하고 바라는 나의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수명(壽命)은 ‘하늘이 정한 삶의 시간’이다.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인생의 답으로 들린다. “하나님,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를 주시고,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50. 쉰살-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나이이다. 그 시간은 나에게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선지 벌써 오래이다. 12월 1일(토) <다니엘기도회>를 26년 동안 이끌었던 오륜교회 담임 김은호 목사가 조기 은퇴(65세)를 했다. 감동이 밀려왔다. 1만명 성도를 뒤로하고 그는 젊은 후배에게 담임을 물려주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선한 열매가 맺어지려면 꽃이 떨어져야 한다. 내려서야 할 때를 아는 그분의 신앙에 경외감이 밀려왔다. 필라 교계에서도 평생을 한 교회에 헌신해 온 목회자들이 하나둘 은퇴를 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열정을 불살라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50이 되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손을 떼야 할 때가 다가오는 세대이다. 인생 후반전은 50부터 판가름 난다. 생각의 틀이 바뀌면서 삶의 자세도 서서히 안정적인 모습을 가지게 된다. 감정은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발을 담그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비우기, 가벼워지기, 그리고 뛰어들기, 용기와 상상력, 과거의 영광에서 내려오는 법을 익혀야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성공의 욕구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바로 좌절 면역력이다. 결국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숙명을 타고 태어나 운명을 따라 살다가 사명을 깨달아 여기까지 왔다. 사명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 현명하다.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분을 위해 달리는 삶은 나이가 들수록 아름답고 가슴이 벅차온다. 늦게 피는 꽃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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