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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탄이 깊이 느껴지질 않으니…” 아내가 받아 친다. “나도 그랬는데요. 오늘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의 성탄 설교를 들으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어요.” “어, 그래!” 부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일반 목회를 할 때에는 교회력을 따라 목회 스케줄을 잡아 갔기에 “성탄절”이 오면 가슴이 뛰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예배를 드리고 나면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와 각 기관에서 준비한 성탄축하순서가 이어졌다. 성가대가 오랜 시간 연습한 “칸타타”를 들으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가슴으로 느꼈다. 하지만 특수 목회(장애인 사역)를 하면서부터는 교회 절기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였고 특히 성탄절이 와도 그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어졌다.

지난 화요일(21일) 밀알선교단 장애우들과 단원들이 꾸미는 “2010 송년의 밤”이 열렸다. 몇 년 전에는 스폰서해주는 사업체가 있어서 광고를 내어 외부 손님들까지 초청하여 성대하게 치른 적도 있지만 이제는 조촐하게 단원들끼리 성탄의 기쁨과 송년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예배 후 열린 <장기자랑> 시간에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하나 되어 숨겨놓은 “끼”를 마음껏 드러내는 귀한 순서가 이어졌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렇다. 장애인들이 장애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밀알”인 것이다. 장애인들과 함께 동요와 캐롤을 부르면서 성탄절이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난 주 미국 은행에 들렀다가 여직원이 외치는 “Happy Holiday!”란 말이 귀에 거슬렸다. 그러고보니 어디를 가나 미국 사람들은 “Merry Christmas!”대신에 “Happy Holiday!”를 외치고 있었다. 학교 게시판이고 길거리 전광판에도 모조리 “Happy Holiday!”이다. 방송에서도 노골적으로 “Happy Holiday!”를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말 그대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기독교인만이 알고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성탄절이 온 인류의 축제일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Happy Holiday!”라는 말이 번지고 있다. 청교도 신앙의 터전위에 세워진 미국이 이제 노골적으로 성탄절을 평범한 휴일로 간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아주 오래전 나도 성탄절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자랐다. 겨울방학은 항상 성탄절 전에 시작되었기에 마냥 기다려지고 기분이 좋았다. “예수님이 탄생 하신 날”이라는 것보다 “루돌프 사슴코”를 먼저 알았고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들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간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 잠자리에 들 때는 양말을 벽에 걸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침이면 머리맡에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이 ‘살짝’ 선물을 가져다 놓는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는 것이 너무 건조해 지나보다.

어느 젊은 부부도 성탄 전야에 아이들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가져다 놓는 것이 낙(樂)이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 비밀을 알아버려 “삶이 싱거워졌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아예 아이들이 직접 자기들이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 목록을 적어주고 “성탄절에는 배송이 늦어지니까 빨리 인터넷에 신청하라”고 다그치기까지 한다나. 택배가 오면 자기 몰래 신발장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 날 자기들이 자는 사이에 “머리맡에 갖다 놓으라”고 코치까지 한다. 보통 영악한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선물을 사다놓고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며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적잖은 재미였는데 이제 그것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람에게는 환상과 신비가 생명인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은 사라지고 흥청거리며 즐기는 날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문화선교회 <팻머스>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산타클로스가 29.9%, 크리스마스트리가 13.4%를 차지하고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는 7.2%에 불과했다고 한다. 성인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성탄에 대한 아무 의미도 모른 채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성탄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성탄절 직전에 열리는 기업의 판촉 행사와 값비싼 디너쇼, 음악회, 놀이공원의 축하 행사가 줄을 잇고 거리에는 지극히 세속적인 노래들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성탄 카드마저도 귀신이 등장하고, 부적까지 들어있는 카드도 있다.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기 위해 마트에 마련된 카드 코너에 들렀다가 “Merry Christmas!”가 아닌 “Happy Holiday!”란 문구가 들어가 있는 카드가 훨씬 많은 것에 당황해야만 하였다. 하루 밤의 유흥을 위해 카드빚을 지는 젊은이들, 유흥가마다 고삐 풀린 죄악들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젊은이들,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전혀 상관없이 흑암이 지배하는 타락의 밤이 되고 만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성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 채 성탄절은 밤을 새워야만 하고 향락에 젖어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성탄절을 오염시켜 왔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성탄절이 어떤 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산타크로스의 날”로 알고 있다니 웃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성탄절이 회복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어로 “사랑합니다!”라고 고백을 한다. 때로는 감동 어린 글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주심으로 표현해 주셨다. 부모는 안다. 자식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하나님은 포기하셨다. “사랑”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것이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모셔 들이는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Love call’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외쳐야 한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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