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4:12

버려진 노인들 8/4/2011

조회 수 693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72_92_2126.jpg

 

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보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조차 없어 어르신들은 너무도 서럽다. 그래서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라도 사람의 음성을 듣고 싶어 하시는 것이다.

인생은 한번 이륙하면 마음대로 착륙할 수 없는 비행기에 올라앉은 승객과 같다. 모태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청년기에는 그 젊음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줄 알고 산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청년 중에 자신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노인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비행기가 날기 위해 활주로를 향해 서서히 나아 갈 때에 사람들은 지루해 한다. “언제나 비행기가 뜨지?” 푸념도 한다. 젊은 날은 그렇게 더디게 간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나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살고 싶은데…’등. 꿈도 많고 자신감도 충만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에 설레임과 두려움에서 깨어날 즈음에 어느새 저만치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듯이 ‘인생이 시작되었는가?’했는데 나이가 깊어간다. 지난 6일(수) 한국 국민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꿈이 이루어져졌다. 해외에 살고 있지만 나도 한국인이기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다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7년 후에 내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와우! 싫다 싫어 정말 싫다.

한국에 독거노인(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미 1백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노인 5명중에 한명은 혼자서 사는 셈이다. 서울역. 밤이 깊어지자 노숙인들이 모여든다. 계단에서 또 대합실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그런데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지하도에 자리를 잡은 하 모 할아버지(74세). 목수였던 하 씨는 손에 굳은살이 배길 정도로 열심히 일해 두 아들을 키웠지만 지금은 버림받은 채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서 쪽잠을 청한다. “제 어미하고 같이 도망갔어. 집 있는 것 싹 털어가지고 도망갔다니까...”

발을 뻗고 겨우 누울 정도로 좁디좁은 1평짜리 쪽방. 올해 74살의 유남열 할아버지가 사는 곳이다. 복지 단체에서 매일 한 끼 나오는 무료 도시락이 하루 식사의 전부라나. 밥을 끓여 죽을 만들고 두 세끼로 나눠 드신다. 자녀가 3명이나 되지만 3년 전에 연락을 끊은 뒤 아예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렸다. “전혀. 찾아오지 않아. 구청에서 연락을 자꾸 한 거야. 자식들에게... 그러니까 귀찮아서 다 바꿔버렸어.” 복지기관마다 이렇게 평생 키워낸 자녀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이 모여든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도 만나러 오는 자녀들이 없다. “시설에서 아들한테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안 올까. 얼굴 한번 보고 죽었으면 좋겠는데 안와.” 할아버지의 탄식이 애처롭다.

그렇게 혼자 살다가 거리에서, 또 집에서 아무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 또한 적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 기력이 쇠하여 진다. 음식 맛이 옛날 같지 않다.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온다. 그런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누구보다도 정에 굶주리고 사랑에 목말라 있는 분들이 황혼기의 독거(獨居) 노인들이다. 자녀들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찾아오거나 전화해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이가 들어 말벗이 있는 분들은 정말 복이 많다.

돌이켜보면 지금 어르신들은 이시대가 낳은 가련한 분들이다. 일제시대, 보리 고개 그리고 6.25사변을 거치며 가난한 시절에 자식들을 키우느라 당신 한 몸 보살필 틈 없이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그 보답을 받아야 마땅하건만 냉정하게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지 않을 사람은 없다. 세월을 피해 갈 초인도 없다. 아무리 힘이든다 할지라도 부모를 버려서야 되겠는가? ‘마음에 안든다.’고 천륜을 어길 수는 없다. 이 땅에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한 여생을 사실 수 있도록 모두가 더 친절하고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2969
    Read More
  2.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5442
    Read More
  3.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5071
    Read More
  4.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6709
    Read More
  5.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7035
    Read More
  6.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1168
    Read More
  7.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1228
    Read More
  8.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8923
    Read More
  9.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1857
    Read More
  10.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5304
    Read More
  11.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5056
    Read More
  12.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4050
    Read More
  13.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7127
    Read More
  14.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4449
    Read More
  15.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6296
    Read More
  16.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4289
    Read More
  17.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6889
    Read More
  18.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5564
    Read More
  19.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183
    Read More
  20.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338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