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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도 있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가을햇살에는 딸을 내보낸다” 봄볕에는 얼굴이 많이 타기 때문이다. 고부지간에 미묘하게 작용하는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한 말이다. 시어머니가 하는 거짓말 중 “며느리도 내 딸처럼 여긴다.”는 말과 “시어머니를 내 어머니처럼 생각한다.”는 며느리의 말이 거짓말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서양 속담에도 “남편의 어머니는 아내의 악마”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고부갈등은 동서양이 일반인가보다. 그럼에도 최근 드라마 속 며느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표독스런 시어머니 앞에서 벌벌 떠는 며느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시어머니를 향해 “생활비 좀 아껴 쓰라.”는 충고까지 한다. 직장 다니는 며느리가 조금이라도 얼굴을 찌푸릴라 치면 “돈 번다고 유세냐?”며 호통을 치던 시어머니들이 언제부터인가 며느리 눈치를 보고 있다. ‘피곤하다.’는 며느리를 방까지 따라 들어가 “뭐라도 좀 먹고 쉬라.”며 안달이다. 옛날 시어머니들이 보면 뒤로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가슴이 훈훈해 지는 고부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 자매가 시집을 가서 시어머니를 모시며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시어머니는 자매를 딸 이상으로 아끼며 사랑하고 자매 또한 시어머니에게 ‘효’를 다하기에 그 가정에는 고부갈등이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이가 먹어가던 어느 날에 ‘경북 영천’에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행히 응급조치를 잘해서 극단적인 상황은 넘어갔지만 예전처럼 몸을 쓸 수없는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안절부절 못하는 며느리에 모습을 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위로하며 말한다. “나도 적적했는데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셔왔으면 좋겠다.” 염치는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시어머니의 말대로 몸이 불편하신 친정어머니를 모셔왔고 한방에서 사돈이 친구가 되어 지내시게 된다.

첫 설날이 다가왔다. 시어머니가 봉투 한 뭉치를 내어 밀며 말한다. “에미야, 이것 사돈 갔다드려라. 동글뱅이 두 개면 어린애들, 하나는 큰애들것이다.” 아이들에게 줄 세뱃돈이었다. “어머니, 저희 엄마와 함께 사시는 것도 죄송한데 이런 것까지 챙기시고 그러세요.” “얘, 그런 소리하지마라. 사돈덕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단다. 동서들, 신우들, 아이들 얼마나 챙길 사람들이 많으냐? 내가 주었다는 소리는 절대 하지 말고 갖다드려라.” 자상한 시어머니의 배려에 며느리는 큰 감동을 받는다.

설날이 지난 후 둘째 동서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동서, 사돈어른이 무슨 돈이 있으셔서 그렇게 많은 돈을 애들에게 주셨어. ‘감사하다.’고 꼭 전해줘”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드렸는데 작은애들은 만원을. 큰애들에게는 일만 오천원을 넣었던 모양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달려간다. “어머니,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주셨어요.” 시어머니가 웃으며 받아친다. “올해 꺼정(까지)만 받아라.” 하지만 그런 따뜻한 마음은 매년 이어져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정정하던 시어머니가 낙상하여 고관절 수술을 받으시더니 그만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나버리고 만다. 며느리는 지금도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깽엿, 튀각, 강정’을 보면 절절하던 시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그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며 훈훈함을 느꼈다. 관계는 상대적이다. 처음부터 고부지간의 관계가 얽히는 것은 아니다. 미묘하게 꼬이며 거리가 생기고 복잡한 가족관계로 전개되는 것이다. 금방 이야기한 시어머니 같은 분만 있다면 이 땅에 며느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고부갈등은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그 고충을 모른다. 나는 외아들이었기에 신혼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서로가 잘해도 고부는 고부임을 일찍이 깨달았다. 이 땅에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아쉬운 점을 서로 보듬어주며 끈끈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어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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