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1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답답하고 거북한 것이 ‘호꾸’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구는 커져가고 목을 죄어오는 것이 ‘호꾸’였고, 따라서 학교를 벗어나면 먼저 풀어내는 것이 ‘호꾸’였다.

 

 아침 등교 시간에는 교문에서 규율부들이 늘어서서 복장 검사를 한다. 그때 걸려드는 1순위가 ‘호꾸’ 검사였다. ‘호꾸’는 자주 고장이 난다. 그럴때면 어머니에게 “다시 달아달라”고 하지만 그것이 새것처럼 완벽해 질리가 없다. 규율부의 눈초리는 언제나 ‘호꾸’에서 시작되었다. 모범생들은 ‘호꾸’에서 완벽한 복장을 구사한다.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호꾸’에서 “범생이”(‘모범생’을 지칭하는 말)는 드러난다. 반면에 약간 건들거리는 부류들은 ‘호꾸’부터 풀어내고 다니며 세를 과시한다. 모자도 약간은 비뚤게 쓰거나 가방에 집어넣고 다닌다. 걸음걸이도 8자 걸음을 하며 걷는다. 침을 아무데나 뱉어가면서 말이다.

 

 나는 어떠했을까? 물론 고교 입학 당시만 해도 ‘범생이’과에 속했다. ‘호꾸’를 반드시 채우고 모자를 반듯이 쓴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건방끼가 들기 시작하였다. 모자에 “빵”을 넣어서 교표의 윗부분이 살짝 가려지게 만들어 쓰고 다녔다. 웅변으로 학교에서 얼굴이 알려지고 교지에 기사가 실리면서 복장에 대해서는 자유하기 시작하였다. 규율부 반장 형과 친해진 후에는 등교 시에 아예 ‘호꾸’를 풀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고3이 되면서 학생회 임원이 되었고 이제는 교문에 서서 후배들의 복장 불량을 잡아내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호꾸’에 대해 자유로워지면서 졸업은 다가왔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평범하게 살라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튀는 놈은 시기하는 사람들의 뭇매를 맞고 주저앉게 된다”는 의식에 젖어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약간은 “튀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할때에 세상은 별난 녀석들, 별난 음악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한국의 음악은 상상을 초월하는 장르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 한류열풍을 만들어내는 시조가 되었다. 서태지의 학력은 공고 중퇴이다.

 

 ‘호꾸’를 단단히 채우고 모범적으로 산 학생들도 중요하지만 얻어맞아 가면서도 그 ‘호꾸’를 풀어헤치고 거리를 활보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요소요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목 부분을 꽉 조이는 ‘호꾸’를 하는 일본식 교복 복장으로는 창의력을 북돋을 수 없다고 한다. 뇌(腦)로 통하는 혈류를 약 5%정도 저해하여 창의적 사고가 덜하다는 것이다. 혈류를 저해하기도 하거니와 정장은 형식과 자세, 사고를 정형화한다는 면에서 창의력을 개발하는 데는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규격화 된 것은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진취적이지 못하다. 북한을 보고 부러워 할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하냐?”라고 물으면 주춤거릴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모난 돌”도 유용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모난 돌’의 튀는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며 창조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범생이’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때로는 “모난 돌”에게 박수를 보내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사회시스템이 ‘호꾸’와 ‘모난 돌’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벤처가 창출되고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창의력과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신생 벤처기업은 이런 환경에서라야 다산(多産)이 가능하다. 과감하게 저마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호꾸’를 빼 버려야 한다. ‘모난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 인정받는 건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할때에 진정 개성이 존중받는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1.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582
    Read More
  2.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3936
    Read More
  3. 한국 풍경 7/31/15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땅. 하지만 올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더운 바람이 폐를 파고든다. 그 옛날 동리 앞 개울가에서 ‘멱’(수영)을 감다가 나와...
    Views68276
    Read More
  4. 아, 한강! 7/24/15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l...
    Views71567
    Read More
  5. 짜장면 좋아하세요? 7/17/15

    밀알선교단 모임에서 “당장 죽음이 가까워 온다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로 대화의 광장을 열었다. 희한한 질문에 장애인들 대부분은 “짜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철이 나려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야한단...
    Views79853
    Read More
  6.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2202
    Read More
  7. 아빠 죽지마 7/3/2015

    “사랑하는 우리 가족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자야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요.”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누워계신 아버지, 힘든 간병생활로 얻은 허...
    Views68221
    Read More
  8. 들으면 열린다! 6/26/2015

    사람의 얼굴을 보면 코와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는 둘이 있다. 이목구비 모두 요긴하지만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성경 야고보서 1:19절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
    Views63495
    Read More
  9. 0시의 다이얼 6/19/2015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너무도 사랑한다. 집에 있을 때나 차를 운전할 때에도 항상 음악을 즐겨 들으며 산다. 목사라고 찬송이나 복음성가만 듣지 않는다.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클래식부터 발라드, 락(Rock)까지 비오는 날에는 7080 가요를...
    Views78612
    Read More
  10. 수학은 틀려야 한다 6/12/2015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내게 야성(野性)이 살아있을 때이다. 겁나는 것 없이 내달릴 때에 쾌감은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철이 없을 때라고나 할까? 수학은 어렵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갈 때에 상상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처음...
    Views67816
    Read More
  11. 황혼기 갈등 6/5/2015

    이 세상에 갈등이 없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부부는 만나면서 “갈등”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관습과 환경 속에서 성장한 청춘남녀가 ‘사랑’이라는 가느다란 끄나풀로 시작하는 것이 부부이다. 그 사랑이라는 것...
    Views67574
    Read More
  12. 바뀌어야 산다 5/29/2015

    사람은 다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너무 철벽을 쌓는 사람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낀다. “바꿈”에 아주 인색한(?) 분들이 있다.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 의식, 전통을 목숨처럼 고수하는 사람 말이다. ...
    Views62292
    Read More
  13. 캐나다 행복기 5/22/2015

    미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는 남쪽으로 멕시코, 북쪽으로는 캐나다이다. 멕시코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희한하게도 캐나다 땅을 밟아본 경험이 없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지난 2월, 캐나다 밀알선교단 단장인 “김신기 목사님”으로부터 전화 한...
    Views77568
    Read More
  14. 잘 되는 나 5/16/2015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71792
    Read More
  15.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5/7/2015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다르다. 어머니는 편하다. 아니 만만하다. 아버지는 어렵다. 아니 걸끄럽다. 한 사나이를 상담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타인처럼 느껴져 힘이 들다.”는 고백이었다...
    Views68025
    Read More
  16. 패치 아담스 5/1/2015

    2014년 8월 비보를 들었다. 영화배우(희극)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20년 전 상담을 공부하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훑고 지나갔다. 상담을 공부하기 2년차 새 학기에 한 젊은 교수가 강단에 섰다. 미국 하...
    Views78921
    Read More
  17.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 4/24/15

    “소녀”(少女). 누구의 가슴에나 표현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다. ‘여학생, 처녀, 어린 여자아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소녀”란 말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만든다. 우연히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
    Views67161
    Read More
  18. 당연의 틀을 깨라! 4/17/2015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는다. 집안에서부터 자라나며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훈련과 지식을 터득하며 성장한다. 그 모든 교육을 받고나면 의젓한 사회인이 되는 혜택(?)도 있지만 반면 “당연한” 인물이 된다. 지식이 충만해지며 ‘당연...
    Views62861
    Read More
  19.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3281
    Read More
  20. 장애인 오해하지 마세요! 4/3/15

    사람들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줄 모르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찬란한 햇살을 응시할 수 있고, 요란하게 노래하는 새소리에 심취하며 화장실, 주방을 두루두루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당연이라 여기며 생을 이어간다. 아니다. 그것은 대단한 ...
    Views6909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