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4.06 09:29

절단 장애인 김진희

조회 수 342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진희.jpg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받아들인다. 어리디 어린 나이에 내 몸은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구나!’부터 깨달아야했다. 기우뚱 거리는 몸을 내가 스스로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 친구들에 비해 보행속도가 현저히 느릴 뿐 아니라 금방 지쳐버린다는 것을 알아야했다. 그러면서도 지지 않으려고 아이들과 몸을 부대껴가며 놀이를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덕분에 많은 친구들과 스스럼없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던 사람이 중도에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일부를 절단했을 때에 그 충격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큰 키, 스커트 밑으로 쭉 뻗은 그녀의 다리를 보고 사람들은 선뜻 김진희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오히려 긴 웨이브 머리에 선글라스를 즐겨 착용하는 멋쟁이로 보일 뿐이다. “어디를 다쳤다는 거죠?” 뒤늦게야 한 쪽 다리가 의족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람들은 놀란다. 얼굴 왼쪽의 흉터는 선글라스가 가리고 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당당함이다. 발을 헛디뎌 의족이 빠지거나 옆으로 돌아가도 그녀는 태연히 웃으며 길을 간다. “왜 부끄러워해야 하나요? 좀 불편할 뿐이에요.”

 

 경기도 의정부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그녀는 퇴근길에 중앙선을 침범한 5톤 트럭과 정면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왼쪽 다리가 잘려 나가고 왼쪽 팔과 얼굴 등을 심하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18개월간의 험난한 치료 끝에 가까스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녀는 살아 있다는 안도감보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픔을 절감해야 했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한 달 뒤면 어여쁜 봄의 신부가 되려던 꿈도 무참히 깨져버렸다.

 

 벽에 머리를 찍거나 약을 먹는 등 수 차례 자살 기도를 했다. 그러나 차라리 같이 죽자며 울부짖는 어머니와 언니들의 눈물겨운 간병 속에 이렇게라도 살아서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7년이란 시련의 계절은 그녀에게 삶의 근육을 키워주었다. 지금은 절단 장애인이지만 일반인보다 훨씬 역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장애인 카운셀러로 도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대화를 나누고, 휠체어나 의수족 등 보장구를 모아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일을 한다. 20025월부터는 KBS 3라디오 함께 하는 세상 만들기’(638KHz, 오전 9)를 진행하는 방송인으로 맹활약 중이며, 장애인신문 등에 장애 정보 관련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도 이름을 얻고 있다.

 

 김진희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미국 장애인 육상선수 겸 패션모델인 에이미 멀린스였다. 의족을 하고서도 아름답고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기사를 접하며 그녀는 새로운 삶에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는 에이미 멀린스처럼 장애인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방송이나 신문 기고 등을 통해 외국 유명 인사와 체육선수 등 절단 장애인의 아름다운 삶을 소개하는 일에 열심이다. 그런 그녀를 보고 이따금 장애가 뭐 벼슬이라고 떠들고 다니느냐?”는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가장 큰 아픔은 사고 당시 열등감에 사로잡혀 약혼자를 떠나보낸 일이다. 지금은 새로운 사랑을 기다릴 만큼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의족을 착용한 채 헬스도 다니고 혼자서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장애 때문에 지레 움츠러들었던 건 바보 같은 행동이었어요.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을 때 삶은 다시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은 닫힌 마음이 열리는 순간에 비로소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장애는 힘들다. 하지만 진취적인 사고로 현실의 벽에 과감히 도전할 때에 새로운 돌파력이 생기며 다른 차원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역경 앞에 도전하는 그 사람이 영웅이다.


  1. 한국 풍경 7/31/15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땅. 하지만 올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더운 바람이 폐를 파고든다. 그 옛날 동리 앞 개울가에서 ‘멱’(수영)을 감다가 나와...
    Views67918
    Read More
  2. 아, 한강! 7/24/15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l...
    Views71250
    Read More
  3. 짜장면 좋아하세요? 7/17/15

    밀알선교단 모임에서 “당장 죽음이 가까워 온다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로 대화의 광장을 열었다. 희한한 질문에 장애인들 대부분은 “짜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철이 나려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야한단...
    Views79350
    Read More
  4.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1878
    Read More
  5. 아빠 죽지마 7/3/2015

    “사랑하는 우리 가족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자야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요.”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누워계신 아버지, 힘든 간병생활로 얻은 허...
    Views68055
    Read More
  6. 들으면 열린다! 6/26/2015

    사람의 얼굴을 보면 코와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는 둘이 있다. 이목구비 모두 요긴하지만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성경 야고보서 1:19절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
    Views63035
    Read More
  7. 0시의 다이얼 6/19/2015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너무도 사랑한다. 집에 있을 때나 차를 운전할 때에도 항상 음악을 즐겨 들으며 산다. 목사라고 찬송이나 복음성가만 듣지 않는다.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클래식부터 발라드, 락(Rock)까지 비오는 날에는 7080 가요를...
    Views78264
    Read More
  8. 수학은 틀려야 한다 6/12/2015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내게 야성(野性)이 살아있을 때이다. 겁나는 것 없이 내달릴 때에 쾌감은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철이 없을 때라고나 할까? 수학은 어렵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갈 때에 상상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처음...
    Views67528
    Read More
  9. 황혼기 갈등 6/5/2015

    이 세상에 갈등이 없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부부는 만나면서 “갈등”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관습과 환경 속에서 성장한 청춘남녀가 ‘사랑’이라는 가느다란 끄나풀로 시작하는 것이 부부이다. 그 사랑이라는 것...
    Views67188
    Read More
  10. 바뀌어야 산다 5/29/2015

    사람은 다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너무 철벽을 쌓는 사람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낀다. “바꿈”에 아주 인색한(?) 분들이 있다.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 의식, 전통을 목숨처럼 고수하는 사람 말이다. ...
    Views62000
    Read More
  11. 캐나다 행복기 5/22/2015

    미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는 남쪽으로 멕시코, 북쪽으로는 캐나다이다. 멕시코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희한하게도 캐나다 땅을 밟아본 경험이 없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지난 2월, 캐나다 밀알선교단 단장인 “김신기 목사님”으로부터 전화 한...
    Views77176
    Read More
  12. 잘 되는 나 5/16/2015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71506
    Read More
  13.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5/7/2015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다르다. 어머니는 편하다. 아니 만만하다. 아버지는 어렵다. 아니 걸끄럽다. 한 사나이를 상담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타인처럼 느껴져 힘이 들다.”는 고백이었다...
    Views67767
    Read More
  14. 패치 아담스 5/1/2015

    2014년 8월 비보를 들었다. 영화배우(희극)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20년 전 상담을 공부하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훑고 지나갔다. 상담을 공부하기 2년차 새 학기에 한 젊은 교수가 강단에 섰다. 미국 하...
    Views78514
    Read More
  15.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 4/24/15

    “소녀”(少女). 누구의 가슴에나 표현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다. ‘여학생, 처녀, 어린 여자아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소녀”란 말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만든다. 우연히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
    Views66732
    Read More
  16. 당연의 틀을 깨라! 4/17/2015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는다. 집안에서부터 자라나며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훈련과 지식을 터득하며 성장한다. 그 모든 교육을 받고나면 의젓한 사회인이 되는 혜택(?)도 있지만 반면 “당연한” 인물이 된다. 지식이 충만해지며 ‘당연...
    Views62385
    Read More
  17.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2884
    Read More
  18. 장애인 오해하지 마세요! 4/3/15

    사람들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줄 모르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찬란한 햇살을 응시할 수 있고, 요란하게 노래하는 새소리에 심취하며 화장실, 주방을 두루두루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당연이라 여기며 생을 이어간다. 아니다. 그것은 대단한 ...
    Views68682
    Read More
  19. 헐∼ 3/27/15

    나에게 재산이 있다면 소중한 친구들이다. 성격도, 만난시기도 다 다른 친구들이 여기저기 포진(?)하며 내게 힘을 준다. 그중에서도 ‘봉채’는 고 1때 만나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언 40여년이 흘러갔다. 고...
    Views82609
    Read More
  20.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09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