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95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49a301ab5ac85.jpg

 

 

금년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지리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아마 금년에는 봄이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올거야!”하는 기대감에 살았다. ‘썸머 타임’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정확히 지난 19일(토) 우리 집 안마당에 커다란 개나리가 그 꽃망울을 터뜨렸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꽃이 피기 며칠 전에 아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개나리가 곧 필 것 같은데…”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그랬고 저만치서 바라본 개나리는 아직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었기에.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뜨락에 개나리가 노오란 꽃잎의 자태를 드러내며 ‘팡파레’를 울리고 있다. 역시 개나리는 봄을 알리는 전령인가보다! 개나리를 시작으로 목련, 벚꽃이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겨울이 길어서일까? 금년에는 유독히 개나리에 관심이 쏠렸다. 개나리는 물푸레 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서 노란색의 꽃은 매력이 넘친다. 개나리는 생존력이 강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탈길이나 담벼락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며 꽃 중에 개나리가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다. 개나리에 다가가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오밀조밀하게 조화를 이룬 개나리 잎이 신비하기가 이를데 없다. 꽃에는 수술이 2개, 암술이 1개 들어 있다. 열매는 계란 모양이거나 약간 편평하고 끝이 뾰족하며 9월에 익는다.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씨는 흙색으로 날개가 달려 있다.

개나리 꽃을 보며 사람들은 봄이 오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 집 개나리도 마찬가지이지만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서있는 개나리는 잘 자라고 꽃망울도 금새 피워낸다. 추위도 잘 견디고 모든 악조건을 묵묵히 이겨내는 강점이 있다. 겨울에 그 많은 눈들이 올 때에도 개나리는 나뭇가지 하나 꺾이지 않은 채 의연한 모습으로 견뎌내더니 따스해 진 봄볕에 노오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개나리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난다. 샛노란 개나리꽃이 봄을 환영하고는 어느새 파릇한 잎들이 개나리의 화려한 모습을 감싸버리고 만다. 그래도 개나리는 웃고 있다. 꽃이 필 때에 지는 날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바람에 지는 꽃이 슬픔에 우아함을 잃지 않듯 개나리는 밤새 더 피어나 오가는 사람들의 가슴에 미소를 안기고 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잎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동화작가 윤석중 님은 그렇게 처음 학교를 찾아간 우리들에게 동심을 심어주었다. 개나리는 잎이 나오기 전에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샛노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무리를 지어 피어나는 개나리도 아름답지만 우리 집 안마당에 개나리꽃은 홀로피어도 아름답고 귀하다. 노란빛은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색깔이다. 물론 개나리보다 먼저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노란 꽃으로 봄 치장을 하여 겨울잠에서 대지를 깨운다. 그래도 무르익어가는 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꽃은 개나리가 단연 으뜸이다.

개나리는 네 개의 꽃잎으로 갈라져 있으나 아랫부분은 합쳐져 있다. 얼핏 서양의 종 모양이 연상되는데 그래서인지 개나리의 영어 이름은 ‘황금종(golden bell)’이다. 땅에서부터 여러 가닥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이룬다. 그대로 두면 가지가 활처럼 휘어져 밑으로 처진다. 약간 높은 언덕바지에 산울타리로 심어 두면 꽃 피는 계절에 올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꽃이 진 개나리는 맑은 날의 우산처럼 쓰임새가 없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가을에 열리는 볼품없는 열매가 옛날에는 귀중한 약재로 쓰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개나리의 열매는 연교(連翹)라 하여 한약재로 쓰였다. 종기의 고름을 빼고 통증을 멎게 하거나 살충 및 이뇨작용을 하는 내복약으로 쓴다.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올리는 탕제로 처방했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귀한 약재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나리 열매는 그렇게 흔치는 않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이다. 어린 시절에 개나리가 꽃을 피워내면 종달새가 날아와 “희망”을 노래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듯이 삶의 곤고함이 견디기 힘들지라도 희망은 기쁜 소식을 안고 달려오는 원리를 사람들은 알았으면 한다.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1.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0930
    Read More
  2. 그렇게 놀았기에 3/13/15

    인생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갓 태어난 아가들도 어느새 편안하고 즐거운 것을 알아차리며 성장한다. 사람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먼저는 “배우는 즐거움”이다. 지식이든 기술이든 악기든지 처음 그것을 배...
    Views66378
    Read More
  3.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2835
    Read More
  4.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2604
    Read More
  5. 아쉬움 2/20/2015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렸던 AFC(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55년 동안 아시안 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 금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
    Views64534
    Read More
  6. 아내는 팝콘이다 2/13/15

    부부가 만나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신비롭고 신기한 일이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있다. 행운 중에 행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간다. 남들 보기에는 잉꼬부부이지만 들어가 보면 ‘속 터지는’(?) 가정이...
    Views68387
    Read More
  7.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2/7/2015

    장애를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그 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두 눈을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며, 언어구사도 안 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을 안...
    Views68354
    Read More
  8.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1/30/2015

    언젠가 방영되었던 MBC 단막극의 제목이다. 드라마는 아파트 “햇빛 노인정” 사람들이 친구의 폐암 소식을 듣고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를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사는 노인들이라 거두어진 돈은 몇 만원에 불...
    Views74701
    Read More
  9. 경동시장 1/24/2015

    나는 청소년기부터 대학시절을 “제기동”에서 살았다. 가까이는 청량리 역이 위치해 있었고 조금 더 가면 홍릉과 세종대왕 기념관, 그리고 당시 KIST가 자리한 사통팔달의 동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곳은 ‘시장통’이었다...
    Views76271
    Read More
  10. 관상 1/16/2015

    요사이 “왕의 얼굴”이란 드라마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에는 “관상”이란 한국영화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는“관상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럴까? ...
    Views80164
    Read More
  11.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3497
    Read More
  12. 2015 첫 칼럼 (새해에는 예쁜 꿈 꾸세요!) 1/2/2015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양띠 ‘을미년’이다. 이상하다. 띠를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띠”에 따라 성격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양띠’들은 대개 온순...
    Views74851
    Read More
  13. 퉁치고 삽시다! 12/26/2014

    어느새 2014년 말미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되뇌이게 된다. 금년 가장 충격적인 일을 꼽으라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진정 엘리옷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런대...
    Views75525
    Read More
  14.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4291
    Read More
  15. 중년 위기 12/12/2014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듯 인생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인생의 자오선(子午線)이 중년이다. 중년은 분명 전환기이다. 건축 설계업을 하는 마흔 여섯 살의 ‘김모’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의 두 아들을 두었다...
    Views64836
    Read More
  16.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1582
    Read More
  17. 가을 품속에서 11/28/2014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
    Views64198
    Read More
  18.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89802
    Read More
  19.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3734
    Read More
  20.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7014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