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2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jpg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수리던 그 시간 “밀알선교단에 교회건물을 기증하고 싶다.”는 목사님의 제의를 받았다. 가슴이 뛰었다. 건물을 인수하는 절차에 들어가며 그날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가려는 세태가 만연한 이때에 장애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목사님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다.

돌아볼수록 엄청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런 기적을 일으켜 놓으시고도 시치미를 떼고 내려다보시는 하나님의 눈길 앞에 오늘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다. 이사를 하자마자 “밀알의 밤”을 열었고 행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입당감사예배” 대사를 치렀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가을의 품속이다. 숲속을 내달리며 쏟아지는 낙엽의 향연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윤달이 끼어서인지 금년 가을은 속도가 느려진 것 같다. 가을은 “갈”이다. “금방 지나간다.”는 의미이다. 가을의 품속에서 겸손을 배운다.

무성하고 현란하던 이파리를 아무 미련 없이 떨쳐버리는 나무의 냉정함. 바람을 벗 삼아 정든 나무와의 이별을 멋지게 고하며 날아가는 낙엽. 저만치 땅에 떨어져 서서히 거름이 되어가는 그 모습이 어쩌면 인생의 길과 흡사하다. 봄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이 서서히 성숙해 가고 그 초록의 깊이를 더해간다.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잎이 자리를 잡으며 나무는 멋진 단장을 거듭하고 여름 한복판에서 청춘의 정점을 찍는다. 아침에 햇살이 비추이기 시작하면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은 잰 걸음으로 춤을 추며 청춘을 노래한다.

그래서 청춘은 초록이다. 누군들 그 시절이 없었으랴!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열정. 사랑이 고파 고뇌하던 시간들.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배가 고파도 청춘은 행복했다. 우리 청춘은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들로 산으로 캠핑을 떠났다. “군용텐트, 버너, 그리고 라면.” 우리세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들이다. 배가 그리 고픈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넉넉함하고는 거리가 먼 시절을 보냈다. 일종의 ‘얼치기(낀)세대’ 라고 해야 할까? 머리를 기르면 “장발단속”이 기다렸고 밤을 새우려면 “야간통행금지”가 발목을 묶었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수없는 좌절과 최소한의 자유 속에서도 우리는 풍류를 잃지 않았다. “대학가요제”로 시작하여 온갖 “가요제”는 우리세대의 산물이다. 군부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돌이켜보면 뿌연 회색의 시간이었지만 기타가 있어 내 청춘은 행복했다.청춘이 오래갈 줄 알았다. 아니 영원히 우리는 청춘일 줄 알았다. 그런데 푸르디 푸르던 초록이 어느 날 지쳐 낙엽이 되듯이 우리 청춘도 색깔이 바래갔다.

인생의 꿈을 보란 듯이 펼칠 40대에 IMF를 만나 허덕이고,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도둑?)의 희생양이 될 줄이야! 아이들이 어릴 때에 어머니에게 맡기며 외출을 할라치면 “아빠, 엄마 언제와?”를 반복해 물었다. 언제까지나 어릴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고 공부와 직장을 찾아 ‘훨훨’ 날아가 버렸다. 실로 ‘빈 둥지’에서 이제는 아이들을 마냥 기다린다. 어쩌다 집에 온 아이. 와서 반가운 만큼 떠나갈 때에 서운함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자리에 서있다.

오늘은 아내가 “낙엽을 치우자.”고 했다. 온갖 색깔의 낙엽을 긁으며 상념에 젖는다. ‘그래 너희들도 한때는 청춘이었지! 새들이 날아들어 타지 소식을 전해주고 때론 예쁜 나비가 날아 앉아 가슴을 달뜨게 했겠지? ‘윙윙’거리는 벌떼가 주위를 맴돌며 친구가 되어주고 말야! 이제 바랜 색깔을 훈장 삼고 떠나가는구나!’가슴이 시릴만큼 현란한 단풍,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가을낙엽. 가만히 읖조려 본다. “우리에게도 청춘이 있었다.” 가을을 가슴에 담는다. 늙어가지 않고 멋있게 익어 가리라!


  1.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0937
    Read More
  2. 그렇게 놀았기에 3/13/15

    인생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갓 태어난 아가들도 어느새 편안하고 즐거운 것을 알아차리며 성장한다. 사람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먼저는 “배우는 즐거움”이다. 지식이든 기술이든 악기든지 처음 그것을 배...
    Views66385
    Read More
  3.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2850
    Read More
  4.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2608
    Read More
  5. 아쉬움 2/20/2015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렸던 AFC(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55년 동안 아시안 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 금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
    Views64540
    Read More
  6. 아내는 팝콘이다 2/13/15

    부부가 만나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신비롭고 신기한 일이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있다. 행운 중에 행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간다. 남들 보기에는 잉꼬부부이지만 들어가 보면 ‘속 터지는’(?) 가정이...
    Views68393
    Read More
  7.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2/7/2015

    장애를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그 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두 눈을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며, 언어구사도 안 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을 안...
    Views68368
    Read More
  8.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1/30/2015

    언젠가 방영되었던 MBC 단막극의 제목이다. 드라마는 아파트 “햇빛 노인정” 사람들이 친구의 폐암 소식을 듣고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를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사는 노인들이라 거두어진 돈은 몇 만원에 불...
    Views74704
    Read More
  9. 경동시장 1/24/2015

    나는 청소년기부터 대학시절을 “제기동”에서 살았다. 가까이는 청량리 역이 위치해 있었고 조금 더 가면 홍릉과 세종대왕 기념관, 그리고 당시 KIST가 자리한 사통팔달의 동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곳은 ‘시장통’이었다...
    Views76277
    Read More
  10. 관상 1/16/2015

    요사이 “왕의 얼굴”이란 드라마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에는 “관상”이란 한국영화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는“관상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럴까? ...
    Views80168
    Read More
  11.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3509
    Read More
  12. 2015 첫 칼럼 (새해에는 예쁜 꿈 꾸세요!) 1/2/2015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양띠 ‘을미년’이다. 이상하다. 띠를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띠”에 따라 성격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양띠’들은 대개 온순...
    Views74860
    Read More
  13. 퉁치고 삽시다! 12/26/2014

    어느새 2014년 말미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되뇌이게 된다. 금년 가장 충격적인 일을 꼽으라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진정 엘리옷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런대...
    Views75534
    Read More
  14.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4296
    Read More
  15. 중년 위기 12/12/2014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듯 인생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인생의 자오선(子午線)이 중년이다. 중년은 분명 전환기이다. 건축 설계업을 하는 마흔 여섯 살의 ‘김모’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의 두 아들을 두었다...
    Views64839
    Read More
  16.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1587
    Read More
  17. 가을 품속에서 11/28/2014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
    Views64206
    Read More
  18.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89815
    Read More
  19.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3738
    Read More
  20.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7015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