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59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번뇌.jpg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진정 삶이란 그렇게 풀어내기 힘든 과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별 어려움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힘들고 꼬이는 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허덕거리며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겉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다. 13()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가장이 부인과 자녀를 살해한 뒤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잘 나가던 한의원 원장부부는 젊디 젊은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아이들이 겨우 5(아들)과 한 살배기 딸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거실 식탁 위에 놓인 유서는 무려 A4 용지 8장에 달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마는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1997년을 생각한다. IMF가 터졌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나고, 명예퇴직을 당하고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가장들의 모습은 처참하기까지 했다. 아내에게 실직당한 것을 알리지 못한 채 평소처럼 출근을 하며 방황하는 가장들이 있었다. 탑골공원을 배회하고 찜질방에 가서 누워 보지만 마음을 추수리기가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이 드러나며 파탄 나는 가정이 늘어갔다. 남편이 어려움을 당할때에 붙들어주고 힘이 되어 주어야 할 아내는 매정하게 돌아섰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로 버려지기 시작했다.

 

  그 아픔의 과정에서도 서로를 보듬어주며 살아온 부부들은 일어섰고 반듯하게 성장한 자녀들의 모습 속에서 노년의 보람을 찾으며 살고 있다. 세계적인 한센병(나병) 권위자인 '폴 브랜드' 박사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한센병환자 재활원 원장이다. 인도에서 20, 미국에서 30, 50년을 한센병 치료를 위해 헌신한 분이다. 어느 날 영국에 일정이 잡혀 여러 지방에서 업무를 본 뒤에 기차를 타고 장시간의 여행 끝에 런던에 도착하게 된다. 호텔에서 옷을 갈아 입고 양말 한 짝을 벗는 중에 갑자기 발뒤꿈치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센병의 권위자인 그이기에 이 일은 그냥 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수많은 한센병 환자들을 시술하고, 피고름을 만지면서 치료해 본 경험이 많은 그는 순간적으로 의심이 스쳐갔다. 기계적으로 일어나서 날카로운 핀을 찾았다. 그리고, 복숭아 뼈 아래 부분을 찔러 보았다.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한센병에 감염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날 밤, 브랜드 박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나도 한센병 환자로구나. 한센병 환자로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꼬박 밤을 새우며 그는 번뇌한다. 두려운 마음이 엄습해 왔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외로운 자신의 인생의 말로를 그려 보았다. 가족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고통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브랜드 박사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더 자기의 발을 찔러 보았다. 순간 너무나 아파서 !”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그의 입에서 이런 기도가 튀어나왔다.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파서 감사합니다. 아파도 감사합니다. 아프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픔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어제 장시간 기차 여행을 하면서 좁은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 신경의 한 부분이 눌려서 호텔 방에 올 때까지 그 마비가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실패와 고통은 견디기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아픔이 있기에 겸손한 삶을 살며 인생의 고귀함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아픔은 나의 스승이요,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지금 내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자체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고통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뜻이 담겨있다. 부부문제, 자녀문제, 불편한 인간관계, 온갖 삶의 아픔은 내가 살아 있기에 겪어야 할 과정인 것이다.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 있다 해도 포장지를 벗겨내면 그 속에 놀라운 은혜의 선물이 담겨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 아픔은 축복이다.

 


  1.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5/7/2015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다르다. 어머니는 편하다. 아니 만만하다. 아버지는 어렵다. 아니 걸끄럽다. 한 사나이를 상담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타인처럼 느껴져 힘이 들다.”는 고백이었다...
    Views69282
    Read More
  2. 아버지의 마음 12/8/2012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살갑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때에는 감히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저만치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Views63516
    Read More
  3.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2765
    Read More
  4. 아빠 죽지마 7/3/2015

    “사랑하는 우리 가족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자야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요.”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누워계신 아버지, 힘든 간병생활로 얻은 허...
    Views69537
    Read More
  5.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32709
    Read More
  6.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10661
    Read More
  7. 아쉬움 2/20/2015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렸던 AFC(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55년 동안 아시안 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 금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
    Views65961
    Read More
  8. 아우토반을 달리며 5/1/2013

    유럽에 왔다. 꿈에 그리던 독일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독일을 가슴에 품던 날, 정겨운 봄비가 나를 반겼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독일 RE 기차 편을 이용해 카셀로 향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정경은 미국과는 전혀 달랐다....
    Views78049
    Read More
  9.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7637
    Read More
  10.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소리

    새날이 밝았다. 창가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싱그럽다. 단잠으로 쉼을 누리고 맞이하는 새아침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가정들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등교해야 할 아이를 잠자리에서 깨...
    Views56483
    Read More
  11.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7904
    Read More
  12. 아픔까지 사랑해야 한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진정 삶이란 그렇게 풀어내기 힘든 과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별 어려움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힘들고 꼬이는 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허덕거리며 살고 ...
    Views25907
    Read More
  13. 안동 영명학교  4/29/2011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집회를 인도하며 분주하게 한국에서의 일정을 감당하고 있다. 8일(금) 그리운 한 가족을 향해 안동으로 길을 재촉했다. 한국 밀알 총단장 성경선 목사님은 나를 안동까지 친절하게 라이드 해 주었다. 내가 안동으로 향하는 이유는...
    Views78780
    Read More
  14. 알아차리기  8/4/2011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시작한다. “아니!” 감탄사를 연발하며 새로운 소식에 반응을 한다. 남성들은 선천적으로 뉴스를 너무도 좋아한다. 모임에 갔을때에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Views70643
    Read More
  15. 애타는 “엘렌”의 편지

    엘렌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한국명은 “김광숙”이다. 그녀의 생모는 시각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기가 버거웠던지 어느 날 마켓에 버려두고 사라져 버렸다. 엘렌은 고아원으로 인도되어 살게 되었고, 4살 때 미국 볼티모어에...
    Views60379
    Read More
  16.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61054
    Read More
  17.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2008
    Read More
  18.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4243
    Read More
  19.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목사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하는 어느 목사님이 선교지 방문차 태국에 가게 되었다. 현지에서 선교사님을 따라 시내 관광을 하는 중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보니 코끼리가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
    Views55641
    Read More
  20. 얄미운 12월의 손짓 12/18/2012

    12월이다. 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우연히 집에 들른 사촌형이 “지금은 세월이 안가지? 나이 들어봐라. 세월이 점점 빨라진단다.”고 말할때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무료한 날들이 많았기에 어서 세...
    Views760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