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76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팔베개.jpg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를 다한다. 가슴이 넓은 신랑은 그 신부가 마냥 예쁘기만 하다. 해가 바뀌어 어여쁜 딸이 태어나고 가문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런데 갑자기 영장이 날라오고 신랑은 군대에 입대를 한다. 군대에 소집된 신랑이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내가 신혼이라고 집에 가서 하룻밤 쉬었다가 오라네.”

 

생이별을 할 뻔 했던 부부는 그렇게 꿈같은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된다. 신부는 시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쩔 줄 모르는데 신랑은 “자꾸 방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보챈다. 다시 군대에 들어가야 하는 신랑과 그를 보내야 하는 신부는 그렇게 만리장성을 쌓는다. 한참이 지나야 볼 수 있기에 신랑은 신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토닥’여 준다. 그 와중에도 신부는 피곤했던지 잠이 쏟아졌고 이내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새벽녘 신부가 눈을 떠보니 신랑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랑이 신부에게 핀잔 섞인 한마디를 한다. “니, 우째 잠이 오노?” 신부는 쑥스러워 신랑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아침을 먹고 먼 길을 떠나가는 신랑을 향해 귀여운 딸과 함께 두 손을 흔들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군대생활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영영 마지막 길이 될 줄이야! 신랑이 군대에 간지 석달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전쟁 통이었던 시절. 신랑의 전사통지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랑의 “니, 우째 잠이 오노?”라는 한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신랑이 군대 가기 전날 밤에 ‘쿨쿨’ 잠만 잤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미워서 울다가 기절을 하고 만다.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못나보이던지?

 

겨우 3년의 신혼을 뒤로하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아빠가 군대에 갈 때 아장아장 걷던 딸이 내년이면 예순에 접어든다.그때 그 신부는 이제 8순의 나이가 된 것이다. 장성해 버린 손주들, 그리고 증손주들을 바라보며 꿋꿋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할머니는 기도를 드리다가 하늘나라에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많이 그리웠지요? 얼마 있지 않으면 내가 당신 곁으로 가리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구려!” 기구한 생을 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 졌다.

 

사람마다 사연도 많고 역경도 많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그런데 겪어야 하는 시간은 길기도 길다. 어느 교회보다 긴 시간동안 주일마다 설교를 하며 강단을 지켰다. 주일 아침에 그 교회를 찾아가는 것은 내 삶의 기쁨이요, 보람이었다. 말씀을 증거 하다 보면 성도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행복하다. 아마 그것은 나뿐 아니라 목회를 하는 모든 목사님들이 느끼는 행복일 것이다. 목회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강단을 섬기며 한 주간 힘들게 살아온 성도들이 말씀을 통하여 위로와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며 목회의 시름을 잊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주일이던가? 예배 시간마다 표정이 우울한 한 자매가 다가왔다. 대화 중에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목사님, 저는 몸도 너무 아프고 사는 것이 고달파서 주님께 ‘빨리 나를 데려가 달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버쩍’ 났다. 그 자매의 한마디는 나를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모든 성도들이 말씀에 은혜를 받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던 나를 겸손의 골짜기로 데려간 것이다. “자매님,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마세요.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절망 속에 허덕이는 성도를 온전히 끌어올리지 못한 내 나약한 영성에 깊은 자책감을 느꼈다.

 

사람마다 사연을 안고 인생을 산다. 특별히 먼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복잡다단한 아픔을 안고 오늘 하루를 살고 있다.신혼에 남편을 떠나보내고도 딸 하나를 귀하게 키운 한 인생을 바라보며 삶은 진정 풀어야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할 신비인 것을 깨닫는다. 살자. 힘써 살자! 깊어가는 가을처럼 인생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1.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9072
    Read More
  2. 달빛 3/9/2011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안에 들어서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오늘이 보름이구나!” 크고 둥그런 달이 하늘 중앙에 떠있다. 똑같은 달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그 느낌이 ...
    Views77341
    Read More
  3. 달려라 은총아! 7/4/2014

    은총(남)은 '스터지 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뇌가 서서히 마비되어 돌처럼 굳어가는 병이다. 녹내장과 심한 경기(놀람)를 동반하고 얼굴과 몸에 검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오타모반 증후군, 뇌병변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태...
    Views62887
    Read More
  4. 단장 이재철 목사 사역 소개  7/18/2010

    ◕ 매주 금요일 주간지 <뉴스코리아>와 <주간 필라>에 "칼럼"을 집필합니다. ◔ “밀알의 소리” 필라델피아 기독교 방송국 진행-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생방송 ◓ 각 교회 초청 설교-현재까지 대필라지역 90개 교회의 강단에서 설교를 하였습니다. ...
    Views85928
    Read More
  5.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5912
    Read More
  6.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20128
    Read More
  7.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7610
    Read More
  8.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6947
    Read More
  9. 닉 부이치치 9/6/2014

    6년 전, 밀알의 밤을 준비하며 찬양을 인도하는 형제에게 긴급명령(?)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밀알의 밤에서 띄울 감동적인 영상을 찾아내라!”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들뜬 형제의 전화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목사님, 기가 막힌 ...
    Views81708
    Read More
  10.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7648
    Read More
  11.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31077
    Read More
  12.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7304
    Read More
  13. 눈을 감고도 볼수 있단다 4/9/2013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연” “평범”이라는 단어가 장애인들에게는 기적이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듣는 것, 말하는 것, 거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기...
    Views70410
    Read More
  14.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6001
    Read More
  15.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9479
    Read More
  16. 눈먼새의 노래 3/15/2012

    한 시대를 살며 장애인들에게 참 소망을 주셨던 “강영우 박사님”이 지난 23일(목)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탤런트 “안재욱”과 “김혜수”가 열...
    Views86979
    Read More
  17. 눈 속에서 피워낸 찬양의 향기  2/11/2011

    <대학합창단 초청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밀알 가족들의 마음은 몹시 설레었다. 대학합창단의 청아한 찬양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멀리서 필라델피아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행기 운항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였는지 ...
    Views70099
    Read More
  18.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4374
    Read More
  1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6528
    Read More
  20. 누군들 자장가가 그립지 않으리 3/18/2013

    그는 시인이다. 필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다. 서른이 훨씬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었을 때에 ‘양귀비 씨앗만하다’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Views752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