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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_은총.jpg

 

 

은총(남)은 '스터지 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뇌가 서서히 마비되어 돌처럼 굳어가는 병이다. 녹내장과 심한 경기(놀람)를 동반하고 얼굴과 몸에 검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오타모반 증후군, 뇌병변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빠 박지훈(38)씨와 엄마 김여은(34)씨는 "제발 숨만이라도 제대로 쉬었으면"하는 바람으로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생후 17개월, 뇌의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말을 하지 못하고, 걷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하나 둘 기적이 일어났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엎드렸고 낙타처럼 무릎으로 기어 다닌 지 5년 만에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어설프게나마 “엄마”를 부른 건 여섯 살 때. 한 손만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만화를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열 두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적을 보여줄지는 은총이만이 아는 비밀이다. 은총이는 행복한 아이이다. 자식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가 있기에 말이다. 틈만 나면 뽀뽀를 즐겨하는 은총이네 가족은 실로 천국이다.

은총이가 조금만 잘 걸어도, 미소만 지어도 집안에는 환한 웃음꽃이 핀다. 실로 작은 변화에 관심을 갖고 기뻐하는 가족이다.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은총이네 가족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은총이는 기적처럼 열 두살을 넘겼고, 은총의 가정은 기적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 "준비하시고... 땡!" 아빠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까르르 웃는 은총이. 은총이가 달리고 싶어 한다는 걸 안 건 그 때였다.

하지만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다르고, 왼쪽 몸이 마비된 은총이에게 달리기나 수영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빠는 장애 아들과 함께 달리는 미국의 ‘호이트 부자’를 떠올렸다. 100킬로그램이 넘었던 거구의 아빠는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은총이를 위해 수영을 배우고, 매일 산을 오르고 달리기를 했다. 그리고 2010년, 처음으로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여 은총이와 함께 뛰고, 헤엄치고, 달렸다. 비록 꼴찌로 들어오긴 했지만 완주에 성공을 한다. 은총이 부자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었다.

부자의 다섯 번째 도전, 보름 앞으로 다가온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은총이네 가족. 올해에는 완주뿐 아니라 기록 단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네 번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은총이도 많이 자랐기에 상황이 녹록치 못했다. 두 사람 몫을 혼자 해야 하는 아빠의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진 것이다. 세 사람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 하는 철인 경기. 쉴새 없이 달려야 하는 아빠와 은총이는 물론이고, 매니저를 자청하는 엄마 여은씨도 대회 내내 함께 뛰었다.

‘은총이 아빠, 은총이 엄마’로 산다는 것은 무거운 짐이었다. 잦은 수술과 감당하지 못할 병원비. 은행에서 일했던 아빠 지훈씨는 직업을 잃었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일용직을 전전해야했고 옷을 떼다가 시장에서 팔기도 했다. 일 년에 두 번 이상의 수술을 해야 하는 은총이를 돌보느라 치료실과 병원을 오가는 엄마 여은씨의 고충도 말이 아니었다. 3년 전, 두 사람은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일하는 엄마 ↔ 살림하는 아빠’가 되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이 직업을 물어오면 이제 지훈씨는 웃으며 말한다. "제 직업은 은총이 아빠에요~"

은총이로 인해 달라지고, 은총이로 인해 더 행복해졌다는 가족. 주저앉고 싶었던 고비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여은씨의 힘이 컸다. 엄마는 강했다. 아니 지혜로웠다.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가족을 돌보고, 용기를 불어넣게 해준 것은 '엄마'라는 이름, '사랑'이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은총이 아빠는 말한다. “우리는 모든 장애 아들의 희망을 안고 달린다.”고.

은총이 가정이 보여주는 것은 희망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장애 아동 가족에게는 작은 관심과 도움이라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포기를 모르고 오늘도 희망을 향해 달리는 은총이네 가족을 향해 커다란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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