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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인생여정을 지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은 친구를 가지는 것이다. 친구를 만나고 삶을 나누며 인생길을 걷다보면 편안하고 든든 해 진다. 친구도 종류가 다양하다. <꽃>과 같은 친구가 있다.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꽃이 지고 나면 돌아보는 이 하나 없듯이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이다. <저울>과 같은 친구가 있다. 저울의 특징은 무게에 따라 이쪽 또는 저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타산을 따지며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친구이다. <산>과 같은 친구가 있다. 산 속에 들어 가보면 온갖 새와 짐승들이 산을 통해 안식을 얻으며 산다. 산은 멀리보아도 아름답고 가까이 다가서면 더 편안하다. 그처럼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를 의미한다. 더 귀한 존재는 <땅>과 같은 친구이다. 지난주에도 ‘땅’에 대한 글을 썼지만 땅은 많은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낸다. 아무 조건도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 준다. 언제나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바로 땅과 같은 친구이다. 친구가 있는 사람은 쓰러지지 않는다. 한국 시골에 가보면 그곳에서 나서 그곳에서 함께 자라 시집을 가고 그곳에서 평생친구로 늙어가는 분들이 많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만나종일 일을 하며 담소를 나눈다. 간간히 음식을 나누며 정을 두텁게 쌓아간다. 그분들의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푸근해 지고 부러운 생각이 든다. 지난 봄 “장애인의 날”에 특집으로 떴던 영상이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바로 “유태호”이다. 두 팔이 없고 두 다리도 기형인 태호(11살)는 안암동에 있는 복지 홈에서 여러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태호는 그곳에 살고 있는 어떤 아이들보다 당차고 명랑하다. 몸은 불편해도 언어소통엔 문제가 없어 지금은 일반학교(통합 교육)에 다니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고 입천장까지 뚫린 채 버려졌던 태호는 ‘열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 잦은 잔병치레를 거치면서도 올해 열한 살을 맞이한 것이다.

태호의 가장 친한 친구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뇌병변 1급 장애인 “성일”이다. 웃는 모습이 제일 예쁜 성일이는 제대로 걷지는 못하지만 ‘미소천사’로 통한다. 미소천사 성일이는 또박또박 말은 잘 하지만 글을 쓰고 읽지를 못한다. 이에 태호는 그런 성일을 위해 한글을 가르친다. 또한 태호는 덩치가 크고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형들의 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 ‘데굴데굴’ 굴러 목적지까지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불편한 짧은 두 다리로 글을 쓰며 밥을 먹고 스스로 옷을 벗어 바구니에 정확히 던져 놓는다. 공익 근무요원 형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니는 태호는 무엇이든지 열정적으로 도전한다. 반장선거가 있던 날 얼굴치장에 공을 들이고 멋지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내 몇 표가 모자라 낙선의 맛을 보게 된다. 반장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낙선을 하고는 ‘엉엉’ 우는 태호를 보며 나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눈물이 쏟아지던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태호를 사랑하는 여자 친구 “인지”의 모습이 내 가슴을 더욱 울렸다. “인지”는 동그란 얼굴에 예쁜 눈을 가진 태호의 여자 친구이다. 건강하고 잘생긴 남자아이들이 많을텐데 인지는 유독 “태호”를 좋아한다. 두 팔이 없는 태호에게 밥도 먹여주고 다가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태호는 인지의 친절이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인지가 “너 누구랑 결혼할래?”라고 자꾸 물어오기 때문이다. 곁에 있던 PD가 물었다. “인지야, 넌 누구랑 결혼하려고?” 인지가 대답한다. “저요? 태호요” 태호가 제법 남자답게 나선다. “그냥 이유 없이 나랑 결혼하자고 한 거예요” 짖궂은 PD가 다시 묻는다. “지금도 생각이 변함이 없어요? 아님 생각이 바뀌었어요?” 인지가 당차게 대답한다. “변함이 없어요”하고는 태호 얼굴에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댄다. 마치 신기한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말이다. 태호와 인지는 눈을 마주대고 웃더니만 이내 뽀뽀를 하기 직전까지 간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웃다가 울었다. 인지가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영상을 내보내도록 허락한 인지의 부모님이 너무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는 “어린 딸이 장해 보인다.”고 말했다. 딸아이가 장애를 가진 “혜진”이를 친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다. 딸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 혜진이는 몸이 약간 불편하다. 어릴 때 심하게 앓아 몸 한쪽을 잘 쓰지 못한다. “둘이 어떻게 친해졌느냐?”고 물으니 “혜진”이의 천사 같은 미소 덕분이라고 한다. 작년 가을에 온가족이 이사를 했고 딸은 낯선 도시의 학교로 전학을 해야만 하였다. 딸은 전학을 와서 너무 외로워 그만 울어버렸더란다. 그런데 한 아이가 아무 말 없이 맑게 웃으면서 곁에 와서 있더라나. 그 아이가 장애를 가진 “혜진”이었다. 혜진의 따뜻한 미소가 딸아이의 마음을 녹였고 그래서 둘은 그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가 딸이 다니는 학교에 갔다가 둘이 노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엄마는 깜짝 놀라게 된다. 천방지축 딸아이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네 있는 곳까지 뛰어가는데 그 뒤를 친구가 불편한 몸으로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다. 먼저 그네에 도착한 딸아이는 양보도 하지 않고 냉큼 그네를 탔고, “혜진”이는 뒤에서 한참을 밀어준 다음에야 둘이 자리를 바꾸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내 딸이 몸이 불편한 친구에게 양보할 줄도 모르는 아이라니.’ 엄마는 너무 놀라서 집에 돌아온 딸아이를 야단치게 된다. 한참 꾸중을 듣던 딸아이가 입을 연다. “엄마, 난 있지, 혜진이가 몸이 불편하다는 걸 자꾸만 잊어 버려. 그런데 꼭 내가 일부러 기억하면서 양보하고 그래야 해? 좀 이상하지 않겠어?” 딸의 말을 들으며 엄마는 망치에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래 ‘진짜 친구는 상대의 장애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을.

내게는 친구가 많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던 친구부터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까지 다양한 방면에 포진해 있다. 그들 모두의 특징은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절친한 목사친구가 미국에 집회 차 왔다가 우리 집에 들렀다. 친구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보조기를 차고 두발로 걷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오른손으로 장애 있는 다리를 집고 다녔기 때문이다. 드디어 친구를 만나 “나 봐라, 이제는 두발로 잘 걸어 다닌다”했더니 친구가 나를 훑어보며 하는 말. “너 항상 잘 걸어 다니잖아” ‘아니, 이렇게 나에게 무관심했다니!’ 겸연쩍었지만 장애를 개의치 않고 수십년 친구가 되어준 목사가 고마웠다. 장애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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