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11.25 15:24

내 목소리가 들려?

조회 수 593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귀기울임.jpg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한’이었다. 해서 많은 곳을 다니며 지휘를 배우기 위해 애를 썼다. 우선 학교에서는 “김의작 교수”를 통해 기초를 닦았다. 때마침 영락교회 시온성가대 지휘자 “윤학원 교수”가 개설한 특강이 지휘 실력을 진일보하게 도와주었다. 그때 성대(聲帶)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후두 안에 숨겨진 성대의 오묘함에 놀랐다.

 

 성대의 모양과 조직에 따라 목소리의 톤과 색깔이 달라진다. 성악가들은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도 공명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노래의 맛을 낸다. 가수들이 열창하는 것을 보면 목소리가 악기가 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을 만났을 때에 우리는 이목구비를 보며 그 사람의 성격을 가늠한다. 외모와 버금가는 것이 목소리이다. 따라서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얼굴’이라 할 것이다. 인상과 목소리가 대조적인 사람이 있다. 남성의 경우에 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데 갑자기 가느다란 소리가 나올 때 “깜놀”(깜짝 놀람)하고, 시선을 끌만한 외모가 아닌데 갑자기 멋진 바리톤 발성이 나올 때에 반전 매력을 경험한다.

 

 중학교 시절, 내게 웅변을 가르쳐주던 친구는 몹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졌다. 두상도 멋지고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졌는데 일단 입을 열면 상대방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목소리가 탁했다. 그러면서도 웅변과 성악을 한 것을 보면 인간승리라고나 할까? 표현은 안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상당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반면, 나는 목소리 톤이 크다.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웅변을 하면서 일반사람보다 큰 목소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아내는 어디들 가든 나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를 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워낙 목소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목소리가 커서인지 사람들은 내게 대하여 ‘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가보다. 겁이 많은 ‘개’일수록 낯선 사람이 오면 큰소리로 짖어댄다. 겁 없는 개는 가만히 있다가 그냥 물어버린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오히려 여린 마음의 소유자 일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이다. 오히려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이 성격이 강한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귓속말을 즐겨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사기성을 숨기기 위한 위장술일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정치꾼은 절대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흥분을 하거나 상대를 험담하는 경우도 없다. 목소리 톤이 항상 고르다.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사람을 당해낼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 성격을 못 이겨 소리를 높이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반드시 지게 되어있다. 큰소리로 말을 하면 일단 사람들이 듣기는 하지만 그것을 ‘카리스마’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따라서 큰 지도자는 다혈질 보다는 점액질이나 우울질인 경우가 많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개방적인 성격이며,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친화력이 돋보여 무엇이든 먼저 시작한다.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약점이 있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꽤나 잘난 척을 하기도 한다. 사람을 너무 믿어 배신을 잘 당하기도 하는 스타일이다. 목소리가 작고 낮은 사람은 신뢰감은 주지만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를 주저한다. 무덤덤하여 상대방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적인지 동지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고집을 소유한다. 설득력 있는 목소리는 톤이 낮고 리듬감과 울림이 있다.

 

 사람을 만나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말이다. 목소리는 목에서 나오지만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선천적인 목소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말의 향기는 내가 가꾸기 나름이다. 지금 어떤 목소리의 주인공과 대화를 하고 계십니까?


  1. 누군들 자장가가 그립지 않으리 3/18/2013

    그는 시인이다. 필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다. 서른이 훨씬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었을 때에 ‘양귀비 씨앗만하다’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Views75120
    Read More
  2. 누구를 만나는가? 8/16/2014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 인생이 표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시원치 않은 사람인데 만남을 통해 삶이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참 신비롭다. 사람이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고 신을 만나면 신...
    Views67537
    Read More
  3.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5777
    Read More
  4.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40249
    Read More
  5.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61875
    Read More
  6.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7689
    Read More
  7. 노인의 3苦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
    Views56665
    Read More
  8.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9269
    Read More
  9. 노년의 아름다움 12/2/2013

    2013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숨 가쁘게 달려 오다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이제 곧 ‘2014년’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겠지.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분의 넋두리이다. 퇴직을 하자마자 소홀했던 ...
    Views65292
    Read More
  10.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6567
    Read More
  11.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6011
    Read More
  12.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3154
    Read More
  13.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4874
    Read More
  14.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5440
    Read More
  15.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58385
    Read More
  16.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2/7/2015

    장애를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그 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두 눈을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며, 언어구사도 안 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을 안...
    Views69450
    Read More
  17.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50012
    Read More
  18. 내 심장을 쏴라! 9/9/2013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
    Views63761
    Read More
  19.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59373
    Read More
  20.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78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