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0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심장-2.jpg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배의 소개로 정신병원장과 마주앉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폐쇄병동에서 생활을 하겠다.”고 했지만 원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환자들은 워낙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사람들인데 “나중에라도 환자가 아닌 작가인줄 알면 ‘우리를 속이고 탐색하러 왔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정 작가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사복을 입고 들어가 작가라는 사실을 밝히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격적인 허락이 떨어진다. 그녀는 “폐쇄병동”에 들어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면서 그들이 받는 프로그램을 받으며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첫날 병동에 들어갔는데 어떤 자매가 다가와 “엄마!”라고 불렀다. 얼마나 당황을 했겠는가? 알고 보니 그 환자는 ‘버킹검 공주’로 불리우고 있었다. 작가는 그날부터 졸지에 여왕이 된다. 공주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부르면 누구든 와야 했다. 사람들은 그날부터 “여왕님, 여왕님!”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 주었다.

작가는 못이기는 척 하며 “국민여러분의 사연을 들어 줄 테니까 다 이야기를 해라.”고 명령(?)을 내렸고 환자들은 마치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자신의 사연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약속한 한주간의 끝인 토요일이 되었다. 그날은 병원에 특별한 날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입금된 돈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배석보호사의 지시에 따라 줄은 둘로 갈라진다. 한 줄은 “사입금”을 소유한 환자들의 줄이고, 다른 하나는 연고가 없어 ‘사입급’조차 들어오지 않는 환자의 줄이다.

작가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번호를 부르면 ‘사입금’으로 음식을 산분들이 앞으로 나온다. 주문한 것을 가져가면서 한 조각씩(피자의 예)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사입금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에 구경만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십시일반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작가도 줄을 선 끝에 오징어 다리 하나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정신 줄을 놓고 사는 병원인 것 같지만 그곳에서도 약자를 위한 배려와 사랑이 계승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신병동하면 여기저기서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무질서한 장면만 연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도 사랑이 있고 질서가 있고 사람냄새가 나는 정이 있었다. 음식배식이 끝나자 술 대신 ‘쥬스’잔을 마시며 소박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인이 일어나 “은하철도 999”를 선창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합창을 하며 “기차놀이”가 시작되었고 작가도 앞사람의 어깨를 잡은 채 한참이나 돌며 춤을 추어야 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분들의 모습은 우리와 똑같았다. 병세가 도져 발병을 할 때는 몰라도 평상시 모습은 너무도 착하고 평범했다.”고. 그러면서 작가는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들이 정신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음을 깨닫는다. 정말 그랬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고 전혀 속일 줄도 모르며 살았기에 배신을 당해야 했다.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면역이 없는 분들이 그들이었다.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다. ‘버킹검 공주’가 다가오더니 “제발 내 한을 풀어 달라.”며 안겨온다. 작가는 대답을 못하고 돌아섰다.

운동장에 나와 걷고 있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3층 베란다에 환자들이 까맣게 붙어서서 “잘가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작가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병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멋진 내용의 소설을 써낸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25살 동갑내기 두 청년의 가슴 아린 사연이 오롯이 책에 담겨있다.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을 문턱에 선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 누구를 만나는가? 8/16/2014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 인생이 표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시원치 않은 사람인데 만남을 통해 삶이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참 신비롭다. 사람이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고 신을 만나면 신...
    Views67696
    Read More
  2.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5826
    Read More
  3. No Image

    누구나 생각나는 스승이 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홀로 선 인생이 어디 있으랴! 기억에서는 희미 해 가지만 어리디 어린 나이로부터 겹겹이 쌓여진 세월과 함께 나를 가르치고...
    Views590
    Read More
  4.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40361
    Read More
  5.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62065
    Read More
  6.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7726
    Read More
  7. 노인의 3苦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
    Views56814
    Read More
  8.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9366
    Read More
  9. 노년의 아름다움 12/2/2013

    2013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숨 가쁘게 달려 오다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이제 곧 ‘2014년’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겠지.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분의 넋두리이다. 퇴직을 하자마자 소홀했던 ...
    Views65517
    Read More
  10.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6720
    Read More
  11.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6079
    Read More
  12.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3240
    Read More
  13.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5153
    Read More
  14.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5482
    Read More
  15.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58514
    Read More
  16.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2/7/2015

    장애를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그 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두 눈을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며, 언어구사도 안 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을 안...
    Views69687
    Read More
  17.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50237
    Read More
  18. 내 심장을 쏴라! 9/9/2013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
    Views64076
    Read More
  19.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59534
    Read More
  20.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788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