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3:21

떠나가는 배  9/20/2010

조회 수 65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445870_orig.jpg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가에서 살았다. 태어난 곳은 전혀 강이 없는 “포천”이지만 8살 때부터는 경기도 “양평”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오가며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다. 나중에는 서울 “한강”을 바라보며 30년을 살다가 미국에 왔다. 강은 깊다. 고요하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 물결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강은 묵묵히 그 물줄기를 바다로 향한다. 우리는 그 강을 배로 건너야만 하였다. 뱃사공 아저씨의 노 젓는 솜씨에 경탄하면서 뱃전을 두드리는 물결소리를 벗 삼아 시원스런 강의 자태를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나루에 배가 당도하였다. 배가 건너편 뭍에 가까워지면 나를 마중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멋진 경찰복을 입으시고 자전거 옆에 당당히 서서 나를 기다리셨다.

그런데 때로는 손님을 배로 떠나보내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때가 되면 우리는 나룻 터까지 환송을 나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정이 많았던 것 같다. 이별이 서러워 눈물짓는 나를 안아주고 떠나가는 그 사람을 향해 배가 저만치 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떠나가는 배는 언제나 서글픔을 안겨주고 갔다. 이번 주간 갑자기 “떠나가는 배”의 아련함을 기억해 냈다. 잘 알지 못하지만 유명한 한분과 너무나 잘 알지만 자주 만나지 못했던 한분을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전자는 “옥한흠 목사님”(사랑의 교회 원로)이다. 한국에서 옥 목사님을 직접 만난 것은 “목회자 세미나”가 전부였다. 오히려 목사님이 쓰신 책과 영상을 통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목회를 할 때에 만난 그분의 저서 “고통에는 뜻이 있다”는 갈급한 시점에서 만난 시원한 한줄기의 생수였다.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영상설교를 들으며 얼마나 큰 위로와 도전을 받았는지 모른다. 날카롭지만 여린 마음을 가지신 목회자,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의 초석을 쌓은 분. 2년 전 필라 “복음화 대성회”에 강사로 오셨을 때 악수를 나누고 그분의 체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건강이 악화되셨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하시고 73세를 일기로 떠나가는 배에 오르셨다.

또 한분, 평생을 교사로 후학들을 양성하시다가 은퇴를 하신 후 따님을 사랑해서 필라델피아에 오셔서 사셨던 분. 밀알선교단을 사랑하셔서 매주 장애인들을 찾아와 친구가 되어 주시던 분. 우리는 평생 교직에 몸담은 그분을 “홍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분에게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다. 5년 전에는 아들을 미국으로 불렀지만 적응이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홍 선생님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시며 그 아들에게 사랑을 쏟았다. 몸이 쇠약 해 지시며 밀알선교단에도 나오지 못하시게 되었고 지병과 싸워야 하는 힘겨운 생을 이어가야 했다. 지난 주간,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님이 많이 위독하시다”는 전갈이었다. 달려가 만난 홍 선생님은 혼미한 중에도 나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어주셨다.

많이 미안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사실 때문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예수님 영접”을 확인하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장애를 가진 아들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하였다. 목회를 하면서 깨닫는 것은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위독해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운명하지 않는 광경을 많이 목격했다. “석이가 오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실 겁니다.” 위로 겸 확신에 찬 한마디를 남기고 병원 문을 나섰다.

그 말대로 한국에서 날아온 아들의 얼굴을 보고서야 그분은 명줄을 놓으셨다. 9월 첫날 새벽이었다. 향년 77세로 홍 선생님도 떠나가는 배에 오르셨다. 두 분 다 더 사실수도 있는 연세였는데 너무도 서둘러 배에 오르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관 속에 가지런히 눈을 감고 누워있는 홍 선생님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마지막 관이 땅속으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 휠체어에 앉아있던 아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의 관을 향해 아들은 흰 장갑을 낀 손을 좌우로 저었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 떠나가는 배를 향해 손을 저었을 때처럼.


  1. 어디요? 1/20/2014

    한 신사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묻는다. “어디요?” 요사이는 워낙 전화기 성능이 좋아서 ...
    Views69293
    Read More
  2. 여자와 거울 1/11/2014

    거울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두메산골에 사는 한 부인네가 서울로 일을 보러 가는 남편에게 “거울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남편이 사온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거울 속에 묘령의 여자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평...
    Views80213
    Read More
  3. 2014 첫 칼럼 행복을 이야기합시다! 1/4/2014

    새해가 밝았다. 처음 시작하는 시점은 사람들에게 뜻 모를 설레임을 준다. 해가 바뀌면 영어로 ‘Reset’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 ‘Reset’이 무엇인가?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Views66730
    Read More
  4. 세월, 바람 그리고 가슴으로 보낸다 12/30/2013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은 누구나 회상에 젖는다. 이민생활이 워낙 각박해서 그럴 여유조차 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해의 높이가 낮아진 만큼 햇빛이 방안 깊숙이 파고 들어와 좋다. 반면 그 낮아진 햇빛에 비친 산 그림자...
    Views61054
    Read More
  5. 36.5°12/23/2013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체온도 함께 올라가며 몸이 더워진다. 더운 여름날에는 체온이 최고조에 이른다. 몸은 살기위해 땀을 분비함으로 체온을 조절하려 애를 쓴다. 반면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에 소름을 일으켜 최대한 체온이 ...
    Views69841
    Read More
  6. 서로 다르기에 12/16/2013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이 TV 영상을 시청하는 방법이 다양화 되고 있다. 이민생활이 얼마가 되었든지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고국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드라마나 영상 속에서 저만치 사라져가는 옛 정취를 더듬으려 한다. 문제는 TV 매...
    Views61335
    Read More
  7. 기분 좋은 상상 12/9/2013

    평생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장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꿈이요, 기적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장애인들은 평생 꿈으로 바라보며 산다. 삼중고(시각, 청각, 언어장애)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던 헬렌켈러의 ...
    Views63625
    Read More
  8. 노년의 아름다움 12/2/2013

    2013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숨 가쁘게 달려 오다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이제 곧 ‘2014년’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겠지.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분의 넋두리이다. 퇴직을 하자마자 소홀했던 ...
    Views64510
    Read More
  9. 태초에 옷이 있었다 11/25/2013

    하나님은 태초에 사람으로 하여금 옷 없이 살 수 있도록 창조하셨다. 그분이 지으신 에덴동산은 완벽한 파라다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가 범죄 한 후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만든 최초의 옷은 무화과나무 잎이었다. 사랑 많으신 하나님...
    Views69995
    Read More
  10. 소향은 역시! 11/19/2013

    소향은 역시 디바였다. 지친 모습으로 필라에 당도하였지만 무대에 오른 그녀는 최고의 가창력을 발휘하며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11월 2일(토) 밀알의 밤의 막이 오르는 시간이 다가오며 수많은 인파가 밀려들어왔다. 소향이 리허설을 하는 시간에 애빙톤 하...
    Views62146
    Read More
  11. 쪼잔한 이야기 11/10/2013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
    Views71425
    Read More
  12. 실수가 아니란다! 11/4/2013

    임마누엘교회(김태권 목사 시무)에서 개최하는 “새생명축제”의 강사로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혜의 자리에 동참하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인 부모님 밑에서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심히 어려웠...
    Views63639
    Read More
  13. 하늘·단풍 그리고 “소향” 10/28/2013

    하늘이 높다. 한밤중 잠결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와 더불어 가을의 향취가 후각을 훑는다. 며칠 가을비가 내리더니 가슴이 시원하도록 하늘이 높아만 간다. 하늘은 신비하다. 가슴이 답답할 때에 하늘을 바라보면 잠시라도 시원해지면서 마음씀씀이가 넓어...
    Views77259
    Read More
  14. 바람이 되고싶다 10/21/2013

    40대 초반 가을이었다. 다일 영성수련원(원장:최일도 목사) 경축전 ‘특송’을 부탁받고 경기도 양평 옥천을 거쳐 설악 뒷산을 차로 질주하고 있었다. 산마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각양각색의 영롱한 단풍이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케 했다. 차창에 ...
    Views63984
    Read More
  15. 엄마는 엄마다 10/14/2013

    나에게도 어머니가 계셨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13년 전, 그 분의 시신이 땅속에 내려가는 그 순간에도 나는 “엄마”를 목 놓아 불렀다. 성도들이 다 지켜보는데도 말이다. “어머니”하면 너무 거리가 느...
    Views67781
    Read More
  16. 귀성 이별 10/7/2013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한국에 있었으면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끝없는 대화를 나누며 보름달의 장관을 감상했을 것이다. 성큼 커버린 조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고향 곳곳을 거닐며 세월의 흐름 속에 퇴색되...
    Views64863
    Read More
  17. 가을 피아노 9/30/2013

    내 생애에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했다”가 아닌 “배우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였음을 의미한다. 고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차려놓은 ...
    Views70952
    Read More
  18. 세월아 너만 가지 9/23/2013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그렇게도 무덥던 날들이 이렇게 맥없이 꺾일 줄이야. 새벽에 창문을 열면 신선한 바람이 상쾌함을 안겨 준다. 그렇게 영적인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연다. 9월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아마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젊은 날...
    Views65874
    Read More
  19. 아내가 대들면 나는 돌아요 9/16/2013

    한국에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만난 한 가정의 이야기이다. 잔뜩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술을 한 잔 걸친 것도 같다. 나이는 얼핏 40대 후반은 된 것 같은 남자가 찾아왔다. 우선 “과거 탐사 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는 질문을 던진다. “나...
    Views63400
    Read More
  20. 내 심장을 쏴라! 9/9/2013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
    Views627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