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80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인생의 짐.jpg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동네 마당으로 나가면 웬지모를 설레임이 가슴에 밀려왔다. TV, 흥미를 유발할 변변한 도구도 없던 그 시절에는 자연이 우리의 품이었다. 달이 밝은 때는 달빛을 벗 삼아,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캄캄함을 받아들이며 다채로운 놀이를 즐겼다. 어깨동무를 하고 온 동네를 돌며 아이들을 모으고, 남녀 구별없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던 그 시절이 내어밀면 손에 잡힐듯하다.

 

  나는 경찰 아버지를 둔 이유 하나로 초등학교를 5곳이나 옮겨 다녔다. 정들면 헤어지던 그런 환경 속에서도 가슴의 정겨움을 잃지 않은 것은 항상 나무와 들과 산을 쏘다니며 뒹굴었던 덕분인 것 같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람은 언젠가, 어디에서든 다시 만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까맣게 잊혀졌던 그 누군가를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 칠 때에 감격이 인생길에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서 그 얼굴에 삶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음도 발견한다. 성숙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낯선 느낌이다.

 

  누구나 등에 견디기 힘든 짐을 지고 살아간다. 그 무게를 감당하다보니 자신이 변해가는 것조차 감지하지 못하며 나이가 들어간다. 짐이 없는 인생은 로망일 뿐이다. 등에 짐이 있기에 세상을 바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버겁기도 하지만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이제 와 돌아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해준 귀한 선물이었다. 등에 짐이 없었다면 사랑을 몰랐을 것이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게 되었다.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다. 성숙의 경지로 끌어가기도 한다. 내 등에 짐으로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깨달았다.

 

  평생을 아프리카 선교에 헌신했던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어느 모임에서 자신의 숨겨놓았던 가정사를 밝혔다. 어느날, 집을 나가버린 방탕한 아들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크나큰 아픔이요, 고통이었다. 하지만 리빙스턴의 연설은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를 거역하고 세상 길을 가버린 그 아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늘 남들 앞에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어려움을 당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아프리카 선교에 최선봉에 섰던 그에게도 아프고 무거운 짐이 있었던 것이다.

 

  배를 운항할 때에 반드시 밑바닥에 채워 넣는 물이 있다. 이것을 평형수’(ballast water)라고 한다. '평형수'는 외부의 조류나 파도에 의해 배가 심하게 흔들릴 때 복원력을 발휘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평형수를 넉넉히 채운 배는 외부 충격으로 선체가 기울어도 원 상태로 재빨리 복원되지만. 평형수가 부족하면 배가 중심을 잃고 뒤집어지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인생은 먼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항해 도중 험한 조류와 파도를 만나거나 가족 중에 사고를 당하거나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기도 한다. 그런 일로 내 삶의 배가 전복되지 않으려면 미리 평형수를 채워두어야 한다. 나에게 기쁨의 '평형수'가 충분하다면 고난의 위기에서 삶을 추스릴 수 있을 것이다.

 

  내 등에 짐이 있는 것이 당장은 힘들고 괴로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를 나되게 한 소중한 멍에임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살아갈 힘은 외부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 삶에 크고 작은 근심거리들이 당장은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지만 어쩌면 내 인생을 지탱해 주고 균형을 잡아주는 선박 평형수일 수도 있다. 따라서 내 등에 짐이 커다란 은총임을 깨달아야 한다.

 

 

 

 

 

 


  1.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8806
    Read More
  2.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8596
    Read More
  3.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8447
    Read More
  4.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8295
    Read More
  5.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8208
    Read More
  6.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8137
    Read More
  7.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8052
    Read More
  8.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8046
    Read More
  9.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7894
    Read More
  10.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7874
    Read More
  11.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7791
    Read More
  12.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7745
    Read More
  13.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7660
    Read More
  14.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7540
    Read More
  15.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7487
    Read More
  16.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7291
    Read More
  17.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7256
    Read More
  18.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7058
    Read More
  19.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6849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67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