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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12

가을 그림 11/2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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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깊은 것 같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필라델피아는 극한 상황을 넘기며 전기사정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주 동부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뉴저지 지역은 전기는 고사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과학과 문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했다고 하지만 전기가 끊어지면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현격하게 실감한 시간이었다.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없이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태풍에 후유증을 뒤로 한 채 지난 금요일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기도하며 소개했던 산호세 총각 스티브와 필라 자매의 만남이 속도를 내더니 양가 부모님의 명쾌한 합의로 혼인 날짜가 잡히게 되었고 결혼식 주례의 영광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태풍의 여운이 남아 뒤숭숭한 동부와는 달리 서부 산호세의 하늘은 얄미울 정도로 화창했다. 예식이 거행되는 미국교회 예배당은 가을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웠고 시간이 되자 300여명의 하객들이 자리를 메웠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신랑 신부의 환한 미소가 이미 예배당을 흥분으로 일렁이게 했고 환상의 결혼예식이 진행되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었다. 모든 상황을 초월하여 진실한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 신혼부부였기에 그들의 작은 약점까지도 영롱하게 아름다웠다. 주례자로서 그들 부부를 가슴에 품고 평생을 기도하기로 다짐했다. 워낙 주위에서 기도해 주는 분들이 많기에 그들 부부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 해 본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흔히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 하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왜 그런 속설이 나온 것일까?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신비하다는 것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여자의 마음을 아는 이가 있을까? 나는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자랐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여자에 대해 익숙해 질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제와 여자는 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김소월 시집”을 만났다. 김소월은 많은 여자를 만난 느낌을 그의 탁월한 필체로 시에 담고 있었다. 소월이 쓴 여자들에 대한 내용의 시를 대하며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자의 특징은 단순성이다. 여자들처럼 복잡하지 않다. 쇼핑몰을 찾은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 목적을 향해 돌진한다. 그래서 쇼핑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여자는 다르다. 예를 들어 7층이 내가 사야할 물건이 있는 매장이라면 1층부터 훑으며 올라간다. 그러니 쇼핑하는데 한나절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증된 학설은 아니지만 남자가 삶의 무료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나님은 여자를 신비한 존재로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가을은 남자를 닮았다. 여름은 젊음이 언제까지나 푸르를 것 같은 착각을 심어준다. 하지만 그 초록이 지쳐가는 계절이 오고야 만다. 가을은 단풍의 현란함을 드러내며 완숙함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을이야말로 인생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때가 아닐까?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깃을 ‘바짝’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은 채 마냥 걸어 다니던 가을의 추억이 있는가? 가을의 공기는 습기를 머금지 않아서 좋다.

타는 듯한 빠알간 단풍잎도 정이가지만 역시 노오란 단풍잎이 가을의 정취에 취하게 한다. 나는 서울 중곡동에서 목회를 했다.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린이 대공원을 출입하는 일이 잦았다. 후문 쪽에서 쏟아지던 은행잎에 장관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노오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누가 같이 가는 것도 아닌데 그 은행잎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공중에 날려 본 적이 있는가? 눈을 감으면 그 가을그림이 영상처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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