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02.10 10:58

어른이 없다

조회 수 52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였다. 아버지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가정을 이끄는 모습도 있었지만 생활력도, 모범도 보이지 못하면서 강압적인 부권을 행사함에도 다들 그러려니하며 그분을 중심으로 가정이 꾸려져갔다. 하기에 어른은 무조건 존경해야하고 실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의식으로 스승을 임금이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예우하며 성장하였다.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에도 어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줄 알고 도를 넘지 않는 태도를 취하며 살았다. 하지만 근대화시대가 열리고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세상이 변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서는 안개처럼 날아가 버린지 오래다. 요사이 아이들의 체격은 나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양호하다. 따라서 사고를 치는 나이가 점점 하향화되어 감에도 소위 촉법 소년(14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벌을 받지 않는다)의 위력은 공감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담뱃불을 끄라!”며 나무라는 엄마 나이의 여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일부터, 차를 절도하여 몰고다니다 사고를 내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지며 눈꼴사나운 일을 보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인 것처럼 포장되어 지는 세상이다.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지도자를 향한 거친 언사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가정마다 자녀들이 그득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때이기에 부모들은 오로지 부양에만 매어달려야 했다. 학교 선생님에게 교육을 맡기고 조금 엄한 태도로 훈육을 해도 그냥 용납했다. 이후 핵가족 시대가 열리면서 자녀는 곧, 부모라는 공식이 탄생한다. 귀하다보니 누구라도 자식을 건드리면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내 아이를 심하게 다룬다는 느낌이 오면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세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인권이라는 명목하에 절대적 교권이 무너진지 오래이다. 선생님을 감히 이라고 줄여부르며 친근감을 나타내는 선을 넘어 오히려 교사가 학생의 눈치를 보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꾸중하는 어른이 없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은 아이들의 천국이다.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유명 업체 옷차림에 값비싼 전자 제품으로 아이들 입맛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누워 자도 깨우지를 못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도 꾸중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국방의 의무를 감당해야 할 군인들조차 훈련이 고되다” “식단의 질이 떨어진다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원을 올린다. 군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하여 수시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이 가능한데다가, 계급을 떠나 선임 병사를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하니 가장 엄격해야 할 군기도 흔들리고 있다.

 

  진정 세대가 어긋나고 있음에도 따끔하게 나무라는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다. 소위 MZ 세대를 이해해 주고 비위를 챙기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못 본 척하거나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현명한 처세술이라고 한다. 괜히 젊은이들에게 훈계 투 말을 할라치면 꼰대질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보아도 못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가장 어른스러운 행동처럼 되어 버렸다.

 

  돌아보자.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무려 19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스승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교사(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철저한 행동의 원칙이 있었기에 내 삶에 약이 된 듯하다. 경우에 어긋나는 태도에 나무람과 체벌이 주어졌기에 반듯하게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집에는 부모가 있었고, 학교에는 선생님이 있었고, 마을에는 동네 어른이 있었다. 어른이 없기에 정치도, 사회도, 가정도 혼잡스러워만 간다. 결정적으로 질서를 잡아줄 어른이 없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어른이 사무치게 갈급한 세상이다

 


  1.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602
    Read More
  2.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598
    Read More
  3.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396
    Read More
  4.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83
    Read More
  5.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82
    Read More
  6.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87
    Read More
  7.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615
    Read More
  8.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90
    Read More
  9.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76
    Read More
  10.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592
    Read More
  11.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646
    Read More
  12.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457
    Read More
  13.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72
    Read More
  14.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507
    Read More
  15.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616
    Read More
  16.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52
    Read More
  17.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92
    Read More
  18.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81
    Read More
  19.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708
    Read More
  20.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9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