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8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누구나 태어나면 자녀로 산다. 부모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그늘 아래에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을 속타게 하며 자라난다. 장성하여 부모가 되고 나면 그분들의 노고와 사랑이 가슴에 저민다. “, 그때 우리 엄마(아빠)의 마음이 그랬겠구나!” 어린 모습 그대로일지 알았는데 어느새 가정을 꾸미고 자식을 키우는 모습속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한다. 귀엽고 앙증맞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어엿한 엄마로 아가의 칭얼거림을 달래는 모습이 대견하다.

 

  요사이 젊은 부부들을 본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고상하다. 절대로 나무라거나 면박을 주지 않는다. 타이르고 차분히 설득한다. 부럽다. 한편 부끄럽다. 우리 세대는 부모의 롤모델이 없었다. 엄마는 오로지 집안일에 매진하는 안사람이었고, 아버지는 늘 바쁘셨다. 진정 바깥양반이었다. 엄마와 있으면 편안했지만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면 행동거지가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요사이 젊은 아빠들은 다정다감하다. 외출을 하면 짐과 아이들을 모두 떠맡는다. 기세등등하던 아버지 상은 훨씬 부드러운 이미지로 바뀌어졌다.

 

  이미 출가한 아이들을 보면 그래서 미안하다. 젊은 아빠는 목회를 한다는 핑계로 새벽예배에 나가면 온종일 교회에서 지냈다. 심방을 하고 전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간혹 친구 목사들 모임이 있을때면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다녀왔다. 아이들은 언제 집에 오느냐?”고 전화를 해댔고 빨리 씻고 자라고 소리만 질러댔다.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목말라할때에 나는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가족모임을 가질 때 가끔 아이들이 자신들은 방관의 존재였다는 말을 한다. 가만히 듣기만한다. 때로는 미안하다라고 한다. 나이가 드니 애비가 해준일이 솔직히 하나도 없다. 누구처럼 등록금을 대준적도 없고, 공부할때에 곁에서 학습을 도와준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불평없이 잘 자라준 것이 고맙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수한 회사에 취업하여 꿈을 펼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좋은 믿음의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주니 더 바라는 것도 없다. 하지만 따져보면 그 누구가 자식 앞에 당당할 수 있을까? 젊을때는 자식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 생활에 쫓기고 사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고, 가족부양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보니 아이가 아이가 아니다. 이제 부모의 손길을 벗어난 세대에 가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훨훨 짝을 찾아 날아간다. 효성스러운 자녀들도 많이있지만 나이가 들어 자식들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사는 부모의 마음을 그들은 얼마나 헤아릴까?

 

  자식은 내 맘대로 안된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게 하기위해 하나님이 자식을 주셨다는 말도 있다. 어리면 어린대로 서서히 자라가며 사춘기에 접어들어 성장통을 겪을 때는 어디까지 개입하며 돌보아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리고 청년, 사회인,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자식들을 부모는 평생 가슴앓이를 하며 지켜보아야만 한다. 부모는 누구나 자식이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산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모든 자녀가 그렇게 평탄하게 살아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을 방문했다가 충격적이 소식을 접했다. 옛날 내가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 당시 담임 목사의 장남은 장로가 되어 그 교회를 충성되이 섬기고 있다. 그런데 그의 차남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였다. 나이가 31. 가슴이 탁 막혀왔다. 고이 길러온 아들을 잃고 중직인 그가 너무 가슴이 아파 교회도 나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었다. 얼마나 처절한 이야기인가?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남은 날을 자식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부부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뚝뚝하던 아버지가 아들이 집영통보를 받고 연병장으로 들어갈때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타주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들의 짐을 기숙사에 풀어주고 작별 허그를 나누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부모는 흐느껴 울게 된다. 자식은 소중한 선물임이 틀림없지만 평생 가장 큰 무게로 눌러오는 저울인 듯 하다.

 

 


  1.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814
    Read More
  2.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832
    Read More
  3.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834
    Read More
  4.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636
    Read More
  5.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642
    Read More
  6.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740
    Read More
  7.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730
    Read More
  8.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832
    Read More
  9.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742
    Read More
  10.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885
    Read More
  11.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813
    Read More
  12.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875
    Read More
  13.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648
    Read More
  14.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870
    Read More
  15.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697
    Read More
  16.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831
    Read More
  17.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962
    Read More
  18.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509
    Read More
  19.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694
    Read More
  20.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504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