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6.16 16:27

광화문 연가

조회 수 462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정동.jpg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어드는 매력이 있었다. 요사이 가요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그리고 너무 표현이 노골적이고 감각적이다. 역시 노래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다. , 리듬, 편곡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이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젊다, 고로 표현할 뿐이다.”이다.

 

  우리 시대에는 가요 장르가 공존했다. 보컬그룹과 일반가요가 활시위를 당기듯이 경쟁하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요란한 락(Pock)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 있는가하면 트로트, 발라드, 재즈 음악이 한마당에서 어우러졌다. 나는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고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고교시절에 가장 많이 맴돌았던(?) 곳은 명동이었다. 코스모스 백화점으로 시작하여 중앙극장 옆구리를 돌아 나오는 코스에는 많은 사연이 뿌려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광화문은 늘 동네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만난 국제극장의 위용은 대단했다. 1,800석의 극장은 벌린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에 가서 그곳을 지날때면 광화문 근처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짜장 떡복이가 맛있었던 분식집, 덕수제과,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책방, 그리고 조금은 저렴하게 LP판을 살 수 있었던 레코드 가게까지 그때 광화문은 7080세대의 허브였다.

 

  광화문을 오른쪽으로 바라보고 올라가면 MBC 방송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타고 돌면 잠시 시간이 멈춘듯한 정동으로 진입한다. 아련하게 파고드는 적막이 왜 그리 좋았던지? 그렇게 한참을 돌아가면 덕수궁 돌담길로 이어지는 정취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명소였다. 그런데 그 추억은 언제나 노래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잊고 있다가도 노래를 듣게 되면 영사기 필름이 돌아가듯 추억이 되살아난다. <광화문 연가>란 노래가 나에게 주는 역사의 선물이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로 이어지는 <광화문 연가> 왜 이리 세월은 빨리 지나갔는지? 교복을 입고 거닐던 그때로 한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무척이나 행복 할 텐데.

 

  너무도 변해버린 서울 한켠에서 <광화문 연가>는 그래도 우리 세대의 추억과 아픔을 되새김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내가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때는 조금은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은 우리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풍속화 그림이 재미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몰랐던 실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 역시 이제는 흰머리가 전혀 낯설지 않은 세대에는 성스러운 추억을 되뇌일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노래란 그저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억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 가사가 내 인생임을 깨달으며 놀란다. “인생은 미완성, 기타하나 동전 한닢, 하숙생, 만남, 사랑으로주옥같은 가사가 심오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노래를 들으며 그 시간으로 잠시 생각여행을 떠난다. ‘그래,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지? 아팠지만 행복했던 청춘이 나에게도 있었지?’ 허공을 쳐다본다. 헛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도 멋지게 살았다. 그래도 아직 내게 열정은 있다. 가요의 한 귀절에도 돌아갈 고향이 있는 나는 부자 중에 부자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행운아다.

 


  1.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586
    Read More
  2.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577
    Read More
  3.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383
    Read More
  4.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66
    Read More
  5.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76
    Read More
  6.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82
    Read More
  7.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610
    Read More
  8.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88
    Read More
  9.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75
    Read More
  10.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588
    Read More
  11.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646
    Read More
  12.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455
    Read More
  13.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69
    Read More
  14.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504
    Read More
  15.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613
    Read More
  16.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49
    Read More
  17.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87
    Read More
  18.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77
    Read More
  19.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707
    Read More
  20.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8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