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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시카고 밀알선교단 단장 김산식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6월에 있는 “<시카고 밀알의 밤>에 메인게스트로 출연해 달라.”는 전화였다. 가슴이 벅차왔다. 우리 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지만 “밀알의 밤”에는 결코 아무나 설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밀알의 밤 무대에 초대를 받은 것 자체가 나에게는 과분하지만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세월은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간간히 준비를 해왔지만 어느새 6월이 깊어가면서 시카고 밀알의 밤 출연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날씨는 가을의 청명함처럼 상쾌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예향 기독교 TV” 방송국으로 향했고 녹화에 들어갔다. 따가운 조명을 받으며 카메라 앞에서 짤막한 간증과 찬양을 곁들이며 “밀알의 밤”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시카고는 한인사회의 층이 두터웠다. 그것은 다음날 아침 <시카고 기독교 방송국>의 인터뷰에서도 실감한 내용이었다. 순수기독교 방송국과 일반 방송국이 있어서 어디서나 채널만 맞추면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까지 했다.

토요일(23일) 새벽에는 “시카고 한인교회” 강단에서 말씀을 증거하며 많은 성도들은 만났다. 담임이신 서창권 목사님은 필라 임마누엘 교회를 8년이나(부목사) 섬기셨던 분으로 누구보다 필라델피아를 잘 알고 계신 분이라 마음이 편했다. 새벽에 드려지는 예배에 하나님은 잔잔하지만 뜨거운 은혜를 부어주셨다. 예배를 마치고 찾아간 교회는 너무도 유명한 “윌로우크릭교회”였다. 2002년 처음 교회를 방문했는데 꼭 10년 만에 본당에 들어가 머리를 숙였다. 강단에 올라가 “할렐루야!”를 크게 외쳤다.

오전 10시에는 시카고 밀알선교단 장애아동들에게 설교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시카고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있었고 그 곁에는 가족처럼 그들을 돌보는 봉사자들의 따스함이 있었다. 장애 아동들의 순수한 찬양을 그분은 기뻐 받으시리라, 역시 밀알은 어느 곳에서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들이었다. 밀알이 있기에 장애인들은 행복해 했다.

6월 24일(주일) 오후 4시. 시카고 복음 장로교회(박선동 목사 시무)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시카고 밀알 단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시카고 밀알의 밤”의 막이 올랐다. 찬양 팀의 인도로 분위기는 달궈졌고 그분을 향한 다채로운 순서가 차분히 올려졌다. 장애인들의 ‘수화찬양’은 모여온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서투른 ‘핸드벨 연주’는 밀알의 밤을 정점으로 치닫게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무대 중앙에 섰다. “내 주의 은혜 강가로” 찬양으로 문을 열었다. 5곡의 찬양을 이어가며 간증을 했다.

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나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 내야만하였다.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를 입게 된 사연부터 어린 시절에 동네를 지날때면 집요하게 나를 놀려대던 아이들로 인해 힘들어 했던 일. 12년 동안에 체육시간과 고교시절 교련시간에는 홀로 교실을 지키며 친구들의 모습을 쓸쓸히 지켜봐야 했던 일. 간경화로 일찍 세상을 떠나가신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이 급전환되며 신학도의 길을 걸어가게 된 이야기를 찬양과 함께 이어나갔다. 시간이 흐르며 내 눈가는 점점 젖어들었고 모여온 청중들도 함께 울며 감동을 받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중에서도 나이 드신 권사님이 다가와 하는 말 “목사님, 오늘 은혜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사실은 제 밑에 남동생이 소아마미 장애인이랍니다.” 나는 ‘성큼’ 다가가 권사님을 끌어안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동병상련”때문이었으리라!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돌아보니 견디기 힘든 아픈 시간들이었다. 그 시련을 지나 이제는 웃을 수 있음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한다.

많은 분들과 받은 은혜를 나누며 시카고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날들이 너무도 아팠지만 이제는 그 눈물이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음이 감사하다. 장애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닐지라도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지금처럼 “상처 입은 치유자”로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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