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54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9724224_orig.jpg

 

 

장애인들이 아무 차별 없이 취업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그래서 장애가 전혀 인생살이에 장애가 안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2010년 가을. 8년 만에 한국에 나가서 놀란 것은 곳곳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동사무소 <장애인 창구>에 지적장애 자매가 일을 보고 있었다. 말은 약간 어눌했지만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안내해 주었다. 밀알선교단 산하 “김포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우들을 만났다. 평소에는 주위가 산만하던 친구들이 단순 노동에 해당되는 옷걸이 제작에 집중하고 형광등 콘센트를 끼우느라 애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귀하고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낙방한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같은 처지에 친구들은 재수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떠거머리 20대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는 길이 보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하시던 부모님도 시간이 지나며 한숨이 깊어가셨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수는 꿈도 꾸지 못했고 70년대에 장애인들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취업을 위해 몇몇 곳을 찾아갔지만 장애인(당시에는 ‘불구자’)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딱지를 맞으며 내 가슴에는 피멍이 들어갔다.

나는 정말 백수였다. 갈 곳도 할 일도 없었다.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았고 나설만한 용돈도 내게는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따사로운 봄볕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가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내 젊음은 희미하게 시들어 갔다. ‘의리’를 찾으며 서울 시내를 쏘다니던 고교 동창들의 우정도 서서히 색이 바래갔다. 딱한 내 사정을 들은 사촌형님이 취업 자리를 알선해 주었다. 하지만 찾아간 사당동 남성극장 건너편 “소금공장” 마당 근처를 서성이며 끝내 사무실 문을 열어 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또 거절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때문이었다. 담장 옆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을 눈 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훗날 나는 공교롭게도 사당동에 있는 신학대학에 입학을 한다. 학교를 오가며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그 “소금 공장”을 지켜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는 재개발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말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능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그 시절은 나에게 너무 가혹한 세월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도 이제는 장애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일을 하며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틈새가 많아진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SK그룹 행복나래(주)는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만든 연매출 1,25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나래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 중에 모자를 만들고 있는 <D사>는 장애인을 30여명이나 고용하고 있다. 직원의 장애인 비율이 70%나 된다. 한 개의 모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18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 장애인들이 한몫을 감당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관리를 맡고 있는 한 ‘지적장애인’은 불과 몇초만에 하자(瑕疵:불량품)있는 제품을 골라내는 눈썰미를 발휘한다.

국산 밀과 쌀만을 사용해 쿠키를 만들고 있는 <W사>는 직원의 80%가량이 장애인이다. 어느새 11년의 역사를 이어온 회사(경기도 고양시)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있다.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글귀이다. 이 회사는 자나깨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동료로서 동고동락하겠다는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해 이런 글을 내걸었다고 하였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다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돈을 벌어도 이렇게 멋있게 버는 기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애인들은 능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꾀를 피울 줄 모른다. 성실하다.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1. 얄미운 12월의 손짓 12/18/2012

    12월이다. 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우연히 집에 들른 사촌형이 “지금은 세월이 안가지? 나이 들어봐라. 세월이 점점 빨라진단다.”고 말할때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무료한 날들이 많았기에 어서 세...
    Views74658
    Read More
  2. 아버지의 마음 12/8/2012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살갑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때에는 감히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저만치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Views62318
    Read More
  3. 가을이 간다 12/1/2012

    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해지더니 이내 차가운 가을의 입김이 매섭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다. 다행히도 태풍에 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색깔바랜 단풍들이 가녀린 손짓을 하며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은 습도가 없어 좋다. 상쾌한 ...
    Views70448
    Read More
  4. 가을 미소를 만나다 11/22/2012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하던 밀알의 밤이 가까워오는 지난 수요일(7일) 나는 뉴욕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밀알의 밤에 출연하는 두 자매가 JFK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 뉴욕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박 목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뉴...
    Views68901
    Read More
  5. 가을 그림 11/22/2012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깊은 것 같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필라델피아는 극한 상황을 넘기며 전기사정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주 동부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뉴저지 지역은 전기는 고사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
    Views73380
    Read More
  6. 밀알의 밤 “가을 미소”에 초대합니다! 11/8/2012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스산함을 느낀다. 필라델피아가 좋은 이유는 이맘때면 맞이하는 가을이 너무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형형색색의 단풍이 나풀거리며 차창에 내려앉는다. 코발트색깔의 가을 하늘과 때마침...
    Views61696
    Read More
  7. 가리방을 아시나요? 11/8/2012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장 흔한 인쇄술을 ‘가리방’이었다. 아니 다른 대안이 없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가리방’은 일본 말인 듯 하고 사실은 “등사기”라고 해야 맞는 어법이다. 하지만 글의 맛이 살리기 위해 ...
    Views82543
    Read More
  8. 생각의 힘 10/29/2012

    사람이 미물보다 우월한 것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나약한 존재지만 ‘생각’을 하기에 위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생각을 통해 꿈을 이루고 ...
    Views63811
    Read More
  9. 34살, 여자들의 사춘기 10/29/2012

    ‘30대’하면 20대의 어설픔을 넘어서서 완숙을 향해가는 아픔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에게 30대는 군대를 다녀오고 갓 결혼을 하는 시기라 할 수 있지만 여성은 이미 아이 둘 정도는 키우면서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가는 때이다...
    Views77638
    Read More
  10. 행복한 수고 10/29/2012

    이왕이면 건강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심정은 부모라면 똑같은 바램이다. 하지만 인생이 사람의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분들이 장애아동을 가진 학부모들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부부에게 장애아가 태어 났을때에 그 충격은 당사자가 아...
    Views66345
    Read More
  11. 일곱번째 방향 10/3/2012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신께서 이 세상을 처음 지을 때에 원래는 일곱 방향을 만드시기로 했다. 먼저는 보이는 ‘동, 서, 남, 북, 위, 아래.’ 그렇게 여섯 방향을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한 방향을 어디에 둘까?...
    Views65367
    Read More
  12. 재미 좋으십니까? 10/3/2012

    사람들이 만나면 나누는 인사안에는 복잡한 복선이 깔려있다. 미국사람들은 만나면 “Good morning” 혹은 “How are You?”라고 묻는다. 참 여유가 있고 멋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옛날에는 주로 “밤새 안녕하셨습니까?&rdqu...
    Views78447
    Read More
  13. 강남 스타일 9/23/2012

    요사이 한국에서뿐 아니라 한류의 흐름을 따라 해외로 번지고 있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다. 전자 악기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비트를 강하게 넣고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노래이다. 가사도 중간 중간...
    Views78878
    Read More
  14.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 9/23/2012

    장애인들이 아무 차별 없이 취업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그래서 장애가 전혀 인생살이에 장애가 안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2010년 가을. 8년 만에 한국에 나가서 놀란 것은 곳곳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을 하고...
    Views65450
    Read More
  15. 미소로 세상을 빛나게하라! 9/5/2012

    사람이 세상 무엇보다 위대한 것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에게도 표정은 없다.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들고 핥아댈 뿐이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시시각각 표정이 바뀐다. 강렬한 태양빛을 만나면 얼굴을...
    Views62114
    Read More
  16. 뒷곁 풍경 9/4/2012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오붓한 장소가 있다. 바로 내가 살던 시골집 뒷곁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타리가 있었다. 지금 같은 견고한 시멘트나 벽돌이 아닌 나무로 엮은 울타리였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
    Views63693
    Read More
  17. 올림픽 향연 8/20/2012

    장장 17일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런던 올림픽”이 대단원에 막을 내렸다. 사람은 참 영리하다. 어떻게 그런 다양한 운동 경기를 만들어 내고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150여 개국의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올림픽을 열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
    Views65363
    Read More
  18. 아내의 빈자리 8/20/2012

    항상 곁에만 있던 아내가 한국에 갔다. 10년 만에 고국방문이다. 무려 한 달간의 일정을 잡고 둘째와 함께 떠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아이가 떠나는 날에 한국에서 네 명의 손님들이 우리 집에 당도했다. 한국 밀알의 단장들이었다. 적적해 질 수 밖...
    Views63497
    Read More
  19. 감동의 우물 사랑의 캠프 8/20/2012

    장애인들은 일 년 동안 이날을 기다린다. 미주 동부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은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캠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언제나 그렇듯이 친근한 인사가 오가고 가족처럼 포근한 대화가 우물을 감동으로 일렁이게 하면 ...
    Views71038
    Read More
  20. 오늘도 이 길을 가리라 8/4/2012

    20대에 소명을 받고 신학도의 길에 접어들어 젊은 31살 나이에 목사가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학을 거쳐 신학대학원에 들어 가보니 늦깍이 신학생들이 많았다. 동생뻘 되는 학우들 틈에서 만학도의 길을 걸어가느라 애를 쓰던 동기들의 모습이 참 안쓰...
    Views649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