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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하던 밀알의 밤이 가까워오는 지난 수요일(7일) 나는 뉴욕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밀알의 밤에 출연하는 두 자매가 JFK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 뉴욕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박 목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뉴욕에는 주유소가 거의 영업 정지 상태이기에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인데 이 목사가 공항에 오는 길에 Gas 5겔론 정도만 사다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우리가 사는 필라델피아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친구의 전화를 받고 뉴욕, 뉴저지에 절박한 상황이 그려지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부랴부랴’ Gas를 담을 통을 준비해야 했고 나의 우선 행선지는 공항이 아닌 친구 목사의 집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2시간을 운전하는 동안 휘발유 냄새를 맡아 머리가 ‘지끈’거리고 자동차 안은 온통 휘발유 냄새가 배어버렸다. 하지만 내가 배달해 준 Gas 통을 반갑게 받아들며 환해지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연거푸 “고맙다”는 친구의 말을 뒤로하고 공항으로 내달았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이내 함박눈이 퍼붓더니 강풍이 몰아치며 부실한 몸을 ‘휘청’이게 만들었다. 이내 저만치 출구를 나서는 아리따운 두 자매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주차장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음에도 “하귀선”자매는 제대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폐가 안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보행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치명적인 줄은 몰랐다. 차에 오른 자매는 옆에 있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진정을 되찾았다. 다행히 국악을 하는 “현미”자매는 건강해 보였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함께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친자매처럼 가까워진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다. 밀알의 밤을 위해 먼 길을 왔고 우리는 오래전에 만난 사람들처럼 금세 친숙해져갔다.

솔직히 나는 국악에 대해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밀알의 밤 에서 소리꾼 “현미”자매의 판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감회에 젖어들었다. 자매가 들려주는 “심청가”에 빨려들며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을 느꼈다. 시각장애인 심학규가 죽은 줄 알았던 “청이”의 음성을 들으며 눈을 뜨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설움이 올라왔다. “아, 내가 아버지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판소리를 통해 우리 고전의 진국을 맛보는 축복을 받았다. 전주대사습놀이 경연에서 국무총리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농익은 판소리는 연세가 지긋한 분들의 눈시울까지 뜨겁게 달구어 놓았다.

“하귀선” 자매가 무대에 올랐을 때에 사람들은 그녀의 환한 미소에 이미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하귀선은 낭랑하면서도 청중을 사로잡는 화술의 소유자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무려 17년을 폐결핵에 시달리며 살아온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귀선의 미소는 화사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에 우리는 함께 웃고 때로는 눈가에 이슬을 맺혀가며 그녀의 간증에 빠져들었다. 과연 하귀선은 그녀가 풀어 준대로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었다.

그녀가 발휘하는 개인기에 우리는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던가? 폐결핵의 고난 속에서 하귀선은 주님을 만났고 주님의 치료하심의 은총을 입었다. 하지만 거의 잃어버린 폐 기능 때문에 내일을 보장 할 수 없는 절박한 삶을 살고 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은 했지만 건강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이 그녀의 현실이다. 호흡기가 너무 약해서 언제 어려움을 당할지 모르는 위기 속에 살고 있지만 훗날 천국에 가서 예수님을 만나면 “그런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용케 잘 살아 주었구나. 고맙다 귀선아”하시면서 주님이 “꼭 안아주실 것이라.”는 마지막 멘트에서 우리 모두는 울었다. 예년보다 화려한 행사는 아니었지만 밀알의 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다. 함께 해 준 모든 분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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