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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16

가을이 간다 12/1/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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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해지더니 이내 차가운 가을의 입김이 매섭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다. 다행히도 태풍에 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색깔바랜 단풍들이 가녀린 손짓을 하며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은 습도가 없어 좋다. 상쾌한 기분으로 맑디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 좋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상념에 잠기고 냉정한 추수를 바라보며 인생의 가을을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에 땀을 흘린 사람은 열매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그 가을을 잃어버리고 산 세월이 어느새 10년이다. 어느 계절보다 가을을 좋아하던 내가 그 감흥을 잃어버린 것은 밀알선교단의 가을 행사 준비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오후.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의 은퇴예배에 참석을 하였다. 한 교회를 묵묵히 섬기기 어언 25년! 목사님의 머리는 백발이 되었고 삼남매는 묘목이 자라듯 장성해 있었다. 목사님과 나는 젊은 날. 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이웃교회를 섬기는 전도사로 만났다. 나이가 훨씬 어린 나에게 전도사님은 너무도 커보였다. 그러다가 “미국에 가셨다.”는 소문을 끝으로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사람의 인연은 기묘하고 질긴 법. 2003년, 미국. 그것도 필라델피아에서 30년 만에 재회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간간히 만나 추억을 더듬고 사랑을 받았는데 은퇴라니.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가을은 마감을 뜻한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이 넘실거리던 들판은 제 몸무게를 조금씩 줄여 가고 황량한 바람만 기웃거리는 가난한 들판에는 작은 새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진한 색으로 더욱 요염해진 들꽃은 메마른 향기를 풀풀 날리며 자꾸만 늘어지는 눈길을 붙잡는다. 화롯불같이 은근한 따스함으로 모두 함께 사랑을 나누어야 할 차분한 눈빛의 겨울 그림자가 어느새 계절의 문턱을 서성거리고 있다. 가슴 떨리는 추억하나 남기지 못했는데 그런 내 속내와 관계없이 가을은 저만치 가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으로 그냥 나뭇가지 끝에 매어달려 있으면 좋으련만 하나둘 나무와 이별을 고하며 가을 속으로 모습을 숨겨가고 있다. 가을비를 맞고 도로 위에 뒹구는 낙엽들이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파닥거린다. 언젠가 장인어른이 한말이 뇌리를 스친다. “나이든 남자신세가 비에 젖은 낙엽과 같다.” 비에 젖은 낙엽이 빗자루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듯이 ‘부인 옆에 꼭 붙어있는 처량한 남편신세’를 비유한 것이다. 허 참! 가을은 비우는 자만이 진정 채워진다는 것을 알게 하는 자연의 메신저 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계절과 같다. 봄의 싱그러움이 지나가면 격정의 여름이 다가와 삶을 설레게 한다. 그러다가 찾아오는 가을의 스산함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야 만다. 가을을 가을로 받아들이는 연륜이 쌓이기 까지는 많이도 실망하고 울어야만 한다.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꽃은 역시 코스모스이다. 고향 가는 길가에 흐느적거리던 코스모스의 물결을 기억한다. ‘소녀의 순정’이란 꽃말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일까. 가을과 코스모스, 그리고 저녁노을에 반사되는 억새풀의 자태는 코끝을 시큰하게 만든다. 억새가 가을의 서러움이라면 가녀린 코스모스는 어여쁜 아가씨의 미소이다.

저만치 떠가는 뭉게구름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에 들어서다가 초승달과 마주쳤다. 달이 수줍어서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린다. 가을은 진정 슬프도록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토록 고운 빛을 발하며 드높기만 하던 파란 하늘도 싸늘한 바람결에 멀어져만 간다. 봄날에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어밀던 새싹이 의젓하게 잎파리를 펼쳐 나무를 가리워 주며 싱그러운 여름에 수다를 떨어대더니 그 고운 자태를 잃어버리고 저만치 떨어져 뒹굴고 만다. 그렇게도 마지막 연결고리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더니 말이다.

인생은 진정 낙엽인가! 찬 서리 맞으며 피어나는 국화향기도 코끝에서 입맞춤하며 낙엽 따라 슬픈 가을이 저만치 간다. 아! 가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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