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73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교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에 간 사이에 밀알 가족들 중에 두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아내의 전화를 통해 두 분의 소천소식을 들었을 때에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미 암과 투병 중이셨던 상황이지만 내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에 이 세상을 떠나 버린 두 분에게 야속한 심정까지 드는 것은 너무도 사랑을 받고 사랑했던 분들이기 때문이리라! 조금만 더 참으시지 하필 내가 없는 사이에 떠나시다니! 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던가. 사람의 생명이 그분에게 있는데 어찌 떠나가는 시간을 두고 원망을 하겠는가?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쉽지만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 바로 그 시간에 가셨어야 했음을 깨달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황옥인 집사님! 채 50이 되지 않은 나이에 가셨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항상 긍정적이시고 씩씩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교회에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주님의 일을 감당하셨고 영어에 능통하여 어린 영혼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는 일에 헌신하던 집사님이셨다. 10여 년 전에는 밀알선교단 “토요 사랑의 교실”에 오셔서 장애아동들을 돌보시던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 근래에는 부군 이철민 전 이사장님을 도와 누구보다 밀알사역에 적극 동참하셨다.

3년 전 여름.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황 집사님의 남편인 이 권사님의 목소리였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권사님의 음성으로 “황 집사님이 근육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접했다. 허벅지 밑으로 암이 생긴 희귀병이었다. 나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워낙 의술이 발달되어 있기에 그랬고 누구보다 씩씩한 황 집사님이 암을 ‘훌훌’ 떨쳐내고 일어서리라 확신했다.

키모데라피가 시작되자 무성하던 황 집사님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였다. 심방을 가자 가발을 쓰고 우리 부부를 맞았다. 가발이 너무 자연스러워 농담까지 하면서 함께 기도했다. 의사를 잘 만난 까닭에 집사님의 병은 호전되었고 암 근원을 도려내는 수술을 끝내고 완치 단계에 들어갔다. “역시 황 집사님이야.” 축하하며 암에서 나았음을 감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암은 재발되고 온몸으로 전이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염려하며 찾아간 병원에서 황 집사님을 만나는 순간에도 “능히 이기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병원에서는 “불가능”의 판결을 내렸다 할지라도 병을 대하는 황 집사님의 반응을 통해 “쾌유”의 기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저버린 채 집사님을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장순자 권사님! 권사님이 처음 밀알모임에 나오던 날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단발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멋쟁이셨다. 찬양을 할 때면 흥에 겨워 춤을 추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들의 진정한 친구로 살았던 분이 장 권사님이셨다. 밀알선교단에 들어 설 때면 항상 밝은 얼굴로 “할렐루야!”를 외치셨고 장애인들을 부둥켜안으며 춤을 추셨다. 단장인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힘을 주셨다. 시간을 물론이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누구보다 앞장서서 봉사하시던 분이었다. 향학열에 불붙어 늦깍이 신학공부에 전념하시더니 학위를 끝내시고 모 교회 전도사님으로 임명을 받기에 이른다.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는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암 치료를 받으시며 머리칼에 문제가 생겨 심방을 가면 멋진 두건을 쓰시고 일행을 맞았다. 병이 악화되어 PENN 병원 중환자실에서 끔찍한 암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셨다. 재작년 겨울이던가? 혹한의 날씨에 병원을 찾았을 때 권사님은 피가래를 쏟아내며 고통스러워하셨다. 절박한 신음소리는 병실을 들어서는 나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목사님, 내가 빨리 천국에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권사님의 절규에 애처로워 울었다. 병세가 호전되어 집에서 가료 중이셨는데 권사님도 속절없이 떠나버리고 말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두 분의 죽음에 안타까움이 더한 것은 아직은 한창 사실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요, 누구보다 장애인들을 사랑하셨던 분들을 잃어버린 아쉬움 때문이다. 밀알 곳곳에 두 분의 체취가 묻어있는데 아무리 그리워해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집사님, 권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두 분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1. 35m 다리에 올라간 사나이 10/24/2011

    지난 달 19일. 밤 8시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부산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오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급히 출동한 119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3시간 만에 스스로 내려와 큰 화는 ...
    Views70912
    Read More
  2. 가을을 밀알의 밤과 함께 10/24/2011

    여름이란 순수 우리말로 “열매”이다. 사람들은 무더움과 지루한 장마만 생각하며 정을 덜 줄지 모르지만 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갖가지 열매들을 농익게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험난한 길...
    Views77553
    Read More
  3.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1723
    Read More
  4.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0539
    Read More
  5. 감탄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10/8/2011

    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김정운 교수가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이 있다. 처음에는 ‘간이 바깥으로 나온 사나이구먼’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매우 감각적이었다. 그 중에 “한국 ...
    Views69639
    Read More
  6. 이런 마음을 알기는 하니! 10/8/2011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
    Views71026
    Read More
  7. 가을은 다시 창밖에 10/8/2011

    필라의 여름은 한국처럼 끈적거리거나 따갑지 않아서 좋다. 가는 곳마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있고 간간히 숲을 적시는 빗줄기가 있기에 그렇다. 한낮에는 기온이 치솟다가도 밤중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처음 미국 서부로 이민을 와...
    Views76296
    Read More
  8. 시장통 사람들 9/2/2011

    우리 한국의 매력은 재래시장에 있다. 백화점이 동네를 점령하면서 편리한 생활이 보장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재래시장에 가야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항상 그리운 것은 재래시장의 정겨움이다. 시장 한구석에 퍼질러 앉아 순대와 오뎅을...
    Views79476
    Read More
  9. 캠프에서 만난 사람 8/31/2011

    장애인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랑의 캠프”가 막을 올렸다. 동부에 있는 밀알선교단이 연합하여 개최하는 사랑의 캠프는 금년으로 19회 째를 맞이한다. 필라델피아 밀알 단장으로 와서 어느새 아홉 번째 참석하고 있으니 실로 세월이 유수이...
    Views73431
    Read More
  10. 부부는 거울이다 8/31/2011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관계가 부부이다. 전혀 다른 집안과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이 어느 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 이불을 덮는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처음에는 한눈에 반해서, 서로 함께 사는 것이 평생소원이어서 부부가 되...
    Views63478
    Read More
  11.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1763
    Read More
  12. 알아차리기  8/4/2011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을 보거나 인터넷을 시작한다. “아니!” 감탄사를 연발하며 새로운 소식에 반응을 한다. 남성들은 선천적으로 뉴스를 너무도 좋아한다. 모임에 갔을때에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Views69146
    Read More
  13. 버려진 노인들 8/4/2011

    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
    Views69379
    Read More
  14. 그 이름 그 사람  8/4/2011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70135
    Read More
  15. 짝 8/4/2011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짝’을 찾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짝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짝을 만나면 등굣길이 가볍다.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하지만 희한한(?) 짝을 만나면 괴...
    Views71167
    Read More
  16. 휠체어  7/7/2011

    휠체어가 한 대 놓여있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거동이 몹시 불편한 분들이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앉으신 분을 처음 보았을 때에 느낌이 떠오른다. 장애를 가지...
    Views78836
    Read More
  17. 깍두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가 “깍두기”이다. 무우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적당히 양념을 버무려놓으면 감칠맛 나는 “깍두기”가 탄생한다. “깍두기”하면 설렁탕이 생각나는 것은 둘이 너무나 궁합이 잘 맞기 때문...
    Views83261
    Read More
  18. 쵸코군!  6/22/2011

    우리 집에는 남자(?)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세 살이고 ‘요크 샤테리아’이다.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 등본처럼 “쵸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
    Views76126
    Read More
  19. 엄마한테 쓰는 편지 6/22/2011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사한 일 중에 하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불만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나도 나의 부모님에 대해서 아쉬워하며 살아온 사람 중에 한사람이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
    Views66898
    Read More
  20. 전신마비 장애인 6/22/2011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주일에 한 가족이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남편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였고 아내는 다소곳한 인상에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병상에 ...
    Views837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