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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4:12

버려진 노인들 8/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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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보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조차 없어 어르신들은 너무도 서럽다. 그래서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라도 사람의 음성을 듣고 싶어 하시는 것이다.

인생은 한번 이륙하면 마음대로 착륙할 수 없는 비행기에 올라앉은 승객과 같다. 모태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청년기에는 그 젊음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줄 알고 산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청년 중에 자신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노인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비행기가 날기 위해 활주로를 향해 서서히 나아 갈 때에 사람들은 지루해 한다. “언제나 비행기가 뜨지?” 푸념도 한다. 젊은 날은 그렇게 더디게 간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나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살고 싶은데…’등. 꿈도 많고 자신감도 충만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에 설레임과 두려움에서 깨어날 즈음에 어느새 저만치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듯이 ‘인생이 시작되었는가?’했는데 나이가 깊어간다. 지난 6일(수) 한국 국민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꿈이 이루어져졌다. 해외에 살고 있지만 나도 한국인이기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다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7년 후에 내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와우! 싫다 싫어 정말 싫다.

한국에 독거노인(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미 1백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노인 5명중에 한명은 혼자서 사는 셈이다. 서울역. 밤이 깊어지자 노숙인들이 모여든다. 계단에서 또 대합실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그런데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지하도에 자리를 잡은 하 모 할아버지(74세). 목수였던 하 씨는 손에 굳은살이 배길 정도로 열심히 일해 두 아들을 키웠지만 지금은 버림받은 채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서 쪽잠을 청한다. “제 어미하고 같이 도망갔어. 집 있는 것 싹 털어가지고 도망갔다니까...”

발을 뻗고 겨우 누울 정도로 좁디좁은 1평짜리 쪽방. 올해 74살의 유남열 할아버지가 사는 곳이다. 복지 단체에서 매일 한 끼 나오는 무료 도시락이 하루 식사의 전부라나. 밥을 끓여 죽을 만들고 두 세끼로 나눠 드신다. 자녀가 3명이나 되지만 3년 전에 연락을 끊은 뒤 아예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렸다. “전혀. 찾아오지 않아. 구청에서 연락을 자꾸 한 거야. 자식들에게... 그러니까 귀찮아서 다 바꿔버렸어.” 복지기관마다 이렇게 평생 키워낸 자녀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이 모여든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도 만나러 오는 자녀들이 없다. “시설에서 아들한테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안 올까. 얼굴 한번 보고 죽었으면 좋겠는데 안와.” 할아버지의 탄식이 애처롭다.

그렇게 혼자 살다가 거리에서, 또 집에서 아무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 또한 적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 기력이 쇠하여 진다. 음식 맛이 옛날 같지 않다.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온다. 그런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누구보다도 정에 굶주리고 사랑에 목말라 있는 분들이 황혼기의 독거(獨居) 노인들이다. 자녀들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찾아오거나 전화해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이가 들어 말벗이 있는 분들은 정말 복이 많다.

돌이켜보면 지금 어르신들은 이시대가 낳은 가련한 분들이다. 일제시대, 보리 고개 그리고 6.25사변을 거치며 가난한 시절에 자식들을 키우느라 당신 한 몸 보살필 틈 없이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그 보답을 받아야 마땅하건만 냉정하게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지 않을 사람은 없다. 세월을 피해 갈 초인도 없다. 아무리 힘이든다 할지라도 부모를 버려서야 되겠는가? ‘마음에 안든다.’고 천륜을 어길 수는 없다. 이 땅에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한 여생을 사실 수 있도록 모두가 더 친절하고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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