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3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선예.png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나무들은 채색을 시작하리라. 형형색색의 낙엽을 바람에 흩어버릴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나는 필라델피아가 좋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부터 가는 곳마다 우거진 숲, 새들의 향연, 다운타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스쿨킬 강줄기, 강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과 자전거 행렬- 다 아름답다. 인생은 반복으로 연결된다. 바삐 돌아치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그 길이다. 아침이면 그 길을 나서고 바삐 하루를 살다가 같은 길로 퇴근을 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날마다 새로웠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든 것에 무덤덤해 지는 내 모습이 안스럽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도, 먹는 음식도 특별한 것이 없다. 거의 같은 패턴을 돌고 있는 것 같다. 매년 가을이면 밀알의 밤이 열렸다. 반복의 일상 속에서 상큼한 무언가를 기대하며 따뜻한 마음을 안고 장애인 곁으로 다가서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020COVID-19 가 덮쳐오면서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었다. ‘금년에도 이렇게 넘어가야 하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단을 했다. ‘해 보자, 다 하나님께 맡기고 과감하게 전진해보자!’ 그래서 주제도 “Lord, Raise me up”으로 정했다. 일어나야 한다.

 

누구를 초청할 것인가? 최대 관건이다. 재능, 명성보다 중요한 것은 신앙이었다. 이왕이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분을 초청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믿음의 기초를 두고 크리스천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그리고 만난 것이 <선예>이다. 2007년 새로이 등장한 <원더걸스>는 이름만큼 한국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1900년대 말미에 <핑클> <SES>가 라이벌 체계로 걸그룹을 주도했다면, 21세기를 시작하며 <원더걸스>는 훨씬 역동적이고 신선한 모습으로 대중을 확보해 갔다. 2001SBS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선예를 필두로 현아, 소희, 선미, 예은을 차례대로 멤버로 발탁해 5인조로 데뷔하게 된다. 2007“Tell Me”는 그해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노래로 뽑히며 열풍을 일으켰다. Nobody를 히트시키며 처음으로 가요대상을 거머쥐었다. “I want nobody nobody but you”(난 다른 사람은 싫어 네가 아니면 싫어) 가사는 적극적이고 강렬했다.

 

  원더걸스는 선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할 정도로 선예의 가창력은 뛰어나다. 떠다니는 영상에서 만나는 13살 선예의 모습은 풋풋하고 신선하다. 그리 녹록치 않은 환경속에서 선예는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러기에 그녀의 노래에는 삶의 진정성이 담겨있다. 최정점을 찍고 인기가도를 달릴때에 하이티 선교에 동참하게 되고 그곳에서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선교사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선예의 결혼으로 <원더걸스>가 와해되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돈과 명예를 거머쥔 최정상에서 사모의 길을 택한 선예가 대견해 보인다.

 

  13살 어리디어리던 선예가 이제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며 세딸의 엄마가 되었다. 그중에 큰딸 은유는 선천성안검하수장애를 갖고 있다. 눈의 근육이 약해서 보통사람처럼 눈을 자연스럽게 깜빡이지 못하는 장애이다. 그러기에 선예는 누구보다 장애인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우리는 함께 연락을 하며 기도로 밀알의 밤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밀알가족들은 40일을 작정하고 금식하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109(주일) 오후 5. 영상으로만 보던 선예가 우리 앞에 선다. 그녀는 찬양과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함과 동시에 잔잔한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우리에게 풀어놓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 온가족이 밀알의 밤을 통해 행복비타민을 복용했으면 좋겠다. 바삐 돌아치던 내 삶을 돌아보고 그럼에도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여유를 회복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밀알의 밤에 초대합니다. 영생교회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다들 꼭 오십시오!    

 


  1.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42
    Read More
  2.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800
    Read More
  3.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5092
    Read More
  4.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5268
    Read More
  5.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5508
    Read More
  6.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5141
    Read More
  7.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5400
    Read More
  8.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5842
    Read More
  9.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5832
    Read More
  10.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6152
    Read More
  11.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5873
    Read More
  12.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5909
    Read More
  13.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6331
    Read More
  14.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5660
    Read More
  15.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6304
    Read More
  16.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6311
    Read More
  17.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6509
    Read More
  18.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6247
    Read More
  19.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6353
    Read More
  20.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607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