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29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극장.jpg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어쩔 줄 모르며 걸어올라 오는 모양이 그렇게 재미질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공이 열리며 서서히 극장 안에 모든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극장 문을 마주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들어서기도 한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때가되면 보이는 것이 인생이다.

 

어릴 때는 이해가 안 가던 부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깨달아 지기 시작한다. 미쳐버리고 죽을 것만 같았던 상황이 시간이 흐르며 안개가 걷히듯 풀려가는 것이 인생이다. 왜 내 부모님은 그런 삶을 사셨을까? 왜 누구의 부모처럼 탁월하지도 못하고 내게 ‘금 수저’를 물려주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것이 내게 가장 적합한 최고의 환경”이었음을 깨달으며 인생은 깊어간다. 모든 것이 주어져도 만족은 없으며 내가 평생을 목적으로 달려왔던 그 무엇을 움켜쥐는 순간 또 다른 허탈감에 허덕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20대 초반. 대학진학도 막히고 몸이 성치 못하기에 취직도 못한 채 하루 놀고 하루 쉬는(일명:백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고교동창생과 다방에 마주 앉았다. 대뜸 “재철아, 다들 네가 미국에 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라고 물어온다. 전혀 뜻밖에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누가 그래? 생뚱맞게 미국은 무슨 미국?” 학창시절에 워낙 활동적이었던 내가 두문불출하니 누군가에 입에서 장난처럼 새어나온 말이 풍문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졸지에 나는 미국에 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생각한다. 그때 그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어야 한다는 것을. 왜 나는 20대에 미국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물론 그 시절은(1970년대) 특별한 계층이 아니면 외국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때이다. 그때 막 들어온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누가 외국에 간다고 하면 가족은 물론 친척, 지인들까지 공항에 나가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던 때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말을 들으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치부할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70년대, 아니 60년대에 미국에 오신 분들을 나는 진정으로 존경한다.

 

 이왕 오려면 20대에 미국을 왔어야 했다. 왜 나는 장애인에 대한 극심한 편견이 난무하는 나라를 벗어날 꿈을 꾸지 못했을까? 보다 큰 포부를 품고 모험을 감행하지 못했을까? 이것이 나이가 들어가며 가지는 커다란 아쉬움이다. 가만히 상상을 해 본다. 그때 미국 땅을 밟았다면 새롭고 큰 발걸음을 내디디지 않았을까? 물론 죽도록 고생을 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은 엄청난 역동성을 가지고 지금보다는 완연히 다른 방향으로 지경을 넓혔으리라!

 

 20세기 프랑스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로맹 롤랑>은 “인생이란 15분 늦게 들어간 영화관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결국 인생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놓쳐 버린 15분의 줄거리를 찾기 위해 뭔가에 집착을 한다. 15분의 이야기를 놓친 영화는 보는 내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입만 열면 “왕년에!”를 찾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 화려했던 삶, 소위 잘 나가던 때, 모두에게 추앙받을 뿐 아니라 돈이 몰려오던 때를 회상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결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인생은 철저히 오늘을 사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은 삶의 윤활유일 뿐이다. 지금 내가 살아야 할 곳은 ‘여기’이다. 지나간 것은 지난 간대로 가슴에 묻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모든 면에서 만족하며 평생을 환희 속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미 놓쳐버린 15분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잃어버린 15분도 어렴풋이 자취를 드러내며 인생의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

 

 내가 20대에 미국에 왔다면 아마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분의 섭리를 그래서 찬양한다. 인생은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보물창고이다.

 


  1.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30
    Read More
  2.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784
    Read More
  3.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5087
    Read More
  4.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5262
    Read More
  5.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5501
    Read More
  6.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5128
    Read More
  7.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5389
    Read More
  8.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5832
    Read More
  9.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5827
    Read More
  10.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6144
    Read More
  11.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5864
    Read More
  12.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5899
    Read More
  13.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6326
    Read More
  14.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5640
    Read More
  15.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6292
    Read More
  16.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6304
    Read More
  17.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6502
    Read More
  18.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6243
    Read More
  19.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6341
    Read More
  20.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606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