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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15:04

상처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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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철모르는 어린아이 때 기대했던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야 했고, ‘이제 편한 세상이 되었나보다!’하면 어느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찔러 댔다. 생존은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자들이다. 한국에서라면 비벼댈 언덕이라도 있겠지만 미국은 처절하게 각자도생해야만 한다. 수십년전에 이민 온 분들은 그래서 처음 미국 땅에 당도했을때에 난감했던 경험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위로와 자긍심의 외침이라 볼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깨닫는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버티면 반드시 밝은 날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져 갈 때에 분위기를 상기해 보라! 마치 세상이 끝날것만 같았다.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던 그때 뉴욕에서 목회를 하는 친구 목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치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사람을 마음대로 만날수도, 예배를 자유롭게 드릴 수도 없었다. 마트도, 식당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도 편히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한계를 절박하게 느꼈다.

 

 그런데 신기하게 모든것이 지나가 버렸다.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친구는 지난 8일 고국 방문길에 올라 집회를 인도하며 사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다. 그때 이야기를 하면 두손을 양쪽으로 펼쳐들고 겸연쩍어 한다. 함께 신학을 공부하던 친구는 정말 가난했다. 우리는 학교 매점에 가서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식도락을 즐길때에 그 친구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로 배를 채우고 총신 뒷산 기도굴 속에서 흐느끼며 기도를 드렸다.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중진교회를 목회하며 내가 갈 때마다 강단을 내어주고 극진히 대접을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설교는 성도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다. 탈북 자매 정유나의 간증을 들었다. 딸이 기차를 타고 고향을 떠날때에 대합실 구석에서 흐느껴 울던 엄마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는 사연을 듣다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어내렸다. 멀쩡하던 신체가 사고로 만신창이가 되어 중증 장애를 입고 살아가는 장애인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사업이 무너지고, 가정이 깨어지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허덕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누구나 상처는 있다. 아이가 태어날 때에 우는 것은 그 사실을 미리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인가 때문에 사람들은 힘들어 한다. 목표를 정하고 달리고 희생하여 어느 정도 성취한 사람은 어느 순간 밀려드는 원인 모를 허탈감에 힘들어한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다. 그 상처 때문에 쓰러져 낙심하는 부류와 그 상처를 경험삼아 모든것을 딛고 일어서는 진정한 영웅만 있을 뿐이다. 상처 때문에 더 갈급하게 삶을 추구하고, 그 자리에 올라섰어도 겸손할 수 있다면 그 상처는 축복이라 고백해야 하지 않을까?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그 작은 흙더미를 부둥켜안고 걸터앉은 나무를 본다. 진정 절경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필라델피아는 숲이 유난히 많다. 봄이 되어 새싹으로 피어나 뻗어나가 찬란한 여름을 향유하고 낙엽이 되어 후회없이 나무 밑으로 떨어져 뒹군다. 이내 썩어 부엽토가 된 그 위에 새로운 나무가 꿈을 꾸며 일어난다. 낙엽을 끝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스승이다. 상처에서 흐른 피가 뿌리를 적신다. 그리고 내일의 꿈을 잉태시킨다.

 

 당신은 어떤 상처가 있는가? 아직도 그 상처에 얽매어 눈물짓고 한숨 짓고 있는가? 그 상처 때문에 진지하게 삶에 임할 수 있었고, 나보다 아프고 힘들어 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 상처는 당신에게 진정한 스승이다. 누군가의 말을 스쳐 듣지 않고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당신은 인생의 달관자라 할 수 있다.

 

 상처는 아프다. 하지만 아물면 내성이 생긴다. 상처입은 사람에게는 그 상처를 경험한 사람을 치유하는 자격증이 주어진다. 진정 상처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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