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6.16 16:27

광화문 연가

조회 수 462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정동.jpg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어드는 매력이 있었다. 요사이 가요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그리고 너무 표현이 노골적이고 감각적이다. 역시 노래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다. , 리듬, 편곡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이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젊다, 고로 표현할 뿐이다.”이다.

 

  우리 시대에는 가요 장르가 공존했다. 보컬그룹과 일반가요가 활시위를 당기듯이 경쟁하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요란한 락(Pock)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 있는가하면 트로트, 발라드, 재즈 음악이 한마당에서 어우러졌다. 나는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고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고교시절에 가장 많이 맴돌았던(?) 곳은 명동이었다. 코스모스 백화점으로 시작하여 중앙극장 옆구리를 돌아 나오는 코스에는 많은 사연이 뿌려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광화문은 늘 동네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만난 국제극장의 위용은 대단했다. 1,800석의 극장은 벌린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에 가서 그곳을 지날때면 광화문 근처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짜장 떡복이가 맛있었던 분식집, 덕수제과,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책방, 그리고 조금은 저렴하게 LP판을 살 수 있었던 레코드 가게까지 그때 광화문은 7080세대의 허브였다.

 

  광화문을 오른쪽으로 바라보고 올라가면 MBC 방송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타고 돌면 잠시 시간이 멈춘듯한 정동으로 진입한다. 아련하게 파고드는 적막이 왜 그리 좋았던지? 그렇게 한참을 돌아가면 덕수궁 돌담길로 이어지는 정취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명소였다. 그런데 그 추억은 언제나 노래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잊고 있다가도 노래를 듣게 되면 영사기 필름이 돌아가듯 추억이 되살아난다. <광화문 연가>란 노래가 나에게 주는 역사의 선물이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로 이어지는 <광화문 연가> 왜 이리 세월은 빨리 지나갔는지? 교복을 입고 거닐던 그때로 한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무척이나 행복 할 텐데.

 

  너무도 변해버린 서울 한켠에서 <광화문 연가>는 그래도 우리 세대의 추억과 아픔을 되새김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내가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때는 조금은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은 우리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풍속화 그림이 재미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몰랐던 실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 역시 이제는 흰머리가 전혀 낯설지 않은 세대에는 성스러운 추억을 되뇌일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노래란 그저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억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 가사가 내 인생임을 깨달으며 놀란다. “인생은 미완성, 기타하나 동전 한닢, 하숙생, 만남, 사랑으로주옥같은 가사가 심오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노래를 들으며 그 시간으로 잠시 생각여행을 떠난다. ‘그래,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지? 아팠지만 행복했던 청춘이 나에게도 있었지?’ 허공을 쳐다본다. 헛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도 멋지게 살았다. 그래도 아직 내게 열정은 있다. 가요의 한 귀절에도 돌아갈 고향이 있는 나는 부자 중에 부자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행운아다.

 


  1.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30
    Read More
  2.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784
    Read More
  3.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5087
    Read More
  4.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5262
    Read More
  5.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5501
    Read More
  6.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5128
    Read More
  7.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5389
    Read More
  8.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5832
    Read More
  9.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5827
    Read More
  10.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6144
    Read More
  11.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5864
    Read More
  12.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5899
    Read More
  13.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6326
    Read More
  14.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5640
    Read More
  15.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6292
    Read More
  16.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6304
    Read More
  17.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6502
    Read More
  18.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6243
    Read More
  19.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6341
    Read More
  20.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606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