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3.30 13:11

별밤 50년

조회 수 318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문세.jpg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야방송이었다. 각 방송국마다 밤이 깊어지면 당시 유명인들을 DJ로 내세워 경쟁하듯 방송을 내보냈다. FM 방송이 있기 전이어서 음질도 안 좋았고 라디오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방향을 맞춰가며 들어야 했던 AM 방송.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책상머리에서 듣던 심야방송 프로그램은 그나마 우리들의 숨통을 터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당시 들었던 MBC “별이 빛나는 밤에”(별밤)17일로 50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이다. 1969317일에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반세기를 달려온 것이다. 별밤을 방송하는 DJ별밤지기라고 했다. 이는 이문세 DJ 시절 한 청취자가 '등대지기'라는 말에서 창안하여 엽서로 제안한 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한다. 별밤의 오프닝 곡은 별밤지기 김기덕이 직접 고른 Frank Pourcel“Merci Cherie”를 쓰고 있다. 105분 시그널음악은 별밤을 열며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50년 동안 거쳐간 DJ26명이다. 따라서 같은 별밤을 들었어도 누가 DJ를 했느냐에 따라 세대가 갈라진다. 처음 편성 당시에는 청소년 교양 진작 차원의 명사와의 대담 프로그램이었다. 하기야 밤 10시만 되면 청소년 여러분! 이제 밤이 깊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길거리를 방황하지 말고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기다리는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십시오.”라는 방송이 나왔던 시대이니까. 초대 별밤지기는 오남열 전 아나운서. 2대 별밤지기는 장학퀴즈 진행자로 당시 상한가를 달리던 차인태 아나운서가 맡았다. 3대 별밤지기로 유명 DJ였던 이종환이 들어서면서 음악 방송으로 전환했다.

 

 유명한 별밤지기로는 김기덕과 이문세가 있으며, 특히 이문세는 무려 11년 동안 별밤지기로 있었기에 몇 년전 열풍을 몰아쳤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당시 이문세의 별명은 "밤의 문교부 장관"이었다. 그 외에 별밤지기를 거쳐 간 사람 중 유명인으로는 조영남, 서세원, 이수만, 이적, 이휘재 등이 있다. 내 고교시절에는 카셋트가 유행하던 때라 방송을 테이프에 담아 듣고 다니던 추억이 있다. 아무리 엽서를 보내도 내 것이 안 나온 이유를 엽서전시회에 가서야 깨달았다. 현란, 화려, , 조각등 엄청난 정성이 담겨진 엽서라야 눈에 띄웠던 것이다.

 

 별밤의 애청자였다면 당시 누가 DJ였느냐?”고 물으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문세 DJ에 익숙하다면 당신은 30~40대이다. 1996121. 고별방송 중 한 여고생과의 전화연결에서 여고생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이문세도 눈물을 흘릴 것은 전설로 남아있다. 이후 별밤지기를 물려받았던 이적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우리세대는 이종환의 음성에 익숙하다. 냉정한듯하면서도 차분하고 정감 있는 DJ로 기억한다. 별밤 50년이라는 소식을 듣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당시 심야방송을 듣지 않고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주로 팝송을 많이 틀었는데 지금도 그때 들었던 노래를 접할때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추억에 젖는다.

 

 5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밤을 지켜온 별밤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연에 접하고 이어 들려주는 음악은 젊은 가슴에 양식처럼 스며들었다. 사랑, 이별, 그리움, 감동, 아픔과 환희가 섞이며 50년이 흘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 시대를 함께 살며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라온 청춘들을 응원하고 싶다. 밤하늘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별들의 향연을 보며 어린 날 심야방송에 심취했던 나를 다시 투영해 본다.

 


  1.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36
    Read More
  2.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800
    Read More
  3.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5090
    Read More
  4.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5266
    Read More
  5.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5504
    Read More
  6.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5131
    Read More
  7.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5395
    Read More
  8.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5836
    Read More
  9.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5829
    Read More
  10.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6148
    Read More
  11.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5870
    Read More
  12.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5903
    Read More
  13.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6329
    Read More
  14.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5656
    Read More
  15.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6298
    Read More
  16.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6305
    Read More
  17.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6504
    Read More
  18.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6243
    Read More
  19.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6343
    Read More
  20.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606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