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10.23 13:35

창문과 거울

조회 수 196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창문과 거울.jpg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로망이었다.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런대로 전망이 좋은 편이다. 뒷뜰 쪽으로 난 커다란 창은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어린아이들은 창문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편다. 저 산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줄 안다. 떠오른 무지개를 보며 비단길을 갈 것 같은 꿈에 부푼다. 무한대에 상상을 하는 것이다.

 

 

 

  창호지에 익숙했던 시대에 창문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가장 처음 만난 창문은 교실 창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하여 창문에 호호입김을 불어넣고 친구랑 그림과 글씨를 쓰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겨울이 되어 날이 추워지면 성에가 끼어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였다. 수업 중에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얼굴을 찡그리게 했고 창에 비추인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창문에 어려오는 그림이 나를 들뜨게 하였다. 봄에는 아지랑이와 꽃들, 여름에는 소나기와 구름의 향연, 가을이면 춤추듯 나풀대며 날아 떨어지는 낙엽. 겨울이면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눈이 어린 마음에 판타지를 안겼다.

 

 

 

  창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만났고 현재와 과거를 보았다. 시간의 문과 같은 창문은 사람들을 다양한 풍경으로 이끌어간다. 색다른 상황을 만나게 하고 변해가는 창밖에 색깔을 보며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에 마음은 종잡을 수 없는 곳으로 달려 나아간다. 창문에 가만히 기대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내가 서 있는 공간과 창을 사이에 두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빛의 움직임을 가만히 음미해 본 적이 있는가? 창문은 우리를 자신에게서 해방시켜 주고 타인을 향해 나아가게도 한다.

 

 

 

  가진 것이 많이 있음에도 가슴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자가 지혜자를 찾아와 상담을 했다. 지혜자는 그 부자를 창문 앞으로 인도한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사람들이 보이네요. 모두가 활기 넘쳐 보이는군요.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번에는 부자를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갔다. 같은 질문을 했다. “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울하고 이기심 많은 얼굴이네요.” 이내 지혜자가 입을 연다. “창문이나 거울이나 똑같은 유리로 만들어졌지요. 유리를 통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도 볼 수 있지요. 유리는 시선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울은 은색으로 유리를 막고 있기에 자신밖에 볼 수 없다오. 결코 행복할 수 없지요.”

 

 

 

  그 말처럼 자신만 보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성곽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거울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나면 필연코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살핀다.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지지만 거울 앞을 떠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거울을 치장을 위한 도구라고 할 수만은 없다. 거울을 영혼을 들여다보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거울에 비추이는 내 모습을 보며 내면이 드러남을 감지해야 한다. 그래서 도박장에는 거울이 없는 것일까?

 

 

 

  눈을 통해 상대방을 보듯이 거울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거울에 비친 나를 향해 물어야 한다. “너는 도대체 누구니?” 그러면 거울 속에 내가 대답을 할 것이다. 창문과 거울. 이것이 나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다. 이 둘은 서로 상반되고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두 가지 가능성이다. 창문과 거울은 일상적인 것이다. 사소하게 취급되고 쉽게 잊어버리는 일을 창문과 거울은 되찾아 온다. , 나를 알게 해주고 남을 알게 해준다. 창문과 거울을 통해 삶에 대한 이중적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모색하게 할 뿐아니라 인류의 삶을 새롭게 인도하게 되는 것이다. 날마다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창문과 거울을 통해 거듭해야 할 것이다.

 


  1.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3084
    Read More
  2.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2550
    Read More
  3. 쵸코군!  6/22/2011

    우리 집에는 남자(?)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세 살이고 ‘요크 샤테리아’이다.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 등본처럼 “쵸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
    Views77653
    Read More
  4.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9974
    Read More
  5. 초심(初心) 지키기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
    Views60615
    Read More
  6.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60113
    Read More
  7.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5693
    Read More
  8.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46743
    Read More
  9.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6004
    Read More
  10.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80820
    Read More
  11.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9400
    Read More
  12. 천원식당 6/23/2013

    세상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과거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졌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야 할 텐데 민심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기 가슴 훈훈한 식당이 있다. “해 뜨는 식당”(광주 대인시장). 이름만 들어...
    Views74576
    Read More
  13.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5160
    Read More
  14. 창호지(窓戶紙)의 정갈함 6/23/2013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의 한옥에서 살았다. 표현 그대로 ‘고래등’ 같은 거창한 한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한옥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항상 드나드는 커다란 방문과 창은 거의 창호지로 빛을 조절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유리가 ...
    Views85889
    Read More
  15.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9662
    Read More
  1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5795
    Read More
  17.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47006
    Read More
  18.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70642
    Read More
  19.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10244
    Read More
  20. 쪼잔한 이야기 11/10/2013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
    Views725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