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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8 09:51

철학자의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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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철학의 소중함을 재삼 느끼며 살고 있다. 대학시절, “개론은 개론이다”라는 논리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개론(槪論)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학문이 있을까? 희한하게도 이 세분은 1920년 동갑내기였다. 무려 50년의 우정을 나누며 나름대로 독특한 논리를 펼치며 살았다. 김태길 교수는 90세, 안병욱 교수는 94세를 향유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103세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여전히 강연과 집필활동을 하며 건재하다. 진정 “영원한 현역”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차분한 어조이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논리가 나이와 함께 강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1세기를 산다는 것은 실로 하나님의 배려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병치레 없이 그 나이에도 철학의 길을 간다는 것이 경이롭다. 젊었을때는 그가 지은 책을 읽었고, 이제는 영상으로 간간히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김 할때가 있다.

 

 10년 주기로 세대가 구분된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또 하루 저물어간~다” 읇조린 경험이 까마득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30대 목사는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맞이한 불혹. 어, 내가 벌써? 그러다가 세월은 나를 덮쳐버렸다. 어리디 어리던 아이들이 그 나이를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며 ‘아, 인생이 이렇게 깊어가는구나!’ 탄식하며 수용하고 있다. 김형석 교수의 한마디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 그것을 깨닫는데 꼬박 90년이 걸렸다.” 그렇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속성을 인간은 지니지 못한다. 바쁘게 돌아치고, 보채는 아이들을 달래고, 나름대로의 목표를 향해 달리다보면 지치고. 그래서 이제 그만 놓고 싶을때가 많다. 단 며칠이라도 경치좋은 곳에 묻혀서 다 잊고 쉬고만 싶다. 노 철학자의 “사랑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네”라는 고백이 설득력있게 가슴에 다가온다. 희생없는, 댓가없는 사랑은 없다. 나이가 들어보니 진정 그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공한 사람은 그 행복을 누린다고 짐작한다. 그러나 철학자 김형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삶이어야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재산이라는 것도 그것을 능가하는 인격을 소유할때에만 행복을 주는 요소라고 충고한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러기에 인생은 운명도, 허무도 아닌, 섭리라고 단언한다. 같은 동년배의 철학자 친구 세명이 50년을 어우러지면서 느낀 것은 진정한 우정이요, 섭리라는 것이다.

 

 김태길, 안병욱과의 반세기는 사실 우정보다는 사랑이 있는 경쟁을 벌인 축복받은 관계였음을 피력한다. 만날때마다 그들은 서로 배우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80대 중반 어느 날, 안 교수가 “더 늙기 전에 셋이서 1년에 네 번쯤은 만나자”고 제안한다. 김태길 교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유는 “우리 셋이 다 80대 중반인데, 누군가 한 사람씩 먼저 떠나가야 할테고, 그러면 다 보내고 남은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는 것이었다. 철학자다운 심성이다. 두 친구를 떠나보내며 김형석은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며 외로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강의할 때마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라”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그에게 쇄도하는 질문은 장수의 비결이다. 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 취미생활의 즐거움이라고 답한다.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은 어차피 그 길을 간다. 솔직히 나도 장수하고 싶다. 하지만 내 나이 1백세가 되면 그만 가고 싶을까? 아닐 것 같다. The More! 웃음이 난다. 진정 오늘 살아있음이 섭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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