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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png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나는 항상 앞번호를 받았다. ‘Lucky 7’을 안 이후부터는 이왕이면 행운의 번호를 받기 위해 아이들을 협박(?), 회유해서 주로 7번이 주어졌다. 그러다가 중 3에 올라가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정렬할때에 살짝 발꿈치를 들었더니 21번이 되었다. 그 순간 얼마나 행복했던지! 키 작은 설움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수가 없다.

 

 아라비아 숫자가 총집결하는 과목이 수학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면서도 막상 숫자가 나오면 예민해 진다. 아라비아 숫자는 일종의 기호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숫자 때문에 희망을 품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스포츠나 경쟁체제에서는 1번이 단연 흠모의 숫자이다. 성적은 아라비아 숫자로 매긴다. 반 1등, 학년 1등, 학교 전체 1등은 그래서 사람에게 우월감을 안겨준다. 선거는 어떤가? 일단 집권당이 기호 1번이다. 과거 문맹자가 많을때는 1번이 당선 확률이 높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대부분 1번을 찍게 된단다.

 

 옛날 성적 평가는 수, 우, 미, 양, 가였다. ‘우’까지는 목에 힘을 줄 수 있었다. 미가 나오면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의미를 새겨보면 참 지혜로왔다. 秀(빼어남) 優(우수함), 美(아름다움), 良(양호함), 可(옳다:가능성)의 뜻이다. 얼마나 희망적이고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평가인가? 하지만 상대평가를 지향하는 교육정책의 변화로 인해 2007년부터 수우미양가는 사라지게 되었다. 고교생들은 학습평가를 등급으로 받는다. 물론 1등급이 단연 최고다. 평생 숫자에 눌려 주눅들어 살아야 하는 인생길이다.

 

 성인이 되었다고 아라비아 숫자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숫자는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욕망은 특정한 방향을 향해 내달리도록 만든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늘 숨이 찰 수밖에 없다. 다른 이들을 돌아볼 여백이 자기 속에 없기에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능력을 보일 수가 없다. 뭔가 기분이 좋고, 최고의 성적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엄지척을 한다. 1이다. 그 숫자를 안기 위해 사람들은 애처로운 몸부림을 계속하며 살고 있다. 숫자에 놀아나며 오늘도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고교를 다닐때는 1, 2, 3류로 학교가 분류되었다. 그래서 소위 명문 고교생들과 마주치면 주눅이 들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당찬 외침도 있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라비아 숫자의 지배 속에 흘러가고 있다. 돌아보면 인생은 등수와 성적으로 평가되었다. 몹쓸 아라비아 숫자가 우리를 병들게 했다. 순수해야 할 교회에서까지 수(數)로 평가되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파트 평수, 헌금 액수, 연봉으로 평가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대형, 중형, 소형교회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주님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

 

 나이가 들어가며 깨닫는 것은 순위보다 삶의 태도(attitudes)이다.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인 것이다. 1순위로 달리다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조금 뒤쳐져도 넘어진 이웃을 부축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더 위대하지 않을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과거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박성광이 외치며 유행하던 말이다. 얼마 전에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금메달리스트는 대회 이후 각종 언론사에 불려 다니고, CF 섭외로 바삐 살고 있다. 은, 동메달도 귀한데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코로나 메시지가 가슴을 파고든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와우! 행복도 귀하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 해 지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힘이 있는 사람(권력자)’보다 ‘힘이 되어 주는 사람(실력자)’이 더 소중하다. 숫자보다 아량을, 인간미를, 모두가 공생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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