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12.29 21:42

참, 고맙습니다!

조회 수 558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감사 인사.jpg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세 들어 사는 주인집 아들이 늦깎이 장가를 갔다. 그래서인지 온 동네가 들떠있었다. 물론 전통혼례식이었고 밤이 되자 동네 아낙들이 우리 방으로 모여 들었다. 그러더니 불침번을 서듯이 드나들며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소위 신방 엿보기였다.

 

  혼인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빚어내는 모습을 문 밖에서 문구멍을 뚫고 몰래 훔쳐보는 풍속이다. 지금은 큰일 날 일이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흔한 풍습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워낙 조혼이 성행하여 남자는 10살쯤, 여자는 1415살쯤 되면 혼인을 서둘렀다. 그러니 첫날밤에 많은 과오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방을 지켜보게 된 것이 유래라고 한다. 호기심이 많던 그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엉뚱하게도 빨리 커서 장가를 가야겠다.”였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은 너무도 느렸다.

 

  지금은 어떤가? 빠른 정도가 아니다. 어떻게 하루가 가고 달이가고 해가 바뀌는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이제는 세월의 흐름이 무섭기까지 하다. 금년도 바쁘게 살았다.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미주 곳곳과 한국을 다니며 말씀을 증거하며 복음을 전했다. 그렇게 돌아쳐도 건강하니 감사하고, 어디를 가든지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는 것이 행복하다. 사람은 누구나 유년기, 사춘기, 청년기를 거쳐 노년기로 넘어 가게 된다. 예수님도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탄생하셨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 속에서도 예수님의 성탄이 있기에 신, 불신을 넘어서서 사람들은 기쁨을 안고 세월의 노를 젓고 있는 듯하다.

 

  세대의 언덕을 넘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육신을 입고 태어난 사람은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된다. 그 과정에서 실수와 넘어짐은 필수이다. 갓 태어난 아가를 안고 다니는 젊은 부부를 보면 저 피덩이를 언제나 키우나?’ 탄식이 나오지만 남의 아기는 어느새 커버리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돌아보면 아쉬운 일들이 많은 한해였다. ‘조금 더 열심히 할걸, 조금 더 품어줄걸, 조금 더 아량과 여유를 가지고 살 걸회한이 밀려온다.

 

  고심하던 내 눈에 나딘 스테어”(Nadine Stair)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란 시가 들어왔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우둔해지리라. 가급적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하고 더 자주 석양을 구경하리라. 산에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게 되겠지만 상상 속의 고통은 가급적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하루를 좀 더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리라. ,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좀더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실제적인 순간들 외의 다른 무의미한 시간들을 갖지 않으려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대신에 오직 이 순간만을 즐기면서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한결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에 나서리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무도회장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으리라!> 이 시를 쓸 때 그녀의 나이는 85세였다. 나중 천국을 기대하기보다 가까이 있는 나 자신의 오늘을 기대하며 멋지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Happy New Year!

 


  1.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3088
    Read More
  2.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2562
    Read More
  3. 쵸코군!  6/22/2011

    우리 집에는 남자(?)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세 살이고 ‘요크 샤테리아’이다.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 등본처럼 “쵸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
    Views77663
    Read More
  4.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9984
    Read More
  5. 초심(初心) 지키기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
    Views60624
    Read More
  6.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60127
    Read More
  7.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5701
    Read More
  8.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46756
    Read More
  9.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6014
    Read More
  10.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80833
    Read More
  11.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9411
    Read More
  12. 천원식당 6/23/2013

    세상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과거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졌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야 할 텐데 민심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기 가슴 훈훈한 식당이 있다. “해 뜨는 식당”(광주 대인시장). 이름만 들어...
    Views74587
    Read More
  13.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5167
    Read More
  14. 창호지(窓戶紙)의 정갈함 6/23/2013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의 한옥에서 살았다. 표현 그대로 ‘고래등’ 같은 거창한 한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한옥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항상 드나드는 커다란 방문과 창은 거의 창호지로 빛을 조절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유리가 ...
    Views85892
    Read More
  15.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9668
    Read More
  1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5805
    Read More
  17.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47014
    Read More
  18.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70651
    Read More
  19.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10253
    Read More
  20. 쪼잔한 이야기 11/10/2013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
    Views7257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