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25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imagesCA0YBIDW.jpg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어 주는 사람을 “통이 크다.”고 한다. 나는 한국에 살 때에 “미국은 다 더치페이를 한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미국에 다녀온 선배목사님이 “미국은 목사님과 교인들이 식당에 함께 가도 ‘dutch pay’(더치페이)를 하더라.”는 말을 듣고 ‘미국은 참 살벌하다.’는 생각을 했다. 와서 살아보니 그것은 “뻥”이었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대접 문화가 사는 정을 느끼게 하며 흐름을 이어간다.

얼마 전 타주에 집회를 갔다. 점심시간에 미국식당에 들어가 담소를 하고 있는데 미국인 한 무리가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다. 유심히 본 것은 아니지만 식사를 마치자 서로의 지갑을 열더니만 음식 값을 나누어 내고 있었다. 실로 ‘더치페이’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히 문화차이는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한국인들의 정서가 옳은 것일까? 한국인의 문화는 “체면, 정”이다. 예부터 길을 지나던 나그네를 박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정서였다. 전혀 모르는 과객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먹이고 안락한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었다.

20대 젊은 날 데이트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저녁을 사주면 영화 관람비는 상대가 내 주었다. ‘참 센스 있는 자매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다 내려니’하고 전혀 지갑을 열지 않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다. 어느 순간에 짜증이 올라왔다. ‘내가 봉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교묘한 핑계로 교제를 끊은 경우도 있었다. 와, 쪼잔하다! 나는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보다 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밥값을 내려하면 “아, 목사님이 무슨 돈이 있으세요?”하면서 웃는다. 장애인사역을 해서인지 내가 없어 보이나 보다. 살짝 자존심은 상한다. ‘나도 식사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는데’

그런데 유일하게 매번 나에게 점심을 ‘삥’(?)치는 후배 목사가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는 것이 원칙이라.”는 논리이다. 이상하게 그 친구 앞에만 서면 지갑을 열게 된다. 어떤 분은 자기가 용건이 있어 나를 만나자고 하고선 내가 계산을 하는데도 뒷짐만 진다. 이해가 안 간다. 그분의 성향인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심한 표현으로 얻어먹는데 이골이 난 분도 계시다. 그분은 모두가 식사를 마칠 때 쯤 나타나신다. 한국에서는 나가면서 계산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테이블에서 계산을 한다. 이제 막 숟갈을 드신 그분보다는 이미 식사를 마친 분 중에서 밥값을 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되셨나보다.

누구나 매일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식사를 나눈다. 한 TV방송에서 다룬 영상물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점심을 밖에서 사먹는 사람의 수는 약 일천 만 명이란다. 어림잡아 환산하면 6백 억 원이 넘는 돈이 풀리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대로 한국은 ‘정’(情) 문화이다. ‘더치페이’는 우리 민족 정서상 뭔가 마음 한구석이 개운하질 않다. 남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다 싼 식당을 찾아 순례를 하는 이 시대에 남들이 먹은 밥값을 대느라 정작 자신의 안위는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 상사, 학교나 고향 선배, 집단 내에서의 연장자 등, 이른바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과거 우리사회의 ‘리더’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선비 계층을 의미했다. 따라서 아랫사람들에게 베풂이 곧 정의요, 덕의 실천이었다. 이 흐름을 역행하지 못하고 팀워크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 위해 매번 값을 지불하는 상사, 선배, 연장자들의 노고가 눈물겹다. 여유가 있어 언제든지 밥값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지 못하니 음식비도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런 말이 있단다. “윗사람 대접 받으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슬며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쓰고 보니 글이 정말 쪼잔하다. 궁금해 묻고 싶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나누시고 밥값은 누가 내셨어요?”


  1.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3082
    Read More
  2.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2546
    Read More
  3. 쵸코군!  6/22/2011

    우리 집에는 남자(?) 강아지가 있다. 나이는 세 살이고 ‘요크 샤테리아’이다.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 등본처럼 “쵸코”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
    Views77649
    Read More
  4.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9970
    Read More
  5. 초심(初心) 지키기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
    Views60610
    Read More
  6.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60110
    Read More
  7.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5686
    Read More
  8.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46741
    Read More
  9.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6004
    Read More
  10.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80813
    Read More
  11.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9398
    Read More
  12. 천원식당 6/23/2013

    세상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과거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졌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야 할 텐데 민심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기 가슴 훈훈한 식당이 있다. “해 뜨는 식당”(광주 대인시장). 이름만 들어...
    Views74576
    Read More
  13.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5156
    Read More
  14. 창호지(窓戶紙)의 정갈함 6/23/2013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의 한옥에서 살았다. 표현 그대로 ‘고래등’ 같은 거창한 한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한옥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항상 드나드는 커다란 방문과 창은 거의 창호지로 빛을 조절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유리가 ...
    Views85882
    Read More
  15.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9658
    Read More
  1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5794
    Read More
  17.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46999
    Read More
  18.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70637
    Read More
  19.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10243
    Read More
  20. 쪼잔한 이야기 11/10/2013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
    Views7255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