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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허공을 향해 두 팔을 허우적대는 딸 “소혜”(4)를 보는 엄마 “정애”(29)씨가 내뱉는 탄식이다. 예정일을 석 달 남겨 두고 일찍 엄마 뱃속에서 나온 “소혜.” 미숙아로 태어나 엄마 품이 아닌 인큐베이터에서 생활을 해야 했고, 당시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엄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살려 달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소혜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언니 지혜는 인큐베이터에서 100일을 살다가 견디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아이들은 너무 약했다. 작은 상처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소혜”는 그렇게 6개월을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으며 살아야했다. 엄마가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하루에 단 두 번 뿐이었다.

하지만 정애 씨는 몸의 회복이 느려 하루 한 번도 겨우 갈 수 있었다. 그나마 하루 한 번 갔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아예 가지 못하는 사정에 이르렀다. 병원비 미납액이 쌓이면서 병원을 찾을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전해들은 병원 측에서 일정 부분 병원비 지원을 해주었고, 그런 후에야 정애 씨는 다시 소혜를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살아만 준다면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정애 씨는 막상 아이가 ‘미숙아망막증 말기’ 판정을 받고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자 괴로움에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워야했다. 놀이터에 소혜를 데리고 가면 아이들이 “괴물이라.”고 놀리며 따돌림을 해댔다. 한 번은 어떤 아이 하나가 소혜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바람에 크게 놀랐던 적도 있다. 아이는 보이지 않아 그 따가운 시선들을 직접 볼 수 없어 한 편으로는 다행이지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모녀는 그 이후로 낮에는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 죄인처럼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잠깐 나올 뿐이다. 집 근처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소혜를 맡아줄 수 있을 만한 전문시설이나 교육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받아주기 힘들기 때문에 소혜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만한 기회가 없다. 게다가 미숙아로 태어난 영향으로 성장발달속도가 느려 전문교육기관의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들 문제로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소혜를 돌보고 있는 정애 씨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겪으며 살고 있다.

“소혜야 튼튼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소혜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엄마의 몫. 그래서 엄마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해도 아이가 혼자 밥을 먹게 놔둔다. 숟가락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손으로 밥과 국을 먹고 밥상은 금세 엉망진창이 되지만 그냥 지켜볼 뿐이다. 엄마는 소혜가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공부를 못해도 상관없다고 고백한다.

의지할 사람이라곤 서로가 전부인 모녀는 오늘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놀이터로 향한다. 언제쯤 소혜는 환한 곳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될까? 시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네 살 “소혜” 모녀는 그렇게 하루하루의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정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요사이 반가운 일은 우리 밀알선교단에 어린 천사들(장애 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밀알을 믿고 아이를 맡겨주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몰라도 예수님의 눈에는 영롱한 영을 가진 그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우리라! 토요일마다 밀알은 천국이 된다. 미소 짓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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