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4.04.19 15:04

상처는 스승이다

조회 수 1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생은 철모르는 어린아이 때 기대했던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야 했고, ‘이제 편한 세상이 되었나보다!’하면 어느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찔러 댔다. 생존은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자들이다. 한국에서라면 비벼댈 언덕이라도 있겠지만 미국은 처절하게 각자도생해야만 한다. 수십년전에 이민 온 분들은 그래서 처음 미국 땅에 당도했을때에 난감했던 경험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위로와 자긍심의 외침이라 볼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깨닫는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버티면 반드시 밝은 날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져 갈 때에 분위기를 상기해 보라! 마치 세상이 끝날것만 같았다.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던 그때 뉴욕에서 목회를 하는 친구 목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마치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사람을 마음대로 만날수도, 예배를 자유롭게 드릴 수도 없었다. 마트도, 식당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도 편히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한계를 절박하게 느꼈다.

 

 그런데 신기하게 모든것이 지나가 버렸다.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친구는 지난 8일 고국 방문길에 올라 집회를 인도하며 사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다. 그때 이야기를 하면 두손을 양쪽으로 펼쳐들고 겸연쩍어 한다. 함께 신학을 공부하던 친구는 정말 가난했다. 우리는 학교 매점에 가서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식도락을 즐길때에 그 친구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로 배를 채우고 총신 뒷산 기도굴 속에서 흐느끼며 기도를 드렸다.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중진교회를 목회하며 내가 갈 때마다 강단을 내어주고 극진히 대접을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설교는 성도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다. 탈북 자매 정유나의 간증을 들었다. 딸이 기차를 타고 고향을 떠날때에 대합실 구석에서 흐느껴 울던 엄마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는 사연을 듣다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어내렸다. 멀쩡하던 신체가 사고로 만신창이가 되어 중증 장애를 입고 살아가는 장애인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사업이 무너지고, 가정이 깨어지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허덕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누구나 상처는 있다. 아이가 태어날 때에 우는 것은 그 사실을 미리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인가 때문에 사람들은 힘들어 한다. 목표를 정하고 달리고 희생하여 어느 정도 성취한 사람은 어느 순간 밀려드는 원인 모를 허탈감에 힘들어한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다. 그 상처 때문에 쓰러져 낙심하는 부류와 그 상처를 경험삼아 모든것을 딛고 일어서는 진정한 영웅만 있을 뿐이다. 상처 때문에 더 갈급하게 삶을 추구하고, 그 자리에 올라섰어도 겸손할 수 있다면 그 상처는 축복이라 고백해야 하지 않을까?

 

 상처는 스승이다. 절벽, 그 작은 흙더미를 부둥켜안고 걸터앉은 나무를 본다. 진정 절경이다. 절벽 위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필라델피아는 숲이 유난히 많다. 봄이 되어 새싹으로 피어나 뻗어나가 찬란한 여름을 향유하고 낙엽이 되어 후회없이 나무 밑으로 떨어져 뒹군다. 이내 썩어 부엽토가 된 그 위에 새로운 나무가 꿈을 꾸며 일어난다. 낙엽을 끝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스승이다. 상처에서 흐른 피가 뿌리를 적신다. 그리고 내일의 꿈을 잉태시킨다.

 

 당신은 어떤 상처가 있는가? 아직도 그 상처에 얽매어 눈물짓고 한숨 짓고 있는가? 그 상처 때문에 진지하게 삶에 임할 수 있었고, 나보다 아프고 힘들어 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 상처는 당신에게 진정한 스승이다. 누군가의 말을 스쳐 듣지 않고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면 당신은 인생의 달관자라 할 수 있다.

 

 상처는 아프다. 하지만 아물면 내성이 생긴다. 상처입은 사람에게는 그 상처를 경험한 사람을 치유하는 자격증이 주어진다. 진정 상처는 스승이다.


  1. 지금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정이 생기거나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지금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그것이 흔한 일상이지만 사소한 게으름이 인생의 기회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경험을 ...
    Views6430
    Read More
  2. 받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사람이 이 땅에 산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숙명적인 “가족 관계”로부터 자라나며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면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인생은 곧 관계”...
    Views6459
    Read More
  3.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우리시대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가 “전국 공연을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만치 잊혀졌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골매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까 40여년 만에 노장(?)들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공연 테마가 “열정”이...
    Views6513
    Read More
  4.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6445
    Read More
  5.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6269
    Read More
  6.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6348
    Read More
  7.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6241
    Read More
  8.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6257
    Read More
  9.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6448
    Read More
  10.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6724
    Read More
  11.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6584
    Read More
  12.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6738
    Read More
  13.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6702
    Read More
  14.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6564
    Read More
  15.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7223
    Read More
  16.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7018
    Read More
  17.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6422
    Read More
  18.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6772
    Read More
  19.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7472
    Read More
  20.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825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