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48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정호.png

 

 

누구나 미치도록 좋아하는 가수가 하나쯤은 있다. 나의 십대로부터 20대를 흘러가면서 내 마음 한켠에 시냇물을 만들어 준 가수가 있다. “김정호” 진정 내 십대에 아이돌은 “김정호”였다. 어쩌다가 김정호가 TV(흑백) 화면에 나타나면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넋을 잃고 노래에 빠져들었다. 슬프지만 기분 좋은 허스키. 호소력 있는 감성을 그는 지니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에 등장한 통기타 음악은 내가 고교생이 되자 최고 인기를 구가하며 가요계를 평정한다. 트로트 중심의 가요가 포크송으로 급전환 한 것이다.

처음 접한 포크송은 “은희”의 “꽃반지 끼고”였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로 시작되는 노래는 끊어질 듯 끊을 듯이 이어가는 특이한 창법으로 히트를 친다. 이어 등장한 “양희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그녀의 노래는 모두의 사연을 업고 국민 애창곡이 된다. 1972년, 우리 가족은 양평(경기도) 생활을 뒤로하고 서울 청량리에 정착하게 된다. 신기하고 번화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흑백사진에나 남아있을 법한 장면들이 뇌리를 스친다. 그때 치고 올라온 것이 “송창식”이었다. 서글서글하고 괜찮아 보이는 인상에다 시원시원한 창법의 그가 톱가수로 올라서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슬픈 눈동자를 가진 한 가수가 등장한다. “김정호” 외모만큼이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사실 김정호가 나오기 전에 공전의 힛트를 친 듀엣팀이 있었다. 바로 “어니언스”이다. 임창제는 노래, 이수영은 비주얼 담당이었다. 이수영은 영화배우이상의 외모로 당시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이민호, 이종석”정도라고 할까? 그런데 정작 어니언스가 부른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것이 김정호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호 하면 떠오르는 곡은 “이름모를 소녀”이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위에 띄워놓고” 캬! 정말 좋았다. 중학 3학년에 배운 통기타 실력은 고교에 올라가며 물이 올랐고 덕분에 나는 많고 많은 사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 당시 통기타 하나만 있으면 여학생들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얼마나 수월했는지는 우리 세대는 다 아는 사실이다. 고교시절, 학교와 단체(RCY등)에서 열리는 가을축제에 게스트로 불려 다녔다. 교회 “문학의 밤”까지. 그때 함께 다니던 친구가“연”을 부른 “라이너스”의 “최광수”였다.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을때에 밀려오는 긴장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대중가요 공연을 위해 그 많은 날들을 간절히 기도한 사람은 나 말고 또 있을까? 소개 멘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며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른다. 좌중은 금방 동화되어 온다.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하다. "이름 모를 소녀"와 더불어 그의 대표곡 중에 하나가 "하얀 나비"이다. 김정호의 노래를 살려 준 것은 “현혜미”의 피처링이다. “나나나나∼” 혹은 “우우우∼” 하고 내뱉는 그녀의 피처링은 노래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주었다.

김정호를 직접 처음 만난 것은 무교동의 “생맥주 홀”이었다.(신학을 공부하기 전임) 화면으로만 보던 그가 내 앞에서 통기타로 생음악을 들려줄 때에 황홀경에 빠졌다. 백짓장처럼 하얀 얼굴, 비스듬히 넘겨 빗은 머리칼에 살짝 가리워진 눈, 겁먹은 듯한 커다란 눈망울, 약간 튀어나온 광대, 그리고 보라색을 띤 두툼한 입술. 가녀린 듯하지만 짙은 호소력을 겸비한 그의 노래는 내 장애의 아픔까지 치료해 주었다. 내 청춘을 잠식시킬 정도로 김정호의 노래는 슬퍼서 아름다웠다.

그는 어린나이부터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 그 후유증 때문이었는지 그는 1985년 가을, 33세의 짧은 일기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내 가슴에 남아있다. 감사한 것은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는 사실이요,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다 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통기타를 꺼내 “김정호”의 노래를 불러 볼까나!


  1. 여자 말만 들으면… 7/12/2014

    이미 다 아는 말 중에 “남자는 평생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성공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엄마”, 결혼해서는 “아내”, 이제는 “GPS 아줌마”(네비게이션).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Views75606
    Read More
  2. 남자는 외롭다 7/22/2013

    모두가 봉고차를 타고 다닐 때에 한 친구가 르망 승용차를 타고 나타났다. “야! 차 좋다. 차 턱을 내야겠다.”하며 서로 칭찬을 해주고 있는데 그 중에 한 친구가 차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그 새 승용차를 발로 차는 것이었다. 지켜보던 친구들은 ...
    Views75500
    Read More
  3. 끊고 시작하고 1/28/2011

    중학교를 시골(양평)에서 다닌 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나는 그리운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기차역까지 배웅을 나와 떠나가는 나를 향해 플랫 홈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친구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린 날에 정들었던 친구들과...
    Views75453
    Read More
  4. 모나미 볼펜 3/7/2012

    우리세대는 연필세대이다. 연필의 이점은 잘못 썼을 때에 지우면 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연필의 질이었다. 부러지기 일쑤였고, 가끔은 쪼개지는 일까지 속출하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이 쓰는 연필은 고급 중에 고급인 셈이다. 공책도 질이 떨어져서...
    Views75353
    Read More
  5. 남존여비 변천사 6/7/2014

    인터넷에 떠도는 “덩어리 시리즈”이다. 남편이 밖에 안 나가고 집에 있으면 “골치덩어리”, 집에 두고 오면 “근심덩어리” 함께 외출하면 “짐 덩어리” 출가한 자식 집에 가면 “눈치 덩어리” 마주 ...
    Views75258
    Read More
  6.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5199
    Read More
  7. 깊은 물 7/29/2013

    무더운 여름, 집 앞 시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해 살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따라 다리 밑으로 향하고 물에 뛰어들며 수영을 배웠다. 물먹기를 반복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수영실력은 늘어갔다. 수영을 익히면서 물과 친근해 졌다. 물에 몸을 맡...
    Views75092
    Read More
  8. 누군들 자장가가 그립지 않으리 3/18/2013

    그는 시인이다. 필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다. 서른이 훨씬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었을 때에 ‘양귀비 씨앗만하다’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Views75084
    Read More
  9. “1박 2일” 마지막 여행 3/7/2012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 밀려오는 서운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5군데나 다녔다. 순경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
    Views74989
    Read More
  10. 독일제 백금 샤프 3/25/2013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미제> 학용품 하나만 가지면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진노오랑 색깔의 미제연필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필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U.S.A>는 아이들의 탄성...
    Views74854
    Read More
  11. 향수병(鄕愁病) 12/6/2010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며 인생을 엮어간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외국에 나가 살게 될 줄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가 미국에 ...
    Views74837
    Read More
  12. 슬퍼서 아름다운 노래 가수 김정호 4/26/2014

    누구나 미치도록 좋아하는 가수가 하나쯤은 있다. 나의 십대로부터 20대를 흘러가면서 내 마음 한켠에 시냇물을 만들어 준 가수가 있다. “김정호” 진정 내 십대에 아이돌은 “김정호”였다. 어쩌다가 김정호가 TV(흑백) 화면에 나타나...
    Views74835
    Read More
  13. 겨울 낭만 2/18/2013

    우리는 지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춥다. 눈이 많이 온다. 사람뿐 아니라 생물세계에서도 활동이 무뎌지는 계절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부에서 살다가 처음 필라델피아에 와서...
    Views74774
    Read More
  14. 젊은날의 푸르름 12/31/2011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
    Views74738
    Read More
  15.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2/25/2012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만남”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먼저 “숙명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이 가족이고 집안이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그런 분들이 나의 부모님이셨다. ...
    Views74629
    Read More
  16. 가을 그림 11/22/2012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깊은 것 같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필라델피아는 극한 상황을 넘기며 전기사정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주 동부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뉴저지 지역은 전기는 고사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
    Views74421
    Read More
  17.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4413
    Read More
  18. 캠프에서 만난 사람 8/31/2011

    장애인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랑의 캠프”가 막을 올렸다. 동부에 있는 밀알선교단이 연합하여 개최하는 사랑의 캠프는 금년으로 19회 째를 맞이한다. 필라델피아 밀알 단장으로 와서 어느새 아홉 번째 참석하고 있으니 실로 세월이 유수이...
    Views74375
    Read More
  19.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4301
    Read More
  20. 천원식당 6/23/2013

    세상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과거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졌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야 할 텐데 민심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기 가슴 훈훈한 식당이 있다. “해 뜨는 식당”(광주 대인시장). 이름만 들어...
    Views742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