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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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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을 열었다. “멀리계신 스승님께”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목사님”이라고 불리우는데 익숙한 나에게 “스승님”이라는 호칭은 느낌을 새롭게 한다. 교육전도사 시절에 만났던 제자에게서 온 편지였다. 새해 인사를 겸한 글은 중반에 접어들며 심각해 졌다. “스승님,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글쎄요. 저는 요새 잘 살고 있는지 매번 의문일 때가 많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하루하루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내가 과연 잘살고 있는건지 아님 시간만 낭비하는건지~.

40대가 되다보니 생의 전환기(제2 사춘기)가 와서 그런건지 참 애매 할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제가 전산밥을 계속 먹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때론 다른 것에도 호기심이생기고 그렇습니다. 이런 얘기 어머님한테 하기에는 좀 그렇고 해서 스승님께 정중히 여쭈어 보는 겁니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이런 맘가짐으로 이성을 사귄다거나 연애를 한다는건 답보다는 회피하는거 같아서 말입니다. 맘 고생시켜드려서 죄송하긴합니다만 요새 제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ㅠ.ㅜ. 해답보다는 카운셀링 부탁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눈을 감았다. 녀석과 내가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또래보다는 육중한 몸매(?)를 가진, 가끔은 엉뚱한 장난을 쳐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재주가 많은 아이였다. 그러던 아이가 이제 40이 되었다니? 정말 세월이 유수다. 어림잡아도 우리가 만난 지 30년이다. 그 제자는 상처가 많다. 1989년 아버지가 중동취업을 위해 KAL기에 탑승했다가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착륙 중 비행기가 추락하여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때 제자의 나이는 16세였다.(고1) 그래서인지 아직도 녀석은 미혼이다. 그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리다. 내가 서울에 가면 달려나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넙죽’ 큰절을 하고는 큰 덩치가 다가와 나를 껴안는다. 의리가 있어 좋다.

그런데 그 제자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는 게 무어냐?”고. 참 많이도 묻는 물음이다. 어디 그게 제자만의 물음이겠는가? 정도와 깊이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사는것이 뭐지?”하고 물어보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 성경은 “산다.”는 것은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답해준다. 다시 말하면,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야만 자유인이 된다고 가르친다. 러시아 출신인 “안톤 체홉”이라는 작가도 그랬다. “산다는 것은 온 몸 구석구석에 붙어 있는 노예근성을 평생 동안 한 올 한 올 다 짜내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노예인데 노예인줄을 모르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자기 삶이 노예의 삶인 것을 알고, 그 노예의 삶을 벗어나고 싶은데 무엇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거나 그럴만한 힘이 없다고 한탄 하거나 포기하고 산다.

노예는 시키는 일만 한다. 그래서 노예는 꿈이 없다. 노예는 책임도 지지 않는다. 노예는 도전도 없으니 실패도 못한다. 성공하기는커녕 실패할 권리도 없다. 30대 초반 여름날에 진부령 한 수련장에서 선배 목사가 해주던 말씀이 생생하다. “재철아, 성공 하려고 하지 말고 자유 해 지려고 해봐.” 인생 선배의 눈에는 내가 그런 모습이었나보다. 삶의 선생님의 가슴으로는 무언가에 얽매어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선배의 말을 다시 되뇌이게 된다. “나는 나를 얼마나 혁명 시켰나? 나는 나를 얼마나 자유케 했나?” 아직도 갈 길이 많은 나를 보니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삶은 혁명이다. 반복되는 날 같지만 따져보면 오늘은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날이다. 그래서 가슴이 뛰어야 한다. 오늘 만나는 사람이 그래서 사랑스러워야 하고 나를 만나는 사람이 나 때문에 행복해 져야 한다. 2012년은 2011년에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었다. 그 해가 나에게 주어졌다. 그날이 또다시 주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이 “황금” “소금” “지금” 세 가지인데 그중에 제일은 “지금”이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행복한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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