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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 09:54

가시고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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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시고기는 특이한 고기이다. 엄마 고기가 알을 낳고 그냥 떠나 버리면 아빠 고기가 생명을 걸고 알을 지킨다. 그 후 새끼가 깨어나면 새끼는 아빠의 고생도 모르고 훌쩍 떠나버린다. 결국 아빠 가시고기는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박고 죽는데 그런 가시고기의 모습이 소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가시고기?” 겉표지에 적혀있는 제목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그 막연한 의문은 책을 읽어가며 ‘감동’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버지 정호연에게는 백혈병에 시달리는 10살 된 ‘다움이’가 있다. <가시고기>는 천진난만한 소년 “다움이”와 그 아들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정호연은 ‘다움이’의 담당 의사로부터 “약물과 방사선치료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유일한 방법은 골수이식 밖에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가난한 시인으로 아들의 치료비와 입원비를 감당하기에는 모든 것이 버겁다. 아들의 차도를 바라던 아버지는 포기하는 단계에 빠지게 된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사락골’이라는 산골짜기에서 기나긴 휴식에 들어간다. 희한하게 다움의 병세는 호전된다. 다움이는 병이 완쾌된 줄 알고 마냥 즐거워한다. 그것은 강한 항암제 투여 효과였다. 자식을 속이고 있는 아버지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아픔들을 억지로 삼키고 만다. 기뻐하며 행복해하는 다움이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움이는 건강을 되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달간에 행복을 가슴속에 지닌 채 다움이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아들의 병은 더욱 심해졌다. 다행히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 이식자인 일본여인을 만나게 되었지만 문제는 엄청난 수술비였다. 고민 끝에 자식 살릴 욕심으로 아빠는 신장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키로 했다. 병원비 4000만원 중 1000만원은 아픈 아이를 주제로 시집창간을 권했던 출판사에서 해결해 주었고, 3000만원은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이미 ‘간암 말기’로 6개월밖에 살수 없다는 뜻밖에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각막을 팔아 병원비를 충당하고 한쪽 눈을 실명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움이는 완치된다. 다움이는 결국 엄마를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다. 반면 점점 쇠약해져가는 아버지의 증세. 다움이는 “떠나기 전에 아빠를 만나야 한다.”고 떼를 쓴다. 만남을 허락하지만 그는 흉한 몸을 감추려 했다. 자식에게 처진 어깨를 보여주기 싫어서였을까? 정호연은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앉아 다움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다움이가 찾아온다.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은 아들에게 아버지는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모진말로 “아버지를 잊으라!”고 말한다. 결국 다움이는 울며 뛰쳐나가고 시야에서 이내 멀어졌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다움이가 잘 도착했는지? 비행기에서 멀미는 안했는지?’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참 세상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이 겹쳐지면 체념보다는 분노가 올라온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아들을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주인공 정호연의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이 삶을 깊이 돌아보게 한다. 그 고통 속에서도 아버지의 아픔은 그것이었다. ‘다움이 대신에 나였더라면…’ 이것은 정호연 뿐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리라. 보통 소설에는 모성애가 모토를 이룬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절절한 부성애가 시냇물처럼 흐른다.

 

 프랑스로 자식을 보낸 가시고기 아빠 정호연, 그는 병세가 악화되고 시골 한 폐교에서 아름다웠던 삶의 막을 내리며 숨을 거둔다. 프랑스에 있는 다움이는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지도 모르고 늘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 이 책에 마지막 장면이다. 아버지가 마지막 남긴 말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남겨 놓은 이상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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