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4.02.16 10:51

있을 수 없는 일?

조회 수 30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건너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도 튼튼하게 개설되었지만 30년 전 비극이 떠올랐다. 1994년 10월 21일. 가랑비가 내리는 당일 오전 7시 40분경에 난데없는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렸다. 마침 등교, 출근길이어서 많은 인명피해가 컸다.

 

 달리던 시내버스는 끊긴 다리 끝부분에 뒷바퀴가 걸리면서 한 바퀴를 ‘빙글’ 돌아 떨어졌다. 사고 현장은 비바람 속에 휴지처럼 구겨진 추락 차량과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들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바닥과 천장이 닿을 정도로 찌그러진 버스에서 학생들의 책가방, 안경, 볼펜, 도시락들이 ‘비죽비죽’ 튀어나와 당시에 참상을 짐작케 하였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무학여중고생 9명을 포함하여, 모두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때 사람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그것이 끝이기를 바랬다. 이제는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다음해인 1995년 6월 29일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굉음이 울린 지 단 20초 만에 백화점 건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너져 내리면서 1,500여명이 일시에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 한 것이다. 결국 사망 501명, 부상 937명, 실종 6명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참사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그해 여름은 왜 그리 빨리 찾아왔던지? 무덥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늘도 애처로웠는지 비가 참 많이도 내렸다. 당시는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이었는데 사건이 날 때마다 김 대통령은 그 특유의 말투로 “우째, 이런일이!”만 연발하였다.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우연히 영화 “가을로”를 보았다. 제목만 보고 ‘낭만 있는 남녀 간에 사랑을 그린 내용인가?’ 했더니 다름아닌 삼풍백화점 붕괴를 다룬 심도깊은 영화였다.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마침내 고대하던 검사가 된 현우(유지태).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인 민주(김지수)를 낯선 아파트로 초대한다. 장미꽃 한 다발과 함께한 수줍은 고백. “사랑해. 나랑.. 결혼해줄래?” 그렇게 영화는 시작된다.

 

 1995년 6월 29일. 결혼준비를 위해 함께 쇼핑을 하기로 약속 한 현우와 민주. 현우가 일하는 곳에 찾아온 민주에게 현우는 일이 남았다며, 혼자 가기 싫다고 기다리겠다던 그녀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 백화점을 보낸다. “민주야, 금방 갈게!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일을 끝낸 현우가 급한 걸음으로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삼풍백화점 앞에 도착한 순간. 건물은 처절한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 희생된 가족들의 애환을 잔잔히 표현하여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였다.

 

 대학 2학년 가을이었다. 10월 26일 아침,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라디오와 TV에서 시작된 “박정희 대통령 서거” 소식은 신문 호외를 통해 자세하게 다가왔다. 얼마 전부터 부산, 마산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궐기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갑자기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나는 물론이요,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 산하는 눈물로 얼룩졌다. 정이 많은 한민족은 한 시대를 풍미한 지도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어느새 4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이 땅에 지도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이 좀 더 떳떳하고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따지고보면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떤 사건도 벌어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언어를 바꾸어야 한다. “그럴 수도 있지”로. 이런 자그마한 여유로움이 세파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1.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7519
    Read More
  2.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8324
    Read More
  3.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8006
    Read More
  4.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8422
    Read More
  5.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8049
    Read More
  6.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8291
    Read More
  7.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8248
    Read More
  8.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8306
    Read More
  9.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8175
    Read More
  10.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7718
    Read More
  11.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8144
    Read More
  12.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8511
    Read More
  13.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8703
    Read More
  14.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8671
    Read More
  15.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8620
    Read More
  16.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9172
    Read More
  17.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9120
    Read More
  18.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9193
    Read More
  19.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9027
    Read More
  20.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939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