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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7 13:53

아, 필라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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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jpg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D.C.)이 나온다. 이를테면 샌드위치 도시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무슨 일을 만나든 크게 당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빨리 반응하지도 않는다. 들은 이야기지만 미국에서 재난이 거의 없는 곳이 ‘필라델피아’라고 하니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2012년 11월, 미국 최대 도시 ‘New York’에 태풍이 들이닥쳐 정전으로 도시전체가 암흑이 되어 허덕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사실을 실감했다.

 

 필라델피아 한복판으로는 Schuylkill 강이 흐르고 있다. 나는 다운타운을 오갈 때면 꼭 강변도로를 이용한다. 강과 나무, 초록의 잔디, 그리고 한가로이 거닐거나 달리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한다. 1681년 ‘William Penn’(영국인)이 Pennsylvania State을 세웠기에 “Pennsylvania”가 되었고 “sylvania=Wood”이기에 결국 “Penn’s Wood”(펜의 숲)라는 뜻이다. Philadelphia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다. 미국의 독립과 국가의 모든 기초가 바로 이곳에서 이룩되었다.

 

 그 William Penn은 Quakers(퀘이커교도)였다. 원래 ‘Quaky’라는 말은 “떤다, 전율한다.”는 뜻으로 기도 할 때에 몸을 많이 움직인 데서 유래된 것 같다. 미 동북부 지방으로 흘러들어 왔으나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청교도(Puritan)들의 박해를 받게 되면서 ‘Quakers’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게 되었으니 그곳이 Pennsylvania 주. 특히 “Philadelphia”였다. 결국 “Quaker City”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Quakers는 정통기독교 신앙보다는 신비주의, 소위 “내부의 밝음”만을 인정하므로 문제가 된다. 따라서 Quaker교인들의 모임은 찬송, 기도, 설교가 없이 오직 침묵과 묵상만을 중요시 여긴다. 나중에는 조용하기만 하고 아무 활기가 없는 모임을 “Quaker meeting” 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들의 신앙은 치우쳐 있었다.

 

 또한, 개척 시대의 기독교 신자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전혀 무장을 하지 않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지금도 ‘Quaker guns’는 “총알이 없는 빈총”을 뜻하는 말이 된다. 사실상 미국 땅의 본토박이인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가장 가깝게 지낸 백인들이 바로 퀘이커교도들이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예수 묵상하는 종파”가 되어버렸다. 신앙에 있어 중요한 것은 너무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보수로 치우치다보면 “율법신앙”이 되기 쉽고, 개인의 신앙경험 내지 신비체험을 강조하다보면 건강한 신앙이 흔들릴 수 있다.

 

 필라델피아가 자랑스러운 것은 1776년의 미국 독립 선언이 이곳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1777-1800) 최초의 미국 수도가 필라델피아이다. 따라서 “First”라는 칭호가 가장 많은 도시이다. “미국의 첫번째 병원(1751), 피뢰침 발명(Benjamin Franklin, 1752), 첫번째의 일간신문 (1783), 첫번째의 Zoo (동물원, 1874), 첫번째의 서커스(1793), 지우개 달린 연필 (Lipman, 1858), Labor Day Holiday (1869), Computer(1946)”등등. 고도의 도도함과 고요함을 간직하며 역사를 품고 있다.

 

 나는 처음 이민을 Los Angeles로 왔다. 좋았다. Olympic Blvd를 중심한 ‘코리아 타운’의 분위기는 럭셔리하고는 거리가 멀었지만 둘러보면 다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신기했고 가는 곳마다 한국 상호가 즐비한 그곳에 첫정이 들었다. 오직 밀알선교단 사역을 위해 14년 전, 또다시 필라델피아로 이주를 해야 했다. 처음 이민을 와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던 것처럼 한때는 첫 이민지인 L.A.에 대한 향수병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필라델피아가 좋다. 사계절이 뚜렷한 곳, 환상적인 봄, 그리고 가을이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낙엽이 흩날리는 곳. 무엇보다 처음 사귀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정을 주면 끈끈한 동포들이 있어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날리고 손을 흔든다. 도시성향이었던 내 체질을 전원형(田園形)으로 바꾸어 버린 필라델피아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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